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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통영 연화도와 우도 여행-1

by 황교장 2024. 6. 20.

통영 연화도와 우도 여행-1

 

통영은 섬이 570개(유인도 44개, 무인도 526개)나 된다고 한다. 이 중 연화도와 우도를 가기 위해 오래된 친구들과 2024년 6월 16일 오전 9시 20분에 통영 중화항에서 연화도로 향하는 배를 예약하였다.

연화도

여름 여행의 백미는 섬 여행이다. 섬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다. 이날은 섬 여행하기에는 최적의 날이었다. 적당한 기온에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파도는 잔잔하여 호수 같은 바다이다. 삼대가 적선해야만 만날 수 있는 날씨라 여겨졌다.

부산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중화항에 8시 반에 도착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많아서 붐빈다. 아침 전이라 충무김밥을 먹고 가려고 했으나 시간이 조급할 것 같아 포장해 선상에서 멋진 풍광을 감상하면서 먹기로 했다. 생각보다 승선 인원이 많았다. 갑판 위의 자리를 잡지 못하고 실내에서 충무김밥의 맛을 즐겼다.

그런데 식사하고 나자 선내 방송으로 실내에서는 음식을 먹지 말라는 안내를 하였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차원인 것 같았다.

섬과 바다가 이어지는 풍광을 감상하다 보니 연화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내리는 사람이 족히 수백 명은 될 것 같았다. 주된 인원은 여행사와 산악회에서 주관하는 등산객들과 수국을 보러온 사람들이다. 점심 먹을 횟집에 짐을 맡기고 산행을 시작했다.

연화도 등산 코스는 A코스와 B코스로 구분되는데 A코스(약 9㎞)는 냉동창고 앞~연화봉~보덕암~출렁다리~용머리 전망대~동두마을~쉼터~연화사~선착장으로 이어지는데 약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B코스(약 8㎞)는 분교~연화사~연화봉~보덕암~석탑~용머리 전망대~쉼터~분교~선착장으로 이어지며 약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우리는 A코스를 선택하고는 출발했다.

시작부터 가파른 계단길이다. 제법 숨을 헐떡이면서 걸었다. 산악회를 따라온 여성 두 분이 수국을 볼 수 있는 길이 이 길 외에 없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B코스를 알려주자 그들은 되돌아 내려갔다. 되돌아간 것은 아주 잘한 선택일 수도 있다. 등산은 처음에서 가볍게 천천히 오르다가 사점(Dead point)을 지나야만 잘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작점부터 가파른 오르막이지만 주변 경치가 주는 눈맛은 일품이다. 멀리 섬들이 올망졸망 다 보인다. 아름답고 평화롭다. 박경리, 유치환, 김춘수, 윤이상 등등…. 이름만 들어도 울림이 전해지는 문인들이 이곳 통영 출신이다. 이분들은 이러한 경관들을 보면서 예술적 감성을 키웠을 것이다.

동행한 친구 중 한 명은 지난 오월 한 달 동안 유럽 여행을 마치고 왔다. 친구는 지중해 크루즈 여행을 극찬하면서 특히 지중해 한가운데에 있는 몰타섬은 죽기 전에 꼭 한번 가 보라고 권한다. 그러면서도 지금 이곳도 몰타가 있는 지중해 크루즈 여행에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지중해는 조금만 나가면 망망대해라 이처럼 아기자기한 맛이 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여름 여행은 역시 바다 섬 여행이 일품이다. 친구들에게 내년 여름에는 비진도에 가자고 제안하자 좋다고 한다. 한 친구가 순간적으로 한려수도의 뜻이 생각이 안 나 검색해 보니, 한려수도(閑麗水道)는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도 부근에서부터 충무, 삼천포, 남해 등을 거쳐 전라남도 여수에 이르는 물길이라고 국어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금 보이는 이곳 바다도 한려수도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눈맛 나는 경관도 보면서 걷자 이윽고 연화도에서 가장 높은 연화봉(蓮花峰·215m)에 도착했다.

섬의 형상이 바다 가운데 한 송이 연꽃이 핀 모습이라 연화도(蓮花島)라고 한다. 연화도는 통영의 섬 중에 최초로 사람이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사방이 다 보인다. 동서로 3.5㎞, 남북으로 1.5㎞의 작은 섬이지만 수려한 풍광 덕분에 결코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산 정상에는 큰 불상이 서 있어 당연히 해수관음보살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안내판에는 아미타대불이라고 되어 있다.

