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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는 방법

공부잘하는 방법 2- 독서백편의자현

by 황교장 2009. 4. 11.

 

 공부잘하는 방법 2- 독서백편의자현

 

4월 6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중간고사를 치렀다. 중어중문학과 2학년에 편입을 했지만 1학년 과목을 배우지 않았기에 1학년 과목인 ‘초급중국어 1’과 ‘초급한문’을 수강 신청했다. 이 두 과목의 중간고사를 치루는 날이다. 저녁 7시부터 시험이 시작된다. 조금 일찍 부산지역대학에 도착하였다. 도서관에서 한 번이라도 더 책을 보아 첫 시험부터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다. 나름대로 평점 4,2 만점에 4,0이상을 받기로 목표를 설정하였다.

 

도서관이 어디에 있는지를 물으려고 하니 마침 1층에 도서관이 있었다. 그런데 학생증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시설장치가 되어 있다. 옆에 있는 사무실에서 학생증을 발급받는 서류를 작성하고 있는데 사진이 필요하였다. 직원에게 사진을 이곳에서 찍을 수 있는가 물으니 본인이 가지고 와야 한다고 했다. 그럼 지금 도서관에 들어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물으니 다른 신분증을 제시하면 된다고 한다.

 

얼마 만에 대학도서관에서 공부해보는 것인가. 감회가 새롭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나와 대각선 자리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의 책을 보니 민법책이다. 페이지 수가 삼천 페이지는 훨씬 넘어 보인다. 책 제목이 '민법1'이다.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민법총칙'이나, '물권법' 정도일 것이다. 30여 년 전에 공부하던 민법책과는 분량에서부터 압도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예전 고시 공부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책 두께를 보니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공부에 나이가 없다고 하지만 전혀 없다고 말할 수도 없겠다.

 

 석천서당

 

도서관에서 공부를 조금 하고나서 시험장에 도착을 하니 몇몇 분이 인사를 한다. 지난 주 출석수업 때 보았던 사람들이다. 그 중 한 분은 한문수업 시간에 감기로 몸이 몹시 피곤하여 잠깐 졸았는데 쉬는 시간에 “아저씨 잠 좀 자지 마세요, 아무도 안 조는데 아저씨만 존다”면서 핀잔을 준 학생이다. 그때 수업받으면서 교재의 내용을 적어둔 연습장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 학생이 그 연습장을 주워 주면서 “아저씨 한자 참 잘 쓰네요. 이래 잘 쓰면서 여기는 뭐 하려 왔어요” 하고 도로 질문을 한다. 한편 무안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했다. 바로 이분이 가장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러면서 자기에게 답안지를 좀 보여 달라고 하면서 자기의 옆자리에 앉기를 권한다.

내가 웃으면서 공부 많이 하지 않았느냐고 하니 직장다녀야 하고 아이 키워야 하고 공부까지 하려고 하니 너무 힘이 든다고 한다. 적령기를 놓치고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남들보다 몇 배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1교시 중국어 시험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지만 막상 시험지를 앞에 두니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어학은 완전한 암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한 번 더 깨닫게 한 시험이었다. 확실히 외우지 못한 문제는 올바른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최소한 10여 번이나 반복하여 외웠는데도 막상 시험문제를 접하고 나니 헷갈리는 것이 많았다. 외국어 공부는 통째로 외우는 방법이 최고이다. 어린아이가 처음으로 말을 익혀가듯이 반복해서 완전히 암송하는 것만이 중국어를 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2교시 한문 시험이다. 한문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3일 전에 한 번 대충 보았다. 그리고 중국어에 매달리다보니 마지막으로 한번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고 그냥 시험을 쳤다. 막힘없이 답을 다 쓰고 나니 10분이 지났다. 시험장을 나가는 것은 시험 시작 후 15분 후라는 것이 규칙이었다. 5분을 더 기다려야만 했다. 그래서 한 번 더 검토해 보니 한 문제가 틀린 것으로 보였다. 음을 쓰고 해석하는 문제였는데 어그러질 패(悖)자를 폐로 바꾸었다.

 

시험장을 나와서 찾아보니 처음 쓴 것이 맞았다. 괜히 고쳐가지고 틀린 것이다. 나는 우리말에서 ‘에’와 ‘애’, ‘으’와 ‘어’가 혼동된다. 귀로 구분이 안 되니 표기도 헛갈린다. 좀더 확실하게 알았더라면 이런 혼동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 번 더 정리를 하고 시험을 치렀더라면 이러한 실수는 없었을 것이다. 자만이 불러온 실수였다.

