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수 5 - 백거이와 중국의 미인들
절강성 박물관은 풍수상으로도 아주 뛰어난 명당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서호에서 내 마음에 가장 드는 곳이다. 알고 보니 이곳이 청나라 때 황제 행궁터라고 한다. 즉 황제가 항주에 오면 머문 곳이다.
절강성 박물관
박물관 들어가기 전에 관람시간을 결정해야 했다. 어떤 분들은 한 시간, 또 어떤 분은 30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나는 계획대로 2시간 동안 관람하자고 강하게 주장했다. 결국 계획대로 2시간을 관람하기로 결정되었다.
박물관 안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절강칠천년이라는 편액이다. 관람 순서대로 살펴보고 사진 찍고 하다가 보니 주위에 우리 2단 사람들이 없고 나 혼자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미 저 멀리 가고 없다. 단체생활이라 어쩔 수 없이 나도 속도를 내었다. 수박 겉핥기식이다.
금술잔(BC 770-476)
전국시대 동검
육화탑 모형
그러던 중 편종 앞에 섰다. 마침 그때 초등학생을 데리고 박물관에 온 중국여인이 있었다. 그 중국여인이 먼저 말을 걸어 왔다. ‘한꾸어 랜?’이라고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꾸어랜 즉 한국사람이라고 했다. 편종을 중국식 발음으로 할 수가 없어서 비슷하게 ‘피엔 쫑’이라고 하니 못 알아듣겠단다. 그때 내 머릿속에 얼른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오음계이다. ‘궁상각치우’를 중국식 발음으로 흉내를 내면서 ‘쿵씨앙칵치우’라고 하니깐 그때서야 미소를 짓는다. 대충 이해를 한 모양이다. 그때 중국어로 뭐라고 하는데 대강 느낀 것이 악기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동편종 (BC 770-476)
중국에 다시 갈 때는 반드시 중국어 공부를 하여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이때 한 번 더 다짐을 했다. 그래도 확실히 아는 것은 한 마디가 있다. ‘짜이지엔’(再見, 안녕)이다. ‘짜이지엔’ 하고 헤어졌다.
다음 코스로 이동하는데 사람들이 없다. 더욱 더 속도를 내어서 보았다. 대충 다 보고 나오니 내가 마지막이다. 모두들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관람시간은 불과 한 시간이 채 되지를 않았다. 가이드 왈 여행 가이드를 하다보면 제일 힘이 드는 곳이 바로 박물관이라고 한다. 역사에 관해 전문가 집단이 오면 하루 종일 박물관에만 있자고 하고, 일반사람들은 아예 박물관은 가지 말자고 한다고 한다.
박물관을 나와 다음 목적지인 황산을 가려면 백제를 지나야 한다. 백제는 백거이가 준설했다. 백제에서 바라보는 서호의 풍광도 일품이다. 마침 이때 연꽃이 만발해 있다. 장관이다.
백제의 연꽃
여기서 백거이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자.
백거이는 중당시대(中唐時代, 766-826)의 시인이자 관료다. 자는 낙천(樂天), 호는 향산거사(香山居士)다. 800년 29세 때 최연소로 진사에 급제했다. 항주자사와 소주자사를 역임했다. 842년 형부상서(刑部尙書)를 끝으로 관직에서 은퇴했다. 한림학사 시절의 동료 5명은 모두 재상이 되었으나 백거이는 스스로 漁翁(어옹)이라 칭하며 문학 창작을 삶의 보람으로 여겼다. 욕심 없는 태도로 인해 정계의 격심한 당쟁에 휘말린 적이 없었다.
백거이는 1편의 시가 완성될 때마다 노파에게 읽어주고 어려워하는 곳을 찾아 고치기까지 할 정도로 퇴고(推敲)를 열심히 했다고 한다. 이러한 백거이의 대표작으로는 장한가와 비파행이 있다. 이 중 장한가는 중국의 최고 미인인 양귀비와 당현종의 사랑를 읊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미인을 역사의 순서에 따라 살펴 보면 달기-포사-서시-왕소군-초선-양귀비의 순이다.
은나라의 마지막 왕인 주왕(紂王)의 비인 달기(妲己)가 경국지색의 미인으로 처음 등장한다. 酒池肉林(주지육림)의 고사를 만들어 놓을 정도로 주왕은 술로 연못을 만들고 고깃덩이를 걸어 숲을 이루게 한 다음, 많은 젊은 남녀들로 하여금 발가벗고 서로 희롱하고, 음탕한 음악과 음란한 춤을 추게 하며, 자신도 먹고 마시면서 광란의 잔치를 감상했다. 결국 BC 1039년에 주(周)나라 무왕(武王)에게 토벌을 당한다.