연화봉 아미타대불

아미타불(阿彌陀佛)은 모든 중생을 구제하여 서방 극락정토로 이끄는 부처이다. 아미타는 무한한 광명과 무한한 수명을 보장해 주는 부처라는 두 가지 뜻을 지닌다. ‘아미타경’에 따르면 아미타여래는 최고의 깨달음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모든 중생을 구제하는 존재이다. 아미타불이 봉안되는 불전은 극락전, 미타전, 무량수전(無量壽殿), 무량광전 등으로 부른다.

보덕암 해수관음보살상

그런데 해수관음보살의 보살(菩薩)은 부처를 보필하면서 중생을 구제하고, 궁극적으로는 부처가 되기 위해 열심히 수도하는 자를 말한다. 관음보살(觀音菩薩)은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이다. ‘법화경’의 ‘관세음보살 보문품’에 따르면, 인간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관음보살을 부르면, 관음보살은 자신을 변신시켜 중생을 구제한다. 유한적인 삶을 사는 인간으로 태어나 나이가 들수록 종교에 관심이 더해지는 것 같다.

연화봉에서 내려오면 연화도인과 사명대사가 수도한 토굴 터가 나온다.

그런데 영 현실감 없이 만들어 놓았다. 이곳은 연화도의 기원과도 관련이 있다. “연산군의 억불정책으로 연화도로 은신한 연화도인이 제자들과 연화봉 밑에 토굴을 짓고 전래석을 부처님 대신 모셔 놓고 예불을 드리면서 수행한 곳으로, 연화도인은 ‘내가 죽거든 바다에 수장해달라’는 유언을 했다. 제자들과 섬 주민들이 시신을 수장하자 도사의 몸이 한 송이 연꽃으로 승화했다고 한다.” 그래서 연화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전설의 발원지이다.

조금 더 내려오면 보덕암과 연화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우리는 보덕암으로 향했는데 뒤따라온 친구가 보이지 않아서 연락해보니 연화사로 가고 있었다. 다시 갈림길에서 만나 능선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진신 사리탑이 나온다. 사리탑 앞에서 휴식을 취하자 명당이 따로 없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온몸을 시원하게 한다. 양말까지 벗어 땀을 식히고는 다시 출렁다리로 향했다.

아찔한 협곡을 이은 출렁다리는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가슴이 출렁거릴 정도로 스릴과 서스펜스를 느끼게 한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연화도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이곳 일대를 용머리해안이라 한다.

용머리해안은 통영 8경에 들 정도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길게 늘어선 바위들이 마치 용이 바다를 향해 달려가려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풍수에서 용은 산맥을 말하기도 한다.

이곳이 연화도 산행의 마지막 코스다. 이젠 왔던 길을 되돌아가거나 동두마을로 내려가 선착장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버스를 타기 위해 동두마을로 내려갔다. 마을을 내려가는 마지막 코스는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 암벽타기코스다. 군인 시절 유격훈련을 받는 느낌으로 잘 내려왔다. 친구들 모두 아직은 쓸만한 체력을 갖고 있다. 암벽타기의 마지막 지점이 작은 몽돌해변이다. 수영을 좋아하는 친구가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바다에 들어가려 한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 수영은 하지 못하고 족욕으로 대체했다. 족욕만으로도 피로가 다 풀렸다. 방파제를 넘어 동두마을 버스 주차장에 도착하자 버스를 타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너무 많이 서 있다. 그래서 걸어서 선착장까지 왔다.

짐을 맡긴 횟집에서 고등어회와 잡어를 시켰다. 고등어는 성질이 급해 물 밖에 나오면 바로 죽고 부패도 빨라 활어로만 장만한다. 갓 잡은 고등어 회는 비린내가 나지 않고 고소하여 씹을수록 맛이 좋다. 잡어를 시켰는데 줄돔회가 나왔다. 이곳에서는 줄돔회도 잡어에 속할 정도로 어족자원이 풍족한 셈이다.

맛있는 회를 마음껏 먹고는 숙소가 있는 우도로 향했다. 이곳에는 섬 3개(연화도, 반하도, 우도)가 가로로 펼쳐져 있어 이들 세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명물이다.

