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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모두가 함께 한 문화체험연수 2

by 황교장 2007. 7. 22.

 

모두가 함께 한 문화체험연수 2


저녁을 먹고, 씻을 사람은 씻고, 7시 경에 서원 흥교당에 다 모였다. 이곳은 농암선생을 모신 서원이다. 어부가, 농암가를 보면 농암선생은 풍류를 가장 잘 아시는 분이었다. 선생의 얼을 기리면서 본격적인 연수를 시작하였다. 흥교당은 마루가 넓어서 50명은 충분히 활동할 수 있다. 

 

긍구당 현판(신잠선생의 전서)

 

부산에서 출발할 때 잘 아는 집에서 미리 아이스박스에다 자연산 회를 충분히 준비를 해 가지고 왔다. 아이스박스를 열어 보니 아직 얼음이 그대로 남아 있어 회의 신선도가 유지되었다. 부산 사람들은 회를 너무 좋아한다. 회가 준비된 것을 미처 모르고 있었던 사람들은 회를 보고는 입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분강서원 흥교당 마루에서

 

이곳은 노래방 같은 시설이 없는지라 미리 장구를 준비했다. 사회자의 사회로 모두 한 곡씩 장구 반주에 맞추어서 노래를 부르거나 그동안 학교생활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장구 반주는 내가 주로 하고 교장선생님이 일부 하시기도 했다.

주(酒)님과 함께 하면서 서서히 분위기가 무르익어 간다. 그동안 미처 몰랐던 각자의 장기자랑이 다 나오는 것이다. 열기는 점차 고조되어 간다. 어느새 10시다. 비가 오기 시작한다. 많이도 온다. 빗소리 또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몸이 좋지 않아 먼저 누운 몇 사람을 빼고 나면 모두 다 같이 동참하고 있다.

장구장단에 신나게 신풀이를 하고 나면 목이 마르다. 이 갈증을 주님으로 채우고 나면 또 신명이 그립다. 노래가사집이 없으니 지금껏 자신이 가사를 외우고 있는 노래가 다 나온다. 산토끼, 나의 살던 고향은, 새 나라의 어린이도, 퐁당퐁당 등 초등학교 때 배운 동요란 동요는 다 나온다. 장구 장단에 맞추어서 앞사람의 어깨를 주물러 주면서 흥교당 마루를 계속 돈다. 도(道)는 단순한 것에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게 한다. 앞으로 돌고, 뒤로도 돌고, 돌고 돈다. 땀이 서서히 나면서 주님도 같이 깬다. 또 다시 그동안 밀렸던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주님이 다시 찾아오면 장구장단에 돌고 또 돈다. 노래방과 차이점은 노래가사가 없는데도 계속해서 노래가 끊기지 않는다는 점과 노래방에서는 아무리 재미가 나도 3시간 이상은 놀기 어려운데 어느덧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45분이었다.

어린 시절 이후로 이렇게 장시간 장구를 쳐본 기억이 없다. 내가 태어나 한 가장 긴 시간의 장구 반주다. 그때까지도 많은 동료들이 함께 이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장구 치고 노는 놀이가 이처럼 재미가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고 다들 입을 모은다. 역시 우리 악기에 우리가락이 좋다.

바로 이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직원연수의 백미다. 조직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학교 구성원들 간에 그 동안 어색했거나 오해와 나쁜 감정들을 말끔히 해소하는 시간이다. 구성원들이 인간애로 뭉치면 교육의 질과 효율성은 저절로 높아진다.

내일의 일정을 위해서는 에너지를 비축해야 한다. 내일 아침에  퇴계예뎐길을 갈수 있겠느냐고 다들 묻는다. 아쉽지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힘이 들 것 같아 충분히 휴식을 취하게 했다. 밤새 많은 비가 내렸다. 

 

 

 

 농암종택 앞  풍경들


7월 17일 제헌절 아침에 일어나니 7시 반이다. 아직 주님이 함께 하고 있다. 샤워를 하는데 수질이 매우 부드럽고 좋다. 식사는 농암종택 안방에서 했다. 어제 내 글 “다시 찾은 고향 농암종택”을 컬러로 인쇄한 것을 종손께 드렸는데, 아침 첫 인사가 글을 너무 잘 썼다고 칭찬을 한다. 칭찬 받고 기분 안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 농암종택 자랑을 해 주었으니 당연히 잘 썼다고 말할 수밖에!

종손과 그동안 궁금했던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는 모두 국학진흥원에 보관되어 있어 여기에는 하나도 없다고 한다. 단지 긍구당 현판 글씨가 진품이고, 사랑에 걸린 ‘적선(積善)’이라는 현판이 선조 어필 진품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종손께서 지금껏 장구장단에 맞추어 놀이하는 팀은 처음이라고 하면서 분포중학교 선생님들은 정말 풍류를 아는 분들이라면서 칭찬을 하였다.


