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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지리산 천왕봉 겨울 산행

by 황교장 2009. 1. 24.

지리산 천왕봉 겨울 산행

 

이번 겨울방학에는 몇 명의 지인들과 함께 지리산 종주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사정상 1박 2일 코스로 변경하였다.

아침 7시에 부산을 출발했다. 진영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남해고속도로를 거쳐 진주에서 대진고속도로를 타고 지리산 IC로 나왔다. 여기서 중산리 방향으로 잡아서 조금만 가면 기와집이 즐비한 마을이 나온다.  

남사마을

 최씨고가

 

이 마을이 산청삼매 중 하나인 원정매가 있는 남사마을이다. 원정매는 2년 전에 고사했다고 한다. 죽은 원정매라도 보려고 생각하다가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남사마을은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에 견줄 만한 동네다. 이 마을을 한 바퀴를 다 돌아보면 한 나절이 걸린다. 따라서 담장이 아름다운 최씨고가와 조선 태조께서 친히 이제(李濟, ?-1398, 이성계의 사위, 개국1등공신)에게 하사했다는 개국공신교서(보물1294호)를 보기로 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문이 잠겨 있어 태조의 친필인 교서를 보지 못하고 돌아 나오는데 기가 막하게 구수한 냄새가 난다. 설날 방앗간에서 떡 찌는 냄새다. 방앗간 안으로 들어가 보니 한창 떡을 찌고 있다. 조금 사려고 하니 지금 찌고 있는 떡은 팔지 않는 떡이고 팔 수 있는 떡은 이미 굳어진 떡가래였다. 아쉽지만 눈과 코로만 맛보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떡가래

 

다시 차를 타고 조식선생이 말년을 보낸 산천재로 향했다. 남명 조식(南冥 曺植, 1501-1572)선생은 퇴계 이황(1501-1570)선생과 더불어 경상 좌우파 학문의 쌍벽으로 대접받는다.

퇴계가 세상을 떠나자 남명은 '같은 해에 태어나 같은 도에 살면서 서로 만나지 못한 것이 운명이로다.' 하며 애통해 했다고 한다. 한편으로 퇴계가 '내 명정에는 처사라고만 쓰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할 벼슬은 모두 다 하고 처사라니 진정한 처사야말로 나’라고 한 일화가 남아 있다.

 

 

 남명매

 

 

 

 산천재 고사인물화

 

산천재 앞마당에 있는 남명매는 꽃봉오리가 맺혀 있다. 머지않아 봄이 오면 은은하게 피어날 것이다. 남명선생이 직접 심었다는 매화나무다.

산천재 마루에 앉아서 위쪽을 보면 그림 세 점이 있다. 고사인물화이다. 보수하는 과정에서 잘못하여 많이 훼손이 되었지만 아직 알아볼 수 있다. 농부가 소를 모는 그림, 신선이 소나무 아래서 바둑을 두는 그림, 버드나무 밑에 귀를 씻는 선비와 그 물을 소에게 먹일 수 없다며 소를 끌고 가는 농부의 그림이다. 이는 장자의 ‘소유요’편에 나오는 허유와 소부의 고사를 그린 것이라고 한다.

 

고사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중국 고대의 이상적 성군인 요임금이 기산(箕山)에 은거하고 있는 현자 허유(許由)에게 천하를 물려주고자 찾아갔다. 이 제의를 받은 허유는 거절했다. 요임금이 다시 구주(九州)라도 맡아 달라고 청하자, 허유는 자신의 귀가 더러워졌다고 여기어 귀를 흐르는 영수(穎水) 물에 씻었다. 이때 소부(巢父)가 조그만 망아지 한 마리를 앞세우고 걸어오면서 그 광경을 보고 허유에게 물었다.

"왜 갑작스레 강물에 귀를 씻으시오?"

"요임금이 찾아와 나더러 천하나 구주라도 맡아 달라고 하기에 귀가 더러워지지 않았을까 하고 씻는 중이요".

이 말을 듣자 소부는 "하, 하, 하!" 하며 목소리를 높여 크게 웃으면서,

"숨어 사는 은자(隱者)라는 것은 애당초부터 은자라고 하는 이름조차 밖에 알려지게 하여서는 아니 되는 법이오. 한데 그대는 은자라는 이름을 은근히 퍼뜨려 명성을 얻은 것이오".

