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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사쿠라지마섬 이께다호수 이브스키

by 황교장 2012. 2. 12.

사쿠라지마섬 이께다호수 이브스키

-모라중학교 부장교사연수 2일차-

 

7시에 일어나 온천으로 갔다. 기본적인 샤워만 하고는 노천탕으로 나가니 비가 내린다. 어젯밤의 반달은 어디로 가고 이슬비가 뿌리고 있다. 온천탕에서 맞는 비는 색다른 멋이 있다. 그 동안 아침을 안 먹고 살아온 세월이 한 30년은 넘은 것 같다. 그런데 아침 온천을 하고 나니 식욕이 살아난다. 호텔에서의 아침식사는 뷔페식이었다. 수십 종의 음식이 정갈하게 나왔다. 나의 입맛에 대부분 맞았다. 한국의 호텔뷔페보다 오히려 더 맛깔스럽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발효가 잘된 김치가 없다는 점이었다.

오랜만에 아침을 배부르게 먹고는 9시에 사쿠라지마섬을 향해 출발을 했다. 우리가 숙박한 호텔은 산 중턱에 있어서 한참을 내려와서야 해안가에 닿았다. 그런데 주변의 풍경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 길가에 울창하던 숲이 점점 키 작은 소나무로 바뀌고 특이한 모양을 한 바위들이 눈에 들어 왔다. 기기묘묘하여 잘 보기 힘든 바위들이었다. 화산 폭발의 흔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길가에 화산재가 많이 쌓여 있다. 저 멀리 산 정상 부근이 부옇게 보인다. 구름에 가린 듯 안개에 가린 듯 연기에 가린 듯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형태의 산이다. 지금도 계속하여 분연(噴煙)을 뿜어내고 있는, 활화산인 사쿠라지마섬(櫻島)이다.

 

우리들은 차에서 내려 이리무라 화산전망대로 올라갔다. 전망대로 향하는 계단에는 화산재가 수북이 쌓여 있어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호흡기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화산이 분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 참으로 특이했다. 화산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전망대 입구에 있는 가게에서 지역특산품을 팔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무다. 무가 사람머리보다도 더 커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큰 무로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다고 한다. 무게가 30kg 이상 되는 것도 있다.

 

 

 이곳의 화산재는 무에는 가장 좋은 비료이나, 이곳 밀감은 세상에서 가장 작다고 한다. 식물도 자기에게 맞는 토질이 있는 것이다. 가게에서 밀감을 팔고 있어 먹어보니 당도는 좋은데 밀감 씨가 함께 있어 먹기에는 좀 불편하였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그 곳의 특산품을 맛보는 것이라 이참에 무도 한 번 먹어 보고 싶었지만 먹기에는 너무 크다.

사쿠라지마섬(櫻島)은 1914년에 대폭발로 용암이 분출되어 바다가 메워져 오스미 반도와 연결되었다. 그래서 더 이상 섬이 아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쿠라지마섬이라고 불린다. 사쿠라지마섬은 일본 규슈(九州) 가고시마 현(鹿兒島縣)의 가고시마 만 내에 있으며, 면적은 동서 약 2킬로미터, 남북 약 10킬로미터, 둘레 약 55킬로미터, 넓이 약 77평방킬로미터이다.

섬의 동쪽 절반은 가고시마 시, 서쪽 절반은 사쿠라지마 정(桜島町)에 속한다. 기리시마(霧島)화산대에 속하며 1,117m의 기타다케 산(北岳), 1,110m의 나카다케 산(中岳), 1,060m의 미나미다케 산(南岳) 세 봉우리가 거의 남북으로 연결되어 있는 복합화산이다. 1964년에 기리시마야쿠(霧島屋久)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70년에는 이 섬의 해안이 일본 최초로 해중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사쿠라지마 화산은 2011년에 총 996차례 분출해 1955년 이래 최다 분출한 해였다고 한다.

차가 이리무라화산 전망대를 출발하자 근처에 집들이 제법 많이 있다. 지금도 화산이 폭발을 하고 있고 화산재가 날려 수북이 쌓여 있는데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로 살기가 힘들 것 같은데도 6천여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살기에는 좀 불편한 점은 있지만 그래도 고향을 지키며 살아간다고 한다. 대단한 애향심인 것 같다.

 

 

조금 더 달리자 항구가 나타났다. 건너편에 있는 가고시마시(鹿兒島,녹아도)로 가려면 배를 타고 간다. 배가 아주 크고 웅장하다. 배는 우리가 탄 차를 싣고 간다. 15분 정도 가자 가고시마시에 도착했다.

 

 

이곳은 롯데야구선수단이 겨울 훈련을 하는 곳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가고시마현의 현청소재지가 가고시마시이다. 1889년 4월 1일, 일본에서 최초로 시 제도를 시행했을 때 시로 지정된 31개 도시 중 하나이다. 뛰어난 경치가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비슷하기 때문에 '동양의 나폴리'라고도 한다. 인구는 약 60만, 연 평균기온은 18.1℃, 연 강수량은 2,560㎜이다. 이곳은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태풍의 통로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남큐슈의 중심 도시이며 과거에는 사쓰마번의 중심지였다. 일찍부터 무역이 발달하였으며, 중국과 유럽 문화 유입의 문호가 되었다. 근세에 들어와서는 19세기 유럽의 새로운 기계문명을 받아들임으로써 일본 공업 근대화의 발상지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시가지의 90%가 파괴되는 피해를 입었으나, 전후 새로운 도시계획을 수립하여 관광 상공업 도시로 부흥하였다. 이 고장의 명물인 사쓰마도자기는 임진왜란 때 잡혀온 조선인 도공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가고시마시에서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다. 어릴 적 보았던 집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중간 중간 매화가 만발한 곳도 있고 수선화도 활짝 피어 있다. 제주도는 아직 수선화가 필 때가 멀었는데 이곳은 제주도보다도 더 남쪽이어서 기온이 더 온화하다는 의미일 게다.

