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중국여행

중국 연수 4 - 항주 서호

by 황교장 2008. 8. 26.

중국 연수 4 - 항주 서호

 

산외산 식당을 나와 선착장으로 가는 길은 아름답다. 항주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서호 주위를 한 바퀴 달리는 것이다. 그러나 숙소가 서호까지 차로 30분 이상 되는 거리에 있었다. 아쉬웠다. 아름다운 서호를 이른 아침에 한 바퀴 달려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거리도 서호의 둘레가 15km라고 하니 가장 적당하다. 준비운동을 합쳐 천천히 두 시간이면 충분하리라. 평소 휴일 날 아침에 하는 운동량과 비슷하다. 언젠가는 서호 근처에서 숙박을 하고 나서 꼭 한 번 달려보리라고 다짐을 해본다.

 

 선착장과 유람선

 

선착장은 소동파가 세웠다는 소재에 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서호를 찾는다. 유람선을 타고 약 50분간 서호의 뱃놀이가 시작된다. 이 배의 특징은 배터리를 충전하여서 동력을 일으킨다.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서호의 유람선은 직접 노를 젓거나 이처럼 배터리 충전을 한 배로 유람을 한다. 따라서 배 멀미가 없다고 한다.

 

서호에서는 세 가지 금지사항이 있다. 화장실 금지, 수영 금지, 낚시 금지다. 그러나 60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한시적으로 낚시가 허용된다고 한다. 또한 서호에서 기르는 것이 3가지가 있다. 연꽃과 물고기와 민물조개란다.

원나라 때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에서 항주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경탄했다고 한다. 아마 서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탈 배는 13시에 출발하였다. 출발 10분 전에 도착했는데 이미 배에는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다. 유람선의 구조는 2층으로 되어 있다. 1층은 방이다. 따라서 에어컨이 켜져 있어 다소 시원한 편이다. 2층은 선상이다. 서호의 자연 바람이 많이도 불어온다. 그러나 물 위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땀이 난다. 그만큼 더운 날씨였다.

 

 

 

나는 1층에서 우리 가이드의 안내를 듣다가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오르니 여긴 동양 삼국의 가이드 경연장이 되었다. 제일 먼저 우리 조선족 가이드가 설명을 한다. 강원도 춘천에서 온 고교 동창인 40대 초반의 남자들의 부부모임에서 자녀들도 데리고 왔다고 한다. 친구들끼리 와서 가이드의 안내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안내가 끝나자마자 일본 가이드가 설명을 한다. 이 일본 가이드가 끝나고는 중국 가이드가 설명을 한다. 그런데 중국어로 설명을 하고 있어서 이상하게 여긴 나머지 우리 조선족 가이드에게 저분들은 어디에서 왔기에 중국어로 설명을 하는가를 물어보니 홍콩 사람들이라고 한다. 역시 홍콩은 올림픽도 따로 나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정치와 문화가 백 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아 지금도 다른 나라의 요소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구나 하고 느꼈다.

이 중에서 중국가이드는 미인에다가 목소리가 아름답고 발음 또한 성조가 있어 듣기에도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손짓과 몸짓이다. 알아듣지는 못해도 대강은 어디를 설명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여기서 또 하나를 배운다.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경우에 따라서는 말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필요하면 손짓 발짓을 다 동원해야 한다.

 

서호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안개 낀 봄날의 새벽, 잔설이 남아 있는 다리, 산봉우리에 걸린 석양, 잔잔한 호수에 비친 맑은 가을 달 등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서호는 1山, 3堤, 3島, 西湖十景 이 있어 유명하다고 한다. 일산은 호수 가운데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자그마한 산인 고산(孤山)이다. 3堤(제)는 堤坊(제방) 3곳을 말한다. 이는 소동파(소식)와 백거이(백낙천) 및 양공이 지방관으로 있을 당시에 서호를 보호하기 위해 준설을 하였는데 준설을 한 토사를 버릴 데가 없어서 고민을 하다가 토사로서 제방을 만들었다. 그 위에 버드나무와 꽃을 심었는데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소동파의 소제, 백거이의 백제, 양공의 양공제라 부른다. 3島(도)는 호수 가운데에 만든 3개의 인공 섬으로 소영주, 호심정, 완공돈을 말한다.

 

 소동파의 소제

 

서호 10경은 서호에서 경치가 좋은 10곳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경치가 좋은 곳은 8경까지 있다. 그러나 서호는 워낙 뛰어난 곳이 많아서 10경까지라고 한다. 이 10경을 다 보려면 아마 며칠은 항주에서 유해야 할 것이다. 이는 후일을 기약하면서 10경의 이름만 열거하고자 한다.

 

소제춘효(蘇堤春曉), 곡원풍하(曲苑風荷), 평호추월(平湖秋月), 단교잔설(斷橋殘雪), 유랑문앵(柳浪聞鶯), 화항관어(花港觀魚), 삼담인월(三潭印月), 쌍봉삽운(雙峰揷云), 남병만종(南屛晩鐘), 뇌봉석조(雷峰夕照)

 

이 10경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제일로 쳐 주는 것은 보름달이 뜬 밤의 삼담인월이라고 한다. 이는 호수 안에 섬이 있고, 섬 안에 호수가 있어서다.