그리고서는 소부는 망아지를 몰고 다시 영수를 거슬러 올라가서 망아지에게 물을 먹였다. 이는 허유가 귀를 씻은 구정물을 자신의 망아지에게 먹일 수 없어 위에 흐르는 깨끗한 물을 먹이기 위해서이다. 이 고사를 기산지절(箕山之節) 또는 기산지조(箕山之操)라고 한다.

 

이 그림들은 모든 벼슬을 일절 사양하고 평생 처사로만 살아온 조식선생의 인생관이 반영된 그림이라고 생각된다.

 

산천재를 뒤로 하고 중산리로 향했다. 날씨가 너무 좋다. 한겨울인데 봄날 같다. 지리산 국립공원 주차장 입구에서 점심을 먹었다. 산채정식을 배불리 먹고 출발했다. 중산리 코스는 천왕봉을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길이라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지리산 천왕봉은 남한에서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지리산은 동서 길이 50㎞, 남북 길이 32㎞, 둘레 약 320㎞이다.

또한 방장산(方丈山), 두류산(頭流山)이라고도 불린다. 방장산은 봉래산(蓬萊山, 금강산), 영주산(瀛洲山, 한라산)과 함께 신선들이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있다. 따라서 이들 3산을 삼신산(三神山)이라고도 한다.

여기에 묘향산을 더하여 4대 신산, 다시 구월산을 더하면 5대 신산 또는 5악이라 하여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지리산은 정감록에서 말하는 십승지(十勝地)의 하나이기도 하다. 지리산 청학동이 바로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 중 한 곳이다. 그러나 청학동이 어디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지리산은 최고봉인 천왕봉(天王峰, 1,915m)을 주봉으로 반야봉(盤若峰, 1,732m), 노고단(老姑壇, 1,507m)이 대표적인 3대 고봉이다. 계곡마다 많은 폭포와 소(沼), 담(潭)들이 산재해 있다. 지리산에서 경관이 빼어난 10곳을 지리10경(智異十景)이라고 한다.

 

지리10경은 다음과 같다.

 1.노고단의 구름바다 2.피아골 단풍 3.반야봉의 해지는 경관 4.세석 철쭉 5.불일폭포 6.벽소령의 밝은 달 7. 연하봉 선경(仙景) 8. 천왕봉 일출 9. 섬진강 청류(淸流) 10. 칠선계곡이다.

 

지리10경 중에서 우리가 이번 산행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제8경인 천왕봉에서 보는 해돋이다. 끝없는 구름 위로 치솟아 오르는 일출이 장관이다. 3대를 두고 공덕을 쌓아야만 구름 위의 일출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천왕봉 정상에서 조망할 수 있는 제10경인 칠선계곡이다. 칠선계곡은 천왕봉 정상에서 북쪽의 함양군 쪽으로 16㎞쯤 뻗어 내린 계곡이다. 옛날 일곱 선녀가 놀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0년 전에 이 계곡으로 내려가 보았는데 정말 좋은 계곡이라고 생각되었다.

 

나는 천왕봉을 십수 번 올랐지만 매번 올 때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지리산은 그만큼 장엄하고 엄숙하다. 항상 경건한 마음으로 대해야지 가볍게 보면 늘 사고가 난다. 이러한 점을 특히 유념해야한다.

지인들과 함께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산행 초입에는 천천히 가야한다. 땀이 서서히 나와 몸이 적응이 될 때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내가 제일 앞장을 섰다. 그러나 원래 혼자 다니는 습성 때문에 걸음이 빠르다.

산행은 여러 사람이 함께 가더라도 산길은 혼자다. 따라서 혼자 생각하면서 사색을 즐긴다. 그러다보면 순간적으로 일행을 잊은 채 무념으로 내 속도로 가게 된다. 그러다보니 등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힘이 드는 것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계속 뒤를 돌아보면서 걸었다.

