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명리학

아호 짓는 법

by 황교장 2022. 1. 15.

아호 짓는 법

 

. 아호

 

1. 이름의 종류

 

이름의 중요성에 대해서 유가에서는 이름이 곧 몸이요, 몸이 곧 이름이라 했다. 성리학의 완성자인 주자는 유명천추(遺名千秋)라 하여 이름은 영원히 살아남게 된다 하였고, 당송팔대가의 한 분인 구양수는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 ‘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을 남겼다. 이처럼 이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이름의 종류에는 아명, 관명, , , 아호, 시호, 묘호 등이 있다.

아명(兒名)은 아이 때의 이름이다. 옛날에는 신생아가 다 성장하지 못하고 죽는 사례가 많아 아명은 무병장수를 염원하는 의미에서 천하게 짓는 경향이 있었다. 이름이 천하면 악신이 함부로 접근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고종황제의 아명이 개똥이였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동궐도

관명(冠名)은 관례 때 아명을 버리고 새로 지은 이름을 말한다. 관례는 일종의 성인의식이다. 남자의 나이 15세부터 20세 사이에 관례를 행하였다. 조선시대에는 관혼상제를 법으로 정하여 관례를 하지 않은 사람은 혼인과 벼슬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관례를 중시하였다.

()는 본이름 외에 부르는 이름이다. 흔히 장가 간 뒤에 성인으로서 본이름 대신으로 불렀다.

()는 본이름이나 자 이외에 쓰는 아명(雅名)이다. 따라서 호나 아호는 같은 말이다. 본인이 지은 호를 자호라고도 한다. 아호(雅號)는 문인이나 예술가 등의 호나 별호를 높여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시호와 묘호가 있다. 시호(諡號)는 왕이나 사대부들이 죽은 뒤에 그들의 공덕을 찬양하여 추증한 호를 가리킨다. 이순신의 시호는 충무공이다.

 

오죽헌 몽룡실

아호부터 시호까지 대표적인 이름을 가진 분이 율곡 이이(1536-1584)이다. 아명을 현룡(見龍)이라 했는데, 어머니 사임당이 그를 낳던 날 흑룡이 바다에서 집으로 날아 들어와 서리는 꿈을 꾸었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그 산실은 몽룡실(夢龍室)이라 하여 지금도 보존되고 있다. 자는 숙헌(叔獻), 호는 율곡(栗谷석담(石潭우재(愚齋), 시호는 문성(文成)이다.

그리고 세종대왕의 시호는 장헌영문예무인성명효대왕(莊憲英文睿武仁聖明孝大王)이다.

시호에 비하여 묘호(廟號)는 왕이 죽은 뒤 종묘(宗廟)에 신위(神位)를 모실 때 붙이는 호이다. 태조, 세종, 영조 등이다.

 

일월 오봉도

2. 아호

유교문화권에서는 사람의 이름을 직접 부르면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겼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 지위나 나이의 위아래를 막론하고 본 이름이나 자() 외에 별명처럼 편하게 부를 수 있도록 지은 이름이 아호(雅號). 일반적으로 본명을 불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자를 사용했으나, 자 또한 손윗사람이 지어주는 것이 풍조가 되면서 자도 직접 불리지 않게 된다. 그러면서 또 다른 이름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아호이다. 아호와 자의 차이점은 자는 성년 이후 한번 정하면 바뀌지 않으나, 아호는 별명처럼 마음대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아호(雅號)의 아()는 우아하다, 아름답다, 고상하다, 맑다, 라는 뜻이다. 즉 아호는 우아하게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화성 능행도

예를 들면 이이(아호 : 율곡, : 숙헌), 이황(아호 : 퇴계, : 경호), 송시열(아호: 우암, : 영보), 정철(아호 : 송강, : 계함) 등만 봐도 호는 익숙하지만 자는 확실히 낯설다. 이순신(아호: 기계, 덕암, : 여해) 정도가 아호보다 자가 그나마 더 많이 알려진 사례지만, 시호인 충무공이 자인 여해보다 훨씬 유명하다.

 

 

아호가 많기로 유명한 사람으로는 조선 후기의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1786-1856) 선생이다. 선생이 사용한 아호로는 가장 잘 알려진 추사를 비롯해 완당, 노과, 예당, 시암, 선객, 불노, 방외도인 등 수십 가지에 이른다. 선생의 자는 원춘(元春)이다.