 

우리나라의 개화 사상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해국도지(海國圖志, 유길준 선생은 과거공부를 하다가 해국도지를 보고는 개화에 힘씀)의 저자인 위원(魏源, 1794-1856)은 이곳 항주 출신이다. 그는 그의 시 西湖夜遊吟(서호야유음)에서

‘맑은 호수는 비 내리는 호수만 못하고, 비 내리는 호수는 달빛 호수만 못하고, 달빛 호수는 눈 내리는 호수만 못하다.’고 하였다. 이곳 항주는 강남지방이라서 눈이 잘 오지 않는 지역이다. 따라서 눈이 내리는 서호의 풍광이 단연 압권이겠다. 상상만 해도 멋진 경치다.

 

보수탑 

 

뇌봉탑

 

서호는 7천여 년 전 전당강의 얕은 만이었다. 만 입구가 전당강의 토사에 막히는 바람에 호수가 되었다. 원래 이름은 무림수였다고 한다. 서호의 물이 깨끗한 이유 중 하나는 전당강의 물을 끌어들여 한 달에 한 번씩 갈아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서호가 유명한 것은 호수가 넓어서도, 또한 물이 맑아서도 아니다. 바로 중국의 역사가 이곳에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저 평범한 담수호일 따름일 것이다. 그 중 일등공신에는 단연 소동파 소식이다.

소동파는 그의 시 ‘吟湖上初晴後雨(음호상초청후우, 서호의 개고 비오는 경관을 읊음)’의 다음 구절에서 서호를 더욱더 빛낸 것이다.

 

水光瀲灩晴方好(수광렴염청방호) 물빛이 반짝거려 맑은 날이 좋더니

山色空濛雨亦奇(산색공몽우역기) 비오는 날엔 안개 자욱하여 기이하네.

欲把西湖比西子(욕파서호비서자) 서호를 서시에 비기고 싶은데

濃粧淡抹悤相宜(농장담말총상의) 짙은 화장도 엷은 화장도 모두가 잘 어울리는 구나.

 

즉 서호의 뛰어난 경관은 맑은 날도 좋고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도 좋고 심지어 눈이 오면 더욱 좋다는 뜻이리라. 즉 서호의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언제 어느 때라도 뛰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이 아름다운 경치를 월나라의 미인인 서시가 화장을 엷게 해도 예쁘고, 짙게 해도 예쁘고, 얼굴을 찡그려도 아름답다는 의미에 비유한 것이다. 소식의 이 시구는 서호를 읊은 시들 가운데 백미로 찬사를 받고 있다.

 

 이 한 편의 시로 인하여 서호는 항주의 서쪽에 있는 호수로 여기는 것보다, 서호는 서시와 아름다움을 견줄 만큼 아름답다는 뜻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정설로 여기게 되었다고 한다.

 

 서호 주변 정경

 

 장개석 별장(대만으로 가기 전 마지막 밤을 보낸 곳)

 

우리는 여기서 서시에 관한 고사성어를 하나를 짚고 넘어가자. 효빈(效顰)이라고도 하고 서시빈목(西施嚬目)이라고도 하는 고사성어로 장자(莊子)의 천운편(天運篇)에 나온다. 이는 ‘무조건 남의 흉내를 내어 웃음거리가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유래는 다음과 같다.

서시는 지병인 가슴앓이가 있었다. 이로 인하여 길을 걸을 때 늘 눈살을 찌푸리고 걸었다. 이것을 본 그 마을의 추녀(醜女)가 자기도 눈살을 찌푸리고 다니면 남들에게 예쁘게 보일 것으로 믿고 서시의 흉내를 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모두 기겁을 해서 집 안으로 들어가 대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아무도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이 추녀는 서시가 미간을 찡그린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만 염두에 두었을 뿐, 찡그림이 아름다운 까닭을 알지 못했다. 즉, 서시는 본래 타고난 바탕이 아름답기에 어떤 표정을 지어도 아름답지만, 추녀인 자기는 찡그리면 더 추하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이처럼 서시는 타고난 미인이다.

 

서호를 유람하면서 서시와 부차, 범려와 구천, 소식과 백거이, 강희제와 건륭제 그리고 이곳을 다녀간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겹치면서 여러 상념들이 떠오른다. 삶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권력이 무엇인지, 교육은 무엇인지,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과연 역사란 무엇인가를...

이런 근원적인 문제를 생각하면서 7,000년 인간의 역사를 보기 위해 절강성 박물관으로 향한다.

 

 

21

 

Annies Song - John Denver

You fill up my senses

Like a night in a forest

Like the mountains in spring time

Like a walk in the rain

Like a storm in the desert

Like a sleepy blue ocean

You fill up my senses

Come fill me again

Come let me love you

Let me give my life to you

Let me drown in your laughter

Let me die in your arms

Let me lay down beside you

Let me always be with you

Come let me love you

Come love me again

당신을 내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줍니다

숲속에서 맞이하는 밤처럼

봄날의 포근한 산처럼

빗속을 거니는 산책처럼

사막의 폭풍우처럼

잔잔한 푸른 바다처럼

당신은 내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줍니다

그대여 내 마음을 풍요롭게 해 주세요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내 인생을 당신에게 바치겠어요

당신의 웃음 소리로 내 근심을 잊고 싶어요

당신의 품 안에서 죽게 해주세요

당신 옆에 몸을 누이고 싶어요

당신과 언제나 함께 있고 싶어요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그대여 나를 사랑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