 

 장터목 가는길

 

한 20여 분을 걷자 칼바위가 나왔다. 정말 칼처럼 생겼다. 이 바위를 조금 지나면 법계사로 가는 코스와 장터목으로 가는 코스로 나누어진다. 우리 일행은 장터목산장에서 일박을 하고 내일 천왕봉 일출을 볼 예정이다. 따라서 장터목으로 향했다. 정말 좋은 날씨다. 구름 한 점 없다. 장갑을 끼지 않아도 손이 시리지 않다. 중간 중간 쉬면서 갔다.

지리산에서 자라는 나무들을 보면 소나무를 비롯하여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서어나무가 많고, 졸참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가 눈에 많이 뛴다. 그러다 거제수나무가 길가에 제법 많아 있다. 이 거제수나무는 자작나무과에 속하면서 나무의 수피가 벗겨진다. 붉은 색을 띠고 있어 좀 특이하다.

 

 유안폭포

 

이윽고 유안폭포에 다다랐다. 폭포가 얼어 있다. 장관이다. 폭포를 조금 지나자 눈이 많이 쌓여 있다. 비자나무와 구상나무에 눈이 많이 덮여 있다. 우리 일행들은 모두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동심의 세계에 빠진 듯하다. 깨끗한 자연이 주는 감동에 도시인들의 마음이 깨끗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장터목 가는길의 설경

 

약 500미터만 올라가면 쉬고 또 쉬면서 주변의 경관을 감상했다. 다들 표정이 온화하고 천진해져 있다. 아름다운 자연은 인간의 감정을 순수하게 만드는 것이다. 장터목산장은 위치가 높아서 갈수기에는 물이 없다. 따라서 약 200미터 지점까지 내려와서 물을 받아가야 한다. 드디어 물을 받으러 내러오는 곳이 나왔다. 머지않아 산장이라는 의미다.

이 급수장 입구에 수백 년 된 주목나무가 눈을 이고 장엄하게 서 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나무다. 천왕봉 근처에는 귀하디귀한 주목나무, 비자나무, 구상나무가 다 분포되어 있다. 드디어 장터목산장이 나타났다. 3시 50분이다. 12시 20분에 출발하여 3시간 20분이 걸린 셈이다. 해가 지기까지는 1시간 반이나 더 남아있다. 체력이 남아 있는 분들은 천왕봉까지 갔다 오고, 체력이 떨어진 분들은 산장에서 휴식을 취했다.

 

 장터목 산장

 

산장에 있는 자동온도계가 영하 3도를 가리킨다. 며칠 전만 해도 영하 15도에서 20도를 오르내렸다고 한다. 정말 포근한 날씨를 만난 것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가시거리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데 오늘은 가시거리도 좋다. 노고단도 뚜렷이 보이고, 반야봉은 바로 지척에 있다. 카메라에 일몰을 담으려고 장터목 일대를 누볐다.

 

 장터목의 일몰

 

이윽고 천왕봉을 다녀온 분들이 왔다. 미리 준비한 양념돼지두루치기, 어묵탕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했다. 정말 꿀맛이다. 평소보다 배는 먹었다. 이 좋은 안주로 술을 다들 한 잔씩 하는데 나는 끝까지 유혹을 뿌리치고 참았다. 올해 금주를 결심했기 때문이다. 내가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저녁을 다 먹고 나니 7시 반이다. 8시에 소등을 하고 취침을 한다. 나는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다. 어릴 적부터 더위는 아무리 더워도 견디는데 추위는 참지를 못했다. 아마 타고난 태생이 남방계인 모양이다. 이러한 나의 체질을 잘 알기 때문에 오리털 점퍼와 슬리핑백까지 갖고 왔다. 슬리핑백은 나보다도 더 추위를 많이 타는 일행에게 주고 무려 옷을 다섯 가지를 입고 잤다. 그런데도 등이 시리다. 그나마 참고 잤다. 어느 정도 자고나니 잠이 깼다. 10시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오리털 점퍼를 벗어서 세 겹으로 접어서 등에 깔고 누웠다. 그제사 등이 차지 않고 잠을 청할 만했다.

