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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영양 서석지와 봉감모전오층석탑

by 황교장 2007. 7. 15.
 

영양 서석지와 봉감모전오층석탑


주실마을을 나와 영양읍을 우회하여 진보 방향으로 10여 분 가면 경치가 좋은 바위산이 강 건너에 보인다, 맞은편에 남이 장군이 잘랐다는 전설이 있는 선바위(立岩)가 있다. 이 선바위 때문에 이곳 일대가 입암면이다. 이곳은 일월산 동쪽 용화동에서 발원하여 흘러 내려온 반변천과, 일월산 서쪽에서 발원한 청계천이 만나는 곳이다. 합수머리인 이곳을 남이포라고 한다. 남이포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양반들이 살 만한 마을이 나온다. 이곳이 서석지가 있는 연당리다. 마을에 들어서면 큰 은행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민가 정원의 백미로 알려진 서석지다. 전라도 담양에 소쇄원이 있다면 경상도 영양에는 서석지가 있는 셈이다. 서석지와 소쇄원은 쌍벽이다.

 서석지 은행나무(수령 400년)

 

서석지(瑞石池)는 글자를 풀이하면 상서로운 돌이 있는 연못이라는 뜻이다. 연못 안에 울퉁불퉁 솟아난 60여 개의 서석들이 깔려 있다. 이 돌들은 석영사암이라서 물속에서도 돌 빛이 희게 빛나 보여 기이함을 더해준다. 이 돌들은 다른 곳에서 갖고 와 조성한 것이 아니고 본래 그 자리에 있는 것을 그대로 살리면서 연못을 만들었다고 한다. 서석지는 광해군 5년(1613) 석문 정영방(1577-1650)선생이 조성한 민가의 연못이다.

 서석지의 서석

 

서석지 경정에 걸려 있는 임천산수도(林泉山水圖)를 보면 이곳은 일월산에서 용맥이 뻗어 자양산(紫陽山) 남쪽 기슭인 이곳에서 혈이 맺힌 명당자리다. 연못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주일재(主一齋), 서쪽에 경정(敬亭), 뒤쪽에는 수직사(守直舍)가 있다. 연못은 자연스럽게 자연석으로 쌓았고 연못 북쪽에는 네모난 단을 만들어 매화, 국화, 소나무, 대나무 심고 사우단(四友壇)이라 하였다. 연못의 동북쪽에서 물이 들어오는 곳을 읍청거(揖淸渠, 읍하여 맑은 물을 받아들이는 개천)라 하고 서남쪽으로 물이 나가는 곳에는 토예거(吐穢渠, 더러운 것을 토하는 개천)라 하였다.

 

 사우단과 주일재

 

서석지는 매번 갈 때마다 느낀 것이지만 청소를 잘해 놓아 늘 깨끗하다. 매일 이집 주인이 청소를 하는 모양이다.

올 1월에 남부교육청 교감단 연수 때도 이곳에 왔는데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방과 마루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어 이집 주인의 아름다운 배려에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경정 마루에 앉아서 연못과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있으면 내가 신선이 된 기분이 든다. 연꽃이 만발한 여름날에 이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경정

 

아쉬운 마음으로 서석지를 뒤로 하고 같은 임암면에 위치한 봉감모전오층석탑(국보 187호)으로 향했다. 남이포에서 반변천이 청계천의 물을 받아 들여 봉감모전석탑 앞으로 흘러 간다. 올 1월에는 주차장이 없어서 대형버스를 어디에 둘 지를 고민을 했는데 마침 새로운 주차장을 만들어 놓아서 다행이다.

 봉감모전오층석탑

 

이 탑은 통일신라시대에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5층 모전석탑으로 봉감 마을에 있기 때문에 봉감탑이라고도 불린다. 모전석탑은 우리나라 문화가 만들어낸 특이한 탑으로 벽돌모양으로 돌을 잘라 쌓은 석탑이다. 모전석탑은 쌓은 재료는 돌이나, 쌓는 방법은 전탑을 닮았다. 석탑과 모전석탑의 형식상 차이는 지붕돌의 낙수면 모습이다. 석탑은 처마선이 매끄럽게 흘러내리는 모습이지만 전탑이나 모전석탑은 층층이 쌓았기 때문에 계단처럼 층급을 이룬다. 모전석탑은 일종의 과도기적인 형식이다. 모전석탑의 원조는 경주에 있는 분황사석탑이다.

봉감탑은 평평한 자연석 기단 위에 2단의 탑신받침을 쌓고 탑신은 수성암을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쌓았다. 탑신 하반부에는 화강암으로 섬세하게 조각한 문주(門柱)와 미석(楣石, 이맛돌)이 있는 불상을 모시는 감실(龕室)이 있다. 탑의 높이는 약 9m이다. 그러나 상륜부가 남아 있지 않아 아쉽다.

 

봉감모전오층석탑 앞에서

 

탑도 사주팔자가 있는 모양이다. 봉감탑과 신세동칠층전탑을 한번 비교해 보자. 신세동탑은 기차철로에 막혀 답답함을 느끼는데 이곳의 풍광은 우리나라 탑의 위치 로서는 내가 볼 때 단연 최고다, 앞에는 강과 산이 조화를 이루고 너른 들판에서 당당하게 우뚝 서서 절경을 굽어보고 있으니  봉감탑은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이곳 강에는 수달이 서식할 정도로 깨끗하고 맑은 물이 흐른다.

봉감탑을 뒤로 하고 7월 17일 다시 오기를 기약하면서 기나긴 여정을 여기에서 마치고 부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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