그 다음으로 등장하는 미인은 서주(西周)의 마지막 왕인 유왕(幽王)의 총희 포사(褒姒)이다. 포사는 한 번도 웃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유왕은 그녀를 웃기려고 포사가 좋아하는 비단 찢는 소리를 내기 위해 매일 비단 백 필씩을 힘이 좋은 시녀로 하여금 찢게 하였다. 그러던 차에 봉화를 잘못 올린 사건이 벌어졌다. 이 봉화는 국가의 위급한 상황일 때만 올리는 것인데 그만 실수로 올렸다. 그러자 각국의 제후들이 다 모였다. 이 때 실수로 올려진 봉화 때문에 우왕좌왕하는 신하들을 보고서야 비로소 포사는 활짝 웃었다. 이를 본 유왕은 포사의 모습이 선녀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졌고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후로 유왕은 포사의 웃는 모습이 보고 싶어 시시때때로 봉화를 올리게 된다. 그러던 중 BC 771년에 견융(犬戎)족이 실제로 쳐들어왔다. 유왕이 봉화를 올려 도움을 청했으나 한 사람의 제후도 모이지 않았다. 결국 왕은 살해되고 포사는 족장의 첩이 되었다가 바로 자살하게 된다. 그 결과 서주는 멸망했다.
이후 주 왕실은 수도를 호경에서 동쪽에 있는 낙읍(낙양)으로 옮겼다. 이를 두고 호경에 수도를 두고 있던 주나라를 서주라 하고 낙읍으로 수도를 옮긴 후의 주나라를 동주라고 한다.
달기와 포사는 중국 역사 상 음란하고 잔인한 독부(毒婦)로서 나라를 망하게 한 경국지색(傾國之色)의 대명사다.
서호 정경
이 다음에 나타나는 미인이 바로 서시이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사대 미인이라 함은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를 든다. 이들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고사성어까지 있다.
侵魚落雁(침어낙안)과 羞月閉花(수월폐화)다. 침어낙안(侵魚落雁)이란 장자(莊子)에 나오는 말로 ‘부끄러워서 물고기는 물속으로 들어가고 기러기는 땅으로 떨어진다는 뜻으로, 미인(美人)을 형용해 이르는 말’이다.
침어(浸魚)는 서시를 나타내는 대명사이다. 수면 위에 비친 서시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물고기마저 헤엄치는 것을 잊고 가라앉았다고 한다. 낙안(落雁)은 왕소군(王昭君)을 나타내는 대명사다. 전한 시대의 인물인 왕소군은 그녀의 미모가 탁월하여 날아가는 기러기가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왕소군은 한나라의 원제가 흉노와 화친하기 위해 정략결혼을 꾸미는데 그때 뽑힌 여인이다. 왕소군 덕분에 한나라와 흉노는 60년 동안 화친했다. 원제는 왕소군을 보내고 난 후 그리워하다 상사병으로 1년 만에 죽었다고 한다.
그 다음이 羞月閉花(수월폐화) 또는 閉月羞花(폐월수화)라는 고사성어다. 이는 ‘둥근 달도 부끄러워하고, 아름다운 꽃조차도 오므린다는 뜻으로, 절세미인(美人)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수월(羞月)은 초선을 나타내는 대명사다. 초선은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이다. 초선(貂蟬)이 후원에서 달을 보고 있는데 마침 구름 하나가 달을 가리는 것이 아닌가. 이를 본 양부인 왕윤이 ‘달도 부끄러워 얼굴을 가릴 만큼 아름답다’라고 했다고 한다. 따라서 폐월(閉月)이라고도 한다. 한나라의 대신인 왕윤이 양녀 초선을 미인계로 써서 여포와 동탁을 이간질시켜 동탁을 제거했다는 이야기는 삼국지에 나온다.
폐화는 양귀비를 나타내는 대명사이다. 양귀비(楊貴妃)가 꽃을 건드리면 꽃도 부끄러워 잎을 말아 올린다고 한다. 따라서 수화(羞花)라고도 한다. 또한 양귀비를 나타내는 말 중에는 명모호치(明眸皓齒)라는 말도 있다. 이는 맑은 눈동자와 흰 이라는 뜻으로, 관상학에서 미인(美人)의 조건이기도 하다.
백낙천은 양귀비와 당 현종의 사랑을 노래한 長恨歌(장한가, 기나긴 한의 노래)의 마지막 구절에서 양귀비의 한(恨)을 다음과 같이 읊었다.