한창을 자고 났는데 시계는 12시 50분이다. 주변의 일행도 같이 일어났다. 화장실을 다녀와서 다시 잠을 청했다. 이때부터 비몽사몽이다. 주변이 소란하여 잠을 깼다. 시계를 보니 4시 50분이다. 산장에 같이 잤던 분들 중에서 많은 분들이 짐을 챙기고 있다. 종주하는 사람들이다. 이분들은 시간계획에 따라 움직인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참 부지런하다. 부지런한 사람 한 사람만 있으면 여러 사람이 평안하다. 우리 일행 중 실질적인 대장인 모씨가 우리들은 계속 잠을 자게하고 혼자서 식사준비를 다했다. 아침식사는 라면이다.

 

근 30년간 아침을 먹지 않은 습성인 나로서는 5시 반에 아침식사를 한 것은 내 기억 속에서는 처음이다. 그런데도 맛이 있다. 어제 저녁을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침이 또 들어갔다. 지리산 산행이 주는 특혜이다.

 

취사장에서 식사를 마치고 산장으로 들어오는데 한 중년의 남자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의 설피를 신겨 주고 있었다. 하도 어려 보이기에 신기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설피가 잘 안 들어가자 아이의 아버지가 힘을 좀 주었다. 그러자 아이가 “아야!” 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다음에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막무가내다!, 지 마음대로다!”라고 한다. 아이의 말은 맞지만 아버지한테 너무 심한 말이다. 그리고 그 둘을 보니 얼굴이 바로 붕어빵이다. 어쩌면 부자지간에 저리도 닮을 수가 있을까! ‘씨 도둑질은 못 한다’는 옛말이 절로 생각나는 것이다. 아이에게 “너 정말 장하네! 정말 대단하다!” 라고 칭찬을 했다.

칭찬은 했지만 기분은 좀 씁쓸했다. 아이도 아버지 나이만 해지면 아버지의 마음을 알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석봉 여명

 

새벽 6시 20분 출발이다. 아직도 밖은 어둡다. 내가 선두에 섰다. 장터목에서 제석봉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다. 숨이 차고 땀이 난다. 드디어 제석봉에 도착했다. 멀리서 먼동이 튼다. 제석봉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일품이다. 동쪽바다에 구름이 많이 끼었다. 내 경험상 겨울철에 기온이 높은 날의 일출은 별로다. 큰 기대는 무리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일출만이 장관인 것은 아니다. 구름은 끼었지만 가시거리가 너무 좋다. 건너편 광양 백운산이 바로 코 앞에 있다. 산 능선들의 장엄함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다시 천왕봉으로 향했다. 제석봉과 천왕봉 중간에 꼬마가 힘들게 걷고 있다. 바로 그 초등학생이다. 또 칭찬을 했다. “너 정말 대단하네!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다. 몇 학년이니?” 4학년이라고 한다.

 

 통천문

 

드디어 천왕봉에 도착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다. 정상적으로는 7시 35분에 해가 떠야 되는데 8시가 다 되었는데도 해가 구름 속에서 나오지를 않는다. 서서히 한 분 두 분 천왕봉을 떠난다. 여기서 또 그 문제의 초등학생을 만났다. 이 초등학생의 형이 먼저 도착을 했고, 동생은 뒤처져 있었다. 형은 6학년인데 3월이면 중학교에 입학한다고 한다. 이 형이 또 아버지에게 대든다. 주변의 몇 분이 아버지에게 대든다고 나무란다.

 

이 부자들이 다투는 내용을 들어보자.

아버지 왈

“네가 싸가지가 없으니 해가 안 나온다. 그러니 그 벌로 조개골로 내려간다.”

큰아들이 말하기를

“지도를 보니 조개골은 다섯 시간 반이 걸리고, 중산리는 3시간이 걸리는데 지금 지쳤으니 중산리로 내려갑시다”

그러나 이 아버지는 막무가내다. 자식을 계속 싸가지가 없다고 하면서

“네 인생은 네 인생이라서 나는 모른다. 나는 조개골로 갈 터이니 너희들은 알아서 해라” 고 한다.

이 일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오갔다. 결론적으로 아버지가 잘못이다. 자식들에게 ‘막무가내다’. ‘지 마음대로다’ 라는 말을 들어도 싸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력을 키워주기 위해서 이 겨울에 천왕봉까지 데리고 온 것은 아주 잘한 것이나 아이들에게 핀잔을 주어서는 안 된다.