연화도와 반하도를 연결하는 총 길이 302m의 보도교는 현수교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보도교라 한다. 보도교를 건너는 맛 또한 일품이다. 친구들은 사진 찍기에 열심이다.

보도교를 건너면 수백 년은 됨직한 동백나무 군락이 형성되어 있다. 동백꽃이 한창일 2월에 이곳에 오면 아름다운 동백을 볼 수 있겠다고 생각되어 다시 한번 오고 싶은 곳이다.

반하도는 섬이 너무 작아 곧바로 반하도와 우도를 연결하는 트러스트교(길이 79m)가 나왔다.

트러스트교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물빛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경관을 자랑한다. 이 다리를 건너면 우도다.

우도에는 25가구, 40여 명 주민이 살고 있다. 우도가 외지인들의 주목을 받게 된 건 연화도와 우도를 잇는 보도교가 놓이면서라고 한다. 숲길을 따라가면 먼저 아랫마을(작은 마을)을 만난다. 이곳에는 선착장이 있다. 다시 언덕길을 넘으면 윗마을(큰 마을)에 이른다.

날이 더워 땀이 온몸을 적신다. 마침 무인카페가 있어 시원한 얼음이 가득한 복숭아 주스를 마셨다.

 
 

카페를 나와 조금 오르니 처음 보는 희귀한 백동백 나무가 있다.

힘을 내어 마지막 고개를 넘자 구멍섬 해수욕장이 나온다. 구멍섬 해수욕장 바로 입구에 있는 아라돔 하우스 펜션이 오늘 우리가 머물 숙소다.

숙소에는 접시꽃이 한창이다. 주인아주머니가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 준다. 숙소의 시설도 아주 정갈하여 마음에 들었다.

한 시간 정도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해수욕장 바로 앞에는 구멍이 있는 ‘구멍섬’이 있다. 섬 가운데 사방 5m 정도의 구멍이 뻥 뚫어져 있어 저물녘이면 이 구멍으로 붉은 햇살이 쏟아지는 독특한 장면이 펼쳐진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장관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구멍섬 옆에 있는 목섬에서 봐야 구멍이 온전하게 보인다고 한다.

수영을 30년 이상 한 베테랑 친구는 구멍섬까지 헤엄쳐 가기 위해 출발했다. 그런데 반쯤 가다가 되돌아왔다. 이유인즉 바닷물 온도가 낮아져서다. 분명히 넣었다고 생각한 방한복 슈터를 두고 온 것이다. 잘못하면 심장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아마 다음에 다시 한번 더 오라는 구멍섬 신의 계시일 것이다.

넓디넓은 구멍섬 해수욕장에는 우리 세 사람뿐이다. 해수욕장 전체를 독차지한 셈이다. 만족할 만큼 해수욕을 즐기고는 숙소로 들어와 저녁을 먹고는 숙소 앞에 있는 탁자에서 간단한 파티를 열었다.

오늘 걸은 총 거리가 2만3천 보가 넘었다. 칠십이 넘은 나이에 친구들 모두 대단한 체력이라고 느껴졌다. 해는 서쪽 산에 기울고 있다. 섬에서 보는 일몰은 장관이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생각하자 내가 좋아하는 이백의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가 떠오른다.

“夫天地者 萬物之逆旅 光陰者 百代之過客 而浮生若夢 爲歡幾何 古人秉燭夜遊 良有以也(부천지자 만물지역려 광음자 백대지과객 이부생약몽 위환기하 고인병촉야유 양유이야)

대저 천지라고 하는 것은 만물의 여관이요, 세월은 영원한 나그네와 같다. 뜬구름 같은 인생이 꿈과 같으니 즐거움을 누리는 때가 얼마나 되겠는가? 옛사람이 손에 촛불을 밝혀 든 채 밤에 유유자적 노닐었음은 참으로 까닭이 있었다.”

유한하고 무상한 삶 속에서 때로는 무한하고 의미 있는 삶을 느낄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다. 삶이 다하는 날까지 튼튼한 두 다리로 오래오래 친구들과 여행하는 것은 앞으로 남은 내 삶의 화두가 되었다. 해가 지자 모기들이 극성을 부려 방으로 들어가 화기애애한 이야기로 오늘 여행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