詞中有誓兩心知(사중유서양심지) 두 마음만이 아는 맹세의 말이 있다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칠월 칠일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야반무인사어시) 깊은 밤 사람들 모르게 속삭이던 말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한다.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천지 영원하다 해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이 슬픈 사랑의 한은 끝없이 계속되네
백낙천은 장한가에서 요즈음도 회자되고 있는 사랑의 대명사인 비익조와 연리지를 읊었다. 비익조는 남녀간의 지극한 사랑을 의미한다. 비익조(比翼鳥)는 중국 숭오산(崇吾山)에 산다고 전해지는 전설의 새로 날개와 눈이 하나뿐이어서 암수가 몸을 합쳐야만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연리지(連理枝)는 뿌리가 다른 나무 두 그루가 가지가 합쳐지면서 한 그루로 자라는 나무를 말한다.
결국 인간의 삶은 유한하나 사랑은 영원하기를 갈구한다. 생물학적으로 수컷은 자기 씨를 많이 퍼뜨리려고 하고, 암컷은 강한 씨를 받고자 하는 것이 본능이다. 사람도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마누라가 천하 최고의 미인인데도 불구하고 옆집의 곰보아가씨를 넘보는 것이 남자의 생물학적 본능이다. 그리고 여자는 남편보다 더 강한 남자가 나타나면 끌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랑은 이런 생물학적인 본능을 뛰어 넘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지고지순의 인간애를 영원히 갖고자 하는 것일 게다.
따라서 백거이는 천지는 영원하다고 해도 끝이 있는데, 슬픈 사랑의 한은 끝이 없는 영원한 한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영원히 남아있는 한이야말로 영원한 사랑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리라.
중국의 양대 미인인 서시와 양귀비는 이곳과 인연이 있다. 소제를 만든 소동파는 서시를 영원한 미인으로 만들었고, 백제를 만든 백거이는 양귀비를 중국 최고의 미인으로 남게 하였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며 미인이란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하면서 오악을 모아놓았다는 황산으로 떠났다.
甛蜜蜜 / 鄧麗君
甛蜜蜜爾笑得甛蜜蜜
(티엔미미~니~ 쌰오더티엔미미).
好像花兒開在春風里 開在春風里
(하오시앙후아얼카이자이춘펑리 카이자이 춘펑리)
在那里在那里見過爾
(자이나~리~자이나리젠꿔니)
爾的笑容這樣熟悉
(니더쌰오룽 쩌양 수~시)
我一時想不起 (워이스 썅뿌치)
啞~ 在夢里 (아~ 자이멍~리)
夢裏夢裏見過爾 (멍~리~ 멍리 젠꿔니)
甛密笑得多甛密
(티엔~미~시아오더뚜어티엔미)
是爾是爾 (쓰니 쓰니)
夢見的就是爾 (멍젠더지우스니)
在那裏在那裏見過爾
(자이나~리~자이 나리젠꿔니)
爾的笑容這樣熟悉
(니디 쌰오룽쩌양 수~시)
我一時想不起 (워이스 썅붙이)
啞~ 在夢裏 (아~ 자이멍~리)
在那裏在那裏見過爾
(자이나~리~자이나리젠꿔니)
爾的笑容這樣熟悉
(니더쌰오룽 쩌양 수~시)
我一時想不起 (워이스 썅붙이)
啞~ 在夢裏 (아~ 자이멍~리)
夢裏夢裏見過爾 (멍~리~ 멍리 젠꿔니)
甛密笑得多甛密
(티엔~미~시아오더뚜어티엔미)
是爾是爾 (쓰니 쓰니)
夢見的就是爾 (멍젠더지우스니)
在那裏在那裏見過爾
(자이나~리~자이 나리젠꿔니)
爾的笑容這樣熟悉
(니디 쌰오룽쩌양 수~시)
我一時想不起 (워이스 썅붙이)
啞~ 在夢裏 (아~ 자이멍~리)
첨밀밀 / 등려군
달콤해요. 당신의 미소는
얼마나 달콤한지
봄바람에 피어난 한 송이 꽃 같아요.
봄바람에 피어난 꽃 말이예요.
어디선가 어디서인가
당신을 본 것 같아요.
당신의 미소는 이렇게 낯익은데
도무지 생각나지 않아요
아아... 꿈속이었어요
꿈에서 당신을 보았어요
달콤한 그 미소
당신이군요. 당신이었어요
꿈속에서 본 건 바로 당신이었어요
어디선가,
어디선가 당신을 만났던 것 같아요
당신의 미소는 이렇게 낯익은데
도무지 생각나지 않아요
아아... 꿈속이었어요
어디선가 어디서인가
당신을 본 것 같아요.
당신의 미소는 이렇게 낯익은데
도무지 생각나지 않아요
아아... 꿈속이었어요
꿈에서 당신을 보았어요
달콤한 그 미소
당신이군요. 당신이었어요
꿈속에서 본 건 바로
당신이었어요
어디선가,
어디선가 당신을 만났던 것 같아요
당신의 미소는 이렇게 낯익은데
도무지 생각나지 않아요
아아... 꿈속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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