부처님의 모습과 수인
1. 상호
부처님의 모습을 상호(相好)라고 한다. 상호라는 말은 부처님의 신체적인 특징인 32상 80종호에서 나온 것이다. 부처님 몸에는 삼십이상 팔십종호(三十二相八十種好) 즉 32가지 두드러진 특징과 80가지 미세한 특징이 있다.
첫 번째가 광배(光背)다.
광배는 불보살의 머리나 몸체에서 발하는 빛을 형상화한 것으로 신비함과 위대함을 상징한다. 서산 마애삼존불에서도 부처님의 광배가 협시보살의 광배보다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화려하고 넓게 퍼져 있다.
두 번째가 육계(肉髻)다.
부처님의 특징 중에 정유육계(頂有肉髮)가 있다. 부처님의 정수리 즉 머리 위(肉)에 뼈가 올라와 상투(髻)처럼 보이는 모습이다. 이는 부처 32길상의 하나로서 보통 부처의 머리 위에 혹과 같이 살[肉]이 올라온 것이나 머리뼈가 튀어 나온 것으로 지혜를 상징한다. 이는 고대 인도 성인식의 긴 머리카락을 위로 올려 묶었던 것에서 유래한다고도 한다.
세 번째가 나발(螺髮)이다.
부처님의 머리카락(髮)이 마치 소라(螺) 모양처럼 오른쪽으로 말려 올라간 모습이다. 나계(螺髻)라고도 한다. 부처님의 머리카락은 청유리색(靑瑠璃色)에 우선(右旋)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부처님의 머리카락 색깔도 푸른 보석 유리색이다. 그래서 주로 불상에서 나발을 푸른색으로 한다.
네 번째가 백호(白毫)다.
부처님 미간에 있는 하얀 털이다. 백호는 당기면 저 멀리 뻗어 나갔다가 놓으면 오른쪽으로 말리면서 돌아온다고 한다.
다섯 번째가 삼도(三道)다.
삼도는 부처님 목 주위에 표현된 3개의 주름이다. 삼도는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 또는 생사 윤회하는 삼계(三界) 등을 뜻한다고도 한다.
이외에도, 발바닥이 평평한 모습, 발바닥에 2개의 바퀴가 있는 모습, 어깨가 둥글다, 이가 하얗다, 두 팔을 벌린 길이가 키와 같다, 몸이 금색으로 빛난다, 음경이 속에 감추어져 있다 등이다.
2. 수인(手印)
사찰 문화유산을 답사할 때 불상 중에서 가장 구별이 잘 되지 않는 것이 수인이었다. 계속 반복학습을 하다 보니 이젠 구별이 가능하다. 수인이란 불보살의 서원이나 공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손 모양이다. 고대 인도에서 의사 전달을 위한 수단이었던 손 모양이 불상에 수용되면서 불상을 구별하는 중요한 도상이 되었다.
첫째, 시무외인여원인(施無畏印與願印)이다.
시무외인은 중생의 모든 두려움을 없애고 위안을 주는 수인으로, 오른손 또는 왼손을 어깨 높이까지 올리고 다섯 손가락을 세운 채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게 한 형태이다. 여원인은 부처가 중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들어준다고 하는 의미의 수인으로, 손바닥을 밖으로 하고 손가락을 펴서 밑으로 향해 손 전체를 아래로 늘어뜨리는 모습이다.
시무외인과 여원인은 부처님마다 두루 취하는 수인으로 통인이라고도 한다. 보통 오른손은 시무외인, 왼손은 여원인을 취한다. 마애삼존불의 부처님도 시무외여원인을 취하고 있다.
둘째, 선정인(禪定印)이다.
선정인은 부처가 깨달음에 이른 것을 상징하는 수인이다. 손바닥을 편 채로 왼손을 배꼽 아래에 두고 그 위에 오른손을 포개어 엄지손가락을 서로 맞댄 형태이다. 본래는 석가가 보리수 아래 금강좌(金剛座)에서 참선, 즉 선정(禪定:번뇌가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통일된 상태)에 들었을 때 취한 손의 모습을 말하며, 잡념을 버리고 마음을 모아 삼매경에 드는 수인이다.