 

세한도

현대 시인 중에는 이름보다 아호가 훨씬 더 익숙한 사람들이 많다. 박목월은 목월 박영종, 김소월은 소월 김정식, 조지훈은 지훈 조동탁, 이육사는 육사 이원록, 김영랑은 영랑 김윤식 등이다. 또한, 근현대에 활동한 인물들 가운데에서도 조선 말기의 영향을 받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아호를 사용한 사람들이 많다. 우남이라는 아호를 사용했던 이승만 대통령과 백범이라는 아호를 사용했던 김구 선생을 비롯해서 해공, 유석, 몽양, 인촌, 등이다.

 

강희맹 독조도

현재 일반인 중에서 아호를 가진 사람들은 서예, 동양화 등을 배운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호를 도장에 새긴 낙관을 찍는 것이 우리나라 서예작품이나 그림을 끝내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대개 그림이나 서예를 배운 스승님과 상의해서 만든다. 시조 시인도 호를 짓는 일이 많다. 또한 일반사람들도 아호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강희안 고사관수도

3. 아호 짓는 법

첫째, 의미 있는 문자를 사용해 그 사람의 인생관이나 좌우명, 신념 등을 알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본인의 소망, 취미, 적성, 성격, 직업에 알맞은 문자를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셋째, 부르기 쉽고 듣기 좋아야한다.

넷째, 아호는 겸손을 미덕으로 하여 소박하고 정감이 있는 문자를 사용해야 한다.

다섯째, 사용할 글자의 자원오행을 따져서 상생과 상극관계를 살피는 게 좋다.

여섯째, 아호 자체의 음양오행이나 수리오행에 서로 상극되는 경우를 피하고 상생이 좋다.

일곱째, 타고난 사주와 음양오행의 조화를 이루게 하고 본명의 결함을 보완해 주어야 한다.

 

김홍도 금계도

4. 아호의 소재

아호를 지을 때 소재(素材)의 선택이 중요하다. 소재로는 인생관이나 고향, 거처하는 장소, 자연등을 소재로 삼는다.

 

망우정

. 인생관과 신념

자신의 신념과, 인생관, 좌우명 등을 소재로 한다. 망우당(忘憂堂) 곽재우 의병장은 말년에 모든 근심을 잊고 살자는 의미에서 창녕군 도천면 우강리에 강정(江亭)을 짓고, '망우(忘憂)'라 편액하고 살았다. 백범 김구선생의 백범(白凡)은 모든 이가 평범함을 추구한 뜻이다. 무애 양주동 박사의 무애(無涯)는 넓고 멀어서 끝이 없는 일을 하려는 의도를 볼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아호는 중수(中樹). 나무는 바람이 불어 흔들림이 있어도 중심을 잡고 서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엿볼 수 있다.

 

안견 몽유도원도

비교적 최근 정치인 중에 이름보다도 아호가 더 유명한 분이 있다. 5선 국회의원을 지낸 허주(虛舟) 김윤환(金潤煥, 1932-2003) 의원이다. 아호 허주(虛舟)는 빈 배를 의미한다. 빈 배는 많은 사람들을 태울 수가 있어 좋다. 군 출신이 주도한 민정당 내에서 보기 드물게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선호했기 때문에 정무장관직을 여러 번 맡았다. 전두환 정권에서 문화공보부 차관, 대통령 정무비서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고, 노태우 정권에서는 민주정의당 원내총무, 정무장관을 거쳤다. 19903당 합당 이후에는 민주자유당 원내총무를 지냈으며, "김영삼 대세론"을 설파하여 동요하는 민정계를 설득해 김영삼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을 연달아 당선시키는 데 크게 일조하여 한때 킹 메이커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신사임당 조충도

그러나 허주의 빈 배는 비어 있는 배 즉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의미도 있다. 15대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고 야당이 되자 200016대 총선을 앞둔 이회창은 16대 대선에서 걸림돌이 될 중진들을 탈락시키고자 김윤환을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이 사건으로 이회창과 갈라섰다. 이후 그는 이기택, 김광일, 조순, 이수성, 박찬종 등의 한나라당 낙천자들과 함께 민주국민당을 창당해 경북 구미시에서 출마하였으나 낙선하였다. 이후 이회창의 집권을 막기 위해 "영남 후보론"을 내세우며 동분서주했으나 이 무렵 신장암 선고를 받고 2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신장암 선고를 받은 뒤 이회창 총재가 사과를 했으나 끝내 받아주지 않았다. 2003년 말 국립암센터에 입원했다가 신장암으로 향년 71세의 나이로 별세하였다. 이처럼 아호인 허주에 맞는 생을 살다가 갔다. 결국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배로 가는 것이다.