출발 예정 시간이 9시인데 모두들 갈 생각이 없다. 오늘 일정은 다 취소하고 여기서 점심까지 먹고 바로 부산으로 가면 안 되느냐가 중론이다. 비오는 농암종택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좋다고 한다. 그저 강물만 바라만 보아도 포만감이 충만하다고 한다.

 

농암종택도 좋지만 남아 있는 곳도 두 배 내지는 세 배가 더 좋다고 유혹했다. 그럭저럭 10시에 출발을 했다. 청량산을 돌아가는 경치는 역시나 언제 보아도 일품이다. 약 50분쯤 가면 조지훈시인의 생가인 주실마을이 나온다. 이곳에 도착을 하니 조금씩 내리던 비도 이미 멈추었다.

지훈문학관

 

지훈 문학관 현판(조지훈시인의 부인 친필)

 

 지훈문학관 앞에 차를 세우고 안내원의 안내와 설명을 들으면서 문학관 견학을 했다. 얼마나 볼 것이 많은지 몇 분들은 나올 생각을 않는다. 일정 상의 이유로 데리고 나왔다. 좋은 사람과 같이 한 번 더 오시라고 하면서.

 

호은종택(조지훈 생가)

 

 주실마을 앞 문필봉과 코스모스

 

문학관을 나와 생가인 호은종택까지 걷는 데는 제법 거리가 있다. 길가의 밭에는 고추가 많이들 달려 있다. 참깨, 들깨도 몰라서 질문하는 사람도 있다. 가지밭의 가지를 보더니 ‘가지밭의 가지는 밤에만 없어지는데 다 고만고만한 것만 없어진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누었다.

작약을 왜 이리도 많이 심었는지, 문필봉이 어느 것이냐? 연적봉은 어디인가, 기타 등등 질문이 한창이다. 생가 마루에 걸터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삼삼오오로 짝을 지어 마을 한 바퀴를 돌았다. 마지막으로 월록서당을 견학했다. 나오면서 몇 사람이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주실마을 전경

 

 월록서당

 

농암종택만 좋은 줄 알았는데 이곳을 보니 온 것이 너무 잘했다고 한다. 아직 안 가 본 마을 뒤쪽에 한번 갔다 오면 안 되는지를 묻는다. 다음에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와서 즐기라고 하면서 아쉬움을 접고 서석지로 향했다.

 

서석지 경정

 

서석지 연꽃

 

 

서석지 서석과 연꽃 

 

서석지에 도착을 하니 보슬비가 내리고 있다. 서석지에는 연꽃이 한창이다. 경정 마루에 앉으니 연못과 연꽃, 사우단, 서석 등이 보슬비와 어우러져 운치를 더하고 있다. 모두가 넋을 놓고 있다. 아무도 갈 생각을 않는다. 역시 악역은 내 몫이다. 가기 싫어하는 발걸음을 떼고 마지막 답사처인 봉감모전오층석탑이 있는 봉감마을로 향했다.

 

서석지 연꽃

 

 좁은 길인데도 기사님의 뛰어난 운전 실력으로 주차장까지 갈 수 있었다. 봉감탑 안내판의 내용 설명을 마치고 강으로 갔다.

 

봉감모전석탑 설명하는 모습(너무 웃었나?)

 

수달이 서식한다는 안내판이 있다.

강가의 풍광이 너무 좋다고 모두들 입을 모은다. 몇몇 사람이 이번 연수가 너무 유익하고 좋다면서 감사의 말을 한다. 그동안 열심히 준비하고 글 쓴 보람이 있었나 보다.

 

봉감모전5층석탑 앞에서

 

 

 봉감탑 앞 풍광

 

30분 거리에 있는 청송 달기약수 식당에서 여름보양식인 약수로 만든 닭백숙을 맛있게 먹고 부산으로 향하면 이번 답사여행은 마지막이다.


달기약수에 도착하니 시계는 1시 반이다. 휴일이고 휴가철이라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백숙도 맛이 있다고 하면서 닭백숙을 싫어하는 나의 식성을 아는 모선생님이 ‘좋아하지도 않는 백숙을 왜 먹으러 왔는지 모르겠다며’ 내 생각을 해 준다. ‘이왕 봉사하는 김에 풀코스로 봉사하자’ 는 마음으로 그랬다면서 슬그머니 내 자랑을 했다.

점심을 먹고 2시 30분에 출발하여 무사히 부산에 5시 30분경에 도착했다. 이것으로 올 1학기 농사는 끝이 났다. 한편으로는 흐뭇하고 한편으로는 섭섭하다. 함께 한 사람들과는 많은 문화적 경험과 인간애를 공유했기에 흐뭇했고, 함께 하지 못한 선생님들은 그런 경험을 공유하지 못해서 섭섭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연수가 되었으면 한다. 방학은 했지만 1박 2일 정도는 학기의 연장이자,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인간애를 가지면 누구나 동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연수가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와주신 교장선생님과 이 글에 좋은 사진을 제공해 주신, 손순규, 이선예, 이재창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방학이 휴식과 자기 연찬의 알찬 시간이기를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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