셋째,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이다.
항마촉지인은 부처가 깨달음에 이르는 순간을 상징하는 수인이다. 싯다르타는 설산에서 고행한 지 6년 만에 마침내 마가다국 보드가야 보리수 아래에서 득도하였다. 이때 많은 마귀들이 그의 득도를 방해하였다. 마왕 마라는 아리따운 세 딸을 보내 온갖 교태를 부리며 싯다르타를 유혹했지만 끝내 흔들리지 않자, 세 딸은 늙은 할머니로 변해 싯다르타의 대좌 아래서 용서를 빌었다. 이때 싯다르타는 오른손을 가만히 무릎 위에 얹고서는 땅을 짚어 지신(地神)을 불렀다. “지신은 나와서 세상 사람들에게 내가 깨달은 자임을 증언하라”고 한다. 이를 가리켜 ‘항마촉지인’, 즉 마귀를 항복시키고 땅을 가리킨 모습이라고 한다. 왼손은 선정인을 하고 오른손은 오른쪽 무릎에 얹어 손가락을 땅을 가리키는 모습이다. 석굴암의 본존불의 수인이 대표적인 항마촉지인이다.
넷째, 전법륜인(轉法輪印)이다.
전법륜인은 부처가 깨달은 후 바라나시의 녹야원에서 다섯 명의 비구와 중생들에게 최초로 설법할 때의 수인이다. 양손을 가슴 앞에 올린 채 왼쪽 손바닥은 안으로, 오른쪽 손바닥은 밖으로 향하게 하고 각각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붙여 바퀴를 상징하는 것 같은 형상이다.
다섯째, 천지인(天地印)이다.
천지인은 마야부인이 해산기가 있어 친정집으로 가는 도중 룸비니 동산 보리수나무 아래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어린애가 오른쪽 옆구리로 튀어나와 일곱 발자국 앞으로 걸어가더니 오른손으로 하늘을, 왼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이라 외치며 취한 수인이다. 그러자 하늘에서 내려온 9마리의 용이 물을 뿜어 이 갓난애를 목욕시켜주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선정인, 항마촉지인, 전법륜인, 시무외인, 여원인을 석가모니의 근본 5인이라고 한다. 또는 시무외인과 여원인을 하나로 보고 천지인을 포함하여 석가모니의 근본 5인이라고도 한다.
여섯째, 지권인(智拳印)이다.
지권인은 비로자나불의 수인이다. 지권인은 일체의 번뇌를 없애고 부처님의 지혜를 얻는다는 뜻이다. 중생과 부처, 미혹함과 깨달음이 원래는 하나라는 뜻의 수인이다. 보리인, 각승인이라고도 한다. 왼손 집게손가락을 뻗치어 세우고 오른손으로 그 첫째마디를 쥔 모습이다.
일곱째, 아미타여래구품인(阿彌陀如來九品印)이다.
아미타구품인은 서방 극락세계에 있는 아미타불이 주로 하는 수인이다. 이 수인은 양손과 손가락의 조합으로 아홉 가지를 나타낸다. 관무량수경에 따르면 중생들은 성품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상, 중, 하 3등급으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9등급으로 나누어 각 사람에게 알맞게 설법해야 구제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진리를 깨달은 자인 여래의 수인은 총 일곱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석가모니의 근본5인과 비로자나불의 지권인, 아미타불의 아미타구품인의 세 가지로 나눌 수도 있다.
'평생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맹자 (0) | 2022.04.21 |
---|---|
보살과 반가사유상 (0) | 2021.12.31 |
여래불상의 종류와 역할 (0) | 2021.12.30 |
한국불교와 불상의 전래과정 (0) | 2021.12.29 |
한국문화와 유물유적 - 논산 돈암서원을 찾아서 (0) | 2021.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