 

이 시험을 계기로 한자나 어학은 완전하게 익힐 때까지 반복연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한번 더 느꼈다. 수없는 반복과 최후의 순간까지 검토하는 겸손이 평점 4.0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공부에 반복연습이 중요하다는 것은 학습심리에서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 것은 「뇌, 새로고침」(열음사.2009,3,16) 읽고 나서이다. '공부 잘하는 방법 2'는 뭐니뭐니 해도 반복이라는 것을 이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사람 ‘이시우리 쇼이치’이다. 부제로 ‘늙지 않는 뇌를 만드는 10가지 생활습관’이란 타이틀이 붙어 있다. 저자는 일본 내 알츠하이머병 연구의 일인자로 소개되어 있으며 현재 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인간의 신체는 20세부터 노화하지만 뇌는 40대부터 늙는다고 주장한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는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살아 있는 동안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다가 죽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우리 인간이 건강하게 살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체력은 곧 뇌력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인간에게 뇌가 가장 중요한 장기이다. 아직도 뇌의 비밀은 다 밝혀지지가 않았다는 것이 뇌과학자들의 정설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을 중심으로 인간의 뇌도 몸도 건강하게 장수하는 10가지 생활습관으로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하나, 주 2-3회 이상, 1회 30분 이상 운동은 필수

둘, 과식은 금물, 균형 잡힌 식생활을

셋, 굿 바이! 스트레스

넷, 커뮤니케이션이 있는 하루하루

다섯, 호기심과 도전

여섯, 세 살 공부 습관이 여든까지 간다

일곱, 마감기한과 목표를 정하자

여덟, 자신에게 성공 보수를 주자

아홉, 독서는 뇌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

열, 의식적인 생활로 뇌에 부담을 주자

 

또한 백 세 이상의 장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조사에서

남성은

1위 집착하지 않는다

2위 소식하고 폭식과 폭음을 하지 않는다

3위 규칙적인 생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4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행동하기

5위 편식하지 않는다

 

여성은

1위 집착하지 않는다

2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행동한다

3위 소식하고 폭식과 폭음을 하지 않는다

4위 여유롭고 대범하고 느긋하다

5위 편식하지 않는다.

 

위에 열거된 내용들은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평범한 내용들이다. 그러나 실천하기는 쉽지가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위의 내용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과학적으로 분석을 했다.

 

 갈암종택

 

이 책을 다보고 난 후 뇌에 가장 좋은 것은 운동과 잠 그리고 학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노화는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뇌세포는 40세 이후 10년에 평균 5%씩 줄어든다. 지금의 과학으로는 뇌세포를 다시 젊게 만들 수는 없다. 이 줄어드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뇌세포가 줄어드는 속도를 늦추는 방법으로

 

 첫째, 호기심을 가지고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 언제까지나 기억력을 유지한 채 젊은 뇌를 유지할 수 있다.

괴테(1749-1832)는 노년이 되어서도 이성에 가슴이 설레 젊은 활기를 되찾았다고 한다. 괴테는 82세에 세상을 떠나기 전년도인 1831년에 ‘파우스트 2부’를 완성했다. 피카소는 1973년 4월 91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약 1만 3500점의 유화와 스케치, 약 10만 점의 판화, 약 3만 4000점의 삽화, 300점의 조각과 도기를 제작했다.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인 1970년에 아비뇽의 교황청에서 140점의 신작 유화전이 열렸을 정도로 80대 후반에도 창작의욕은 전혀 쇠퇴하지 않았다. 이처럼 끊임없는 호기심과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하는 사람은 뇌세포가 서서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둘째, 꾸준한 학습이다. 성적이 좋은 아이일수록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오랜 시간 공부해도 피곤하지 않고 그만큼 성적도 높다. 반대로 공부가 서툴고 공부하기 싫어 하는 아이는 조금만 공부해도 뇌에 큰 부담을 주어 짧은 시간만 공부해도 금세 피곤해한다. 당연히 효과도 떨어져서 결국에는 공부에 흥미를 잃는다.

배움과 학습은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게 한다. 무엇이든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배움과 학습을 반복하는 동안에 뇌는 지름길을 익히고 단시간에 일을 해낸다. 싫어하는 공부를 좋아하기 위해서는 처음 얼마 동안은 효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공부하여 뇌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주는 방법밖에 없다. 따라서 처음부터 효율적으로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요령을 피우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을 하면 몸에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학습을 반복하면 학습근육이 생긴다고 한다. 학습근육이 생길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습근육이 생기면 공부하는 습관이 잡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부하는 습관이 생기면 그 습관이 학습의 효율성을 더 높여준다.

 

결국 讀書百遍 意自見(독서백편 의자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이 말은 삼국지 위지 왕숙전(三國志 魏志 王肅傳)에 나온다. 즉 ‘책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드러난다’는 뜻이다. 완전히 익힐 때까지 반복연습을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로 되돌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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