 

신사임당 조충도

. 태어난 곳

그리운 고향의 지명이나, 가고 싶은 곳의 지명, 사랑하는 사람의 고향 등을 소재로 한다. 율곡 이이(李珥)는 밤나무가 많은 지방에 살아서 아호를 율곡(栗谷)이라고 했다. 토정 이지함은 마포 나루터 부근 토굴에서 살아 토정(土亭)이란 아호를 썼다. 이승만 대통령은 서울 중구 우수현 남쪽에 태어나 우남(雩南) 이라 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거제도가 고향이면서 부산에서 정치를 시작하여 거제도(巨濟島)의 거()와 부산(釜山)의 산()을 딴 거산(巨山)이 아호이다. 이는 큰 산이 되겠다는 자신의 신념과도 같은 소재이기도 하다. 김대중 대통령의 아호는 후광(後廣)이다. 이는 전남 신안군 하의면 후광(後廣)리 출생에서 따왔다. 후광의 뜻도 뒤로 갈수록 넓어진다는 의미가 있어 자신의 삶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아호는 아산(峨山)이다. 강원도 통천군 아산고을 출생이다. 이 역시 지명이면서 높은 산처럼 살고자 하는 신념도 엿볼 수 있다. 아산병원이 여기에서 온 것이다.

 

신사임당 조충도

. 자연

시내, , 호수, 바다, , 바위, 나무, , 해와 달, 초막 등의 자연을 소재로 삼는 경우도 많다. 퇴계(退溪) 이황, 노계(蘆溪) 박인로, 뇌천(雷川) 김부식, 추강(秋江) 남효온, 송강(松江) 정철, 추호(秋湖) 전영택, 해운(海雲) 최치원, 만해(萬海) 한용운, 다산(茶山) 정약용, 고산자(古山子) 김정호, 도산(島山) 안창호, 연암(燕巖) 박지원, 송헌(松軒) 이성계, 송촌(松村) 지석영, 난계(蘭溪) 박연, 매월당(梅月堂) 김시습, 일해(日海) 전두환, 소월(素月) 김정식, 월탄(月灘) 박종화, 목월(木月) 박영종, 정암(靜庵) 조광조, 우암(尤庵) 송시열, 표암(豹庵) 강세황, 면암(勉庵) 최익현 등이다.

 

신사임당 조충도

5. 결론

현대에서의 아호는 문인, 화가, 학자 등이 본명 이외에 우아한 별호로 짓는다. 또한 의미 있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려고 하는 많은 일반 사람들도 아호를 가진다. 즉 누구나 원하는 사람들은 아호를 가질 수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본명 대신 자기가 원하는 이름을 하나 갖는 것도 삶에 있어서 활력소가 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본명 외에 아름다운 별호가 많았다. 이러한 별호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예우하며, 상대방의 위신을 지켜주고 치켜 세워주기도 한다. 이는 아호를 사랑스럽게 사용하여 온 아름다운 전통풍습이기도 하다. 좋은 의도로 사용되는 별호는 아주 고귀한 호칭이다.

호칭을 짓는 방법 중에 가장 좋은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어휘를 선택하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관, 좌우명, 신념, 소망, 취미, 적성, 성격, 직업 등을 고려해 알맞은 문자를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여기에 부르기도 쉽고 듣기도 좋으면 금상첨화다. 또한 음양오행과 자원오행, 본인의 사주에 용신의 오행이 더해진다면 더욱더 좋을 것이다. 그런데 본인이 좋다고 생각되면 음양오행이나, 자원오행, 용신오행은 무시해도 된다. 최고의 아호는 무엇보다 본인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신사임당 조충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