계속 칭찬을 하고 사기를 북돋우어 주어야 한다.

그 어린 학생이 이 겨울에 장터목산장에 자고 중산리까지 가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것이어서 계속 칭찬을 해주어야 되는데 오히려 계속 자식을 보고 싸가지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조개골로 끝내 내려갔다.

과연 이런 부모 밑에서 올바른 자식이 나오겠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 너무 자녀들을 과잉보호를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처럼 자식을 핍박하는 것도 문제이다.

 

이들이 내려가자 또 다른 한 분이 잘난 체를 한다. 오늘이 천왕봉 등정 136번째라고 한다. 대단한 기록이다. 고향이 울산인데 지리산에 푹 빠져서 매주 온다고 한다. 지리산에 대해서 알기도 많이도 안다. 주변에 보이는 산을 꿰차고 있다.

나도 이분에게서 한 수를 배웠다.

 

사량도지리산으로 불리는 지리망산에서 지리산을 조망해 보면 천왕봉이 뚜렷이 보인다. 그런데 정작 천왕봉에서 지리망산을 보려면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분의 설명을 듣고서야 확연히 알 수가 있었다.

역시 곳곳에 숨은 고수들이 많이 있다. 어설픈 지식으로 잘난 체하다가는 늘 코를 다치는 것이다. 겸손! 또 겸손해야하는 것이다.

 

 천왕봉 정상

 천왕봉 정상에서 바라본 제석봉

 

 천왕봉 일출

 

제일 마지막까지 남은 것이 우리 일행이다. 오늘 일출은 그만 포기하고 우리도 내려갔다. 한 10여 미터를 내려오는데 드디어 해가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삼대적선을 해야 천왕봉 일출을 본다고 하는데 우리 일행 중에는 삼대적선을 한 분이 있는 것이다. 우리 일행들 중 한 분은 지리산등산이라고는 불일폭포까지 가본 것이 전부 다 라고 하고, 또 다른 두 분도 노고단까지 가보았는데 모두 성삼재까지는 차로 갔다가 노고단까지 갔다고 한다. 그리고 천왕봉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모두들 출세를 한 셈이다.

 

천왕봉 봉우리 바로 밑에는 경사가 굉장하다. 특히 조심해야 한다. 눈이 와서 길이 얼어 있다. 이는 매우 조심해야 하는 지점이다. 몇 년 전 5월 말에 왔을 때 이 급경사 주변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꽃이 있었다. 그 꽃의 이름은 ‘나도옥잠화’였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나도옥잠화가 피어 있던 곳이 눈으로 덮여 있다. 계절이 바뀜에 따라 그 땅의 주인공도 계속 바뀌는 것이다. 천지가 가만히 있질 않고 늘 바뀐다는 주역의 이치를 다시 한 번 떠올려 본다.

법계사까지는 쉬지 않고 걸었다. 내리막은 힘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드디어 법계사에 도착했다.

 

내가 먼저 도착했다. 마침 그때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하는 분이 있었다. 자기들이 아는 계장님과 너무 많이 닮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 분은 사람이 너무 인자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나도 역시 좋은 사람으로 보였다는 이야기다. 내가 즉시 ‘고맙습니다. 복 많이 받으셔요’ 라고 했다.

 

이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 일행들이 도착을 했다. 우리 일행 중 배고픔을 못 참는 분이 있다. 도저히 먹지 않으면 못 견딘다고 한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른 것이다. 법계사 바로 앞에 로터리산장이 있다. 산장에서 햇반을 하나 먹어야 갈 수 있다고 한다. 햇반을 먹는 동안 우리 일행은 휴식을 취하면서 방금 나를 보고 자기들의 계장님과 닮았다고 하는 남녀를 두고 시비가 붙었다.

 

과연 저분들이 부부인지 아닌지이다. 한 분은 부부가 아니라고 한다. 이유인즉 자기들이 내려올 때 바로 선글라스를 쓰고 보더니만 조금 있으니 선글라스를 벗었다고 한다. 이는 혹시나 아는 사람인줄 알고 선글라스를 썼는데 모르는 사람이기에 안심 놓고 다시 벗었다는 점에서 부부가 아니라고 하고, 다른 한 분은 두 사람의 이미지가 너무 비슷하여 부부라고 한다. 여기서 도사의 의견을 묻는다.

나는 웃고 말았다.

 

웃으면서 다시 출발했다. 드디어 주차장에 도착했다. 12시 20분이다. 어제 12시 20분에 출발하여 꼭 24시간 만에 다시 원점회귀를 한 것이다. 추억에 남는 멋진 산행이었다.

 

점심은 덕산에서 하기로 했다. 덕산 장터가 있는 곳에 한우전문 식당이 있었다. 6명이 8인분을 시켰으나 모자라 2인분을 더 시켜 총 10인분을 먹었다. 다들 맛있다고 한다. 덕산에 유명한 것은 곶감이다. 덕산곶감은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곶감이다. 우리 일행은 곶감을 설날 선물로 농협마트에서 구입을 했다. 올 설 선물 고민을 해결한 셈이다.

 

이젠 느긋하게 온천욕을 즐기고 부산으로 가면 된다.

부곡온천에 가려고 하다가 거리가 조금 멀어서 창원 북면에 있는 마금산온천으로 가기로 했다. 마금산온천에서의 온천욕은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 주었다. 지리산 천왕봉 등산을 성공리에 마쳤다.

이구동성으로 올 여름에 지리산 종주를 한번 하자고 결의를 다진다.

꼭 실행될 수 있도록 빌어본다. 함께한 분들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138

 

Angel Of The Morning / Juice Newton

There'll be no strings to bind your hands,

not if my love can't bind your heart.

And there's no need to take a stand,

for it was I who chose to start.

I see no need to take me home.

I'm old enough to face the dawn.

Just call me Angel of the morning (Angel)

Just touch my cheek before you leave me, baby.

Just call me Angel of the morning (Angel)

Then slowly turn away from me.

May be the sun's light will be dim

and it won't matter any how.

If morning's echo says we've sinned.

Well, it was what I wanted now.

And if we've victims of the night.

I won't be blinded by the light.

Just call me Angel of the morning (Angel)

Just touch my cheek before you leave me, baby.

Just call me Angel of the morning (Angel)

Then slowly turn away,

I won't beg you to stay with me.

Through the tears of the day, of the years, baby, baby, baby.

Just call me Angel of the morning. (Angel)

Just touch my cheek before you leave me, baby.

Just call me Angel of the morning. (Angel)

Just touch my cheek before you leave me, baby.

 

나의 사랑이 그대 마음을 묶지 못한다면요

그대의 손을 묶을 끈은 어디에도 없어요.

그런 입장에서 서성일 필요는 없어요.

왜냐면 사랑을 선택한 이는 바로 나니까요

집으로 데려다 줄 필요없다는걸 알아요.

나는 새벽 앞에 설 수 있을 만큼 성숙하니까

나를 천사라고 불러보세요 (천사)

그대 떠나기 전에 내 빰을 만져보아요, 그대여.

나를 천사천사라고 불러보세요,(천사)

그리고 천천히 내게서 멀어져 가세요

아마 태양의 빛이 희미해지지만

그건 (우리에게) 아무 문제가 안 될 겁니다

아침의 메아리가 우리를 죄인이라 불러도

지금 나는 바로 그걸 원한답니다

우리가 밤의 희생물이 되더라고

밤의 어둠에 눈멀지 않을 겁니다

나를 천사라고 불러보세요 (천사)

그대 떠나기 전에 내 빰을 만져요, 그대여.

나를 천사천사라고 불러보세요,(천사)

그리고 천천히 내게서 멀어져 가요,

내게 머물러 달라고 애걸하진 않을께요

하지만 매일마다, 해가 바뀔 때 마다

눈물로 지새겠지요,그대여, 그대.

나를 천사라고 불러보세요 (천사)

그대 떠나기 전에 내 빰을 만져요, 그대여

나를 천사천사라고 불러보세요, (천사)

그리고 천천히 내게서 멀어져 가요, 그대여

내게 머물러 달라고 애걸하진 않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