 

 

차는 1시간여를 더 달려 유채꽃이 만발한 집 앞에 주차를 한다. 유채꽃 사이로 광활한 호수가 보인다. 이께다호수(池田湖)다. 도착과 동시에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에 들어서자 한 쪽으로 안내를 한다. 그 곳에 수족관이 있었다. 수족관 안에는 거대한 장어가 웅크리고 있다.

 

 

이께다호수에서만 서식하는 장어로 길이가 2m 둘레는 60cm까지 자라는 장어로 일본에서 가장 큰 장어라고 한다. 이 장어는 일본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 먹을 수 없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허리 아픈 사람에게는 우리나라 민물장어를 고와 먹으면 효과를 본다고 하는데 이렇게 큰 장어는 더욱 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일본음식은 보기만 해도 정갈하고 깔끔하다. 맛도 내 입맛에는 딱 맞다. 모 부장은 너무 달아서 싫다고 하면서 오히려 중국 음식이 더 자기 입맛에 맞다고 한다. 또 다른 분은 고추장을 가지고 와서 비벼먹고 있다. 사람의 입맛은 이렇게 차이가 난다. 사람은 어릴 적 맛있게 먹은 음식 맛을 평생 찾아서 다닌다고 하는데 신기하게도 이곳의 음식이 나에게는 맞다.

 

 

 

배불리 먹고는 이께다호수로 갔다. 정말 넓다. 이께다호수는 백두산 천지처럼 화산의 함몰로 인해 생긴 칼데라호다. 둘레 15km 최고수심 233m이다. 백두산 천지는 둘레가 22km 최고수심은 373m이다. 천지에 비하면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굉장한 호수다. 물도 맑고 깨끗하다. 물속에 흰 백로로 보이는 새 한 마리가 한가롭게 놀고 있다. 호수 가를 따라서 걷다 보니 건너편에 전형적인 일본농촌마을이 나타났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평화롭고 고요하다. 길가에 자몽과 밀감이 노랗게 주렁주렁 열려 있다. 동백꽃, 괭이밥, 국화 등 이름 모를 꽃들도 피어있다. 마을 안으로 더 들어가자 텃밭에 대두가 주렁주렁 열려 있다. 겨울이 아니라 봄이 한창인 것처럼 느껴졌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나니 이곳이 낯설지가 않고 다정하고 포근하여 오래전에 살았던 것 같았다. 전생이 있다면 분명코 이곳에서 살았으리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차가 있는 곶에 와보니 모두들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출발 예정시간보다 5분 일찍 도착하였기에 벌칙으로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된다. 가이드가 정해준 시간 내에 도착을 하지 않으면 벌칙으로 노래를 불러야 한다. 노래를 부를 자신이 없으면 흑기사를 둘 수 있다. 그런데 흑기사로 지명된 사람이 거절을 하면 두 곡을 불러야 한다는 것이 가이드의 일방적인 법칙이었다.

오늘 아침에 모 부장 두 분이 5분 늦어 벌칙으로 노래를 불러야 했는데 내가 대신 흑기사로 지명되어 노래 대신 썰렁한 이야기를 했다. 내 이야기 다음으로 송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송부장의 유머실력은 가히 국보급이다. 마이크를 잡는 순간부터 차안에는 폭소가 터져 나왔다. 단체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차안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기도 하다. 보는 즐거움, 듣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 즉 눈과 귀와 입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여행이 최고이다.

길가에는 농가에서 보았던 콩밭이 아주 많다. 일본이 세계 제일의 콩 소비국가라고 하는 것이 실감이 간다. 경치 좋은 바닷가를 20여 분 달리자 목적지인 이브스키에 도착했다. 이브스키는 검은모래찜질로 유명하다. 바닷가 모래 아래 밑으로 흐르는 온천수를 이용하는 모래찜질이다. 세계 유일의 천연 모래찜질로 찜질에 사용되는 모래는 염화나트륨을 포함하고 있어 치료효과를 갖고 있다. 혈액순환, 신경통, 류마티스관절염, 피부미용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가이드가 차에 내리기 전에 웃으면서 목욕법을 설명한다. 호텔 내에서는 팬티를 입고 그 위에 전용가운인 유카타를 입고 온천욕장으로 입장을 하지만, 이곳에서는 절대로 팬티를 입어면 안 된다고 강조를 한다. 모래가 젖어 있어 팬티를 입으면 모래가 그 속으로 들어가 옷을 버릴 수 있으니 반드시 팬티를 벗고 유카타만 입어라고 몇 번이나 강조를 한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는 모래찜질 장으로 갔다. 모래찜질은 남녀가 함께하도록 되어 있다. 뭔가 서로가 좀 어색해 한다. 남녀가 서로 쳐다보면서 겸연쩍게 웃고 있다. 일본에서만 체험하는 색다른 맛이다. 십수 년 전 독일 베를린에서 남녀가 함께 사용하는 공동목욕탕에서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보다도 먼저 모래찜질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 쉽게 적응이 되었다.

모래 바닥에 누우면 종업원이 삽으로 사람 몸 위에 모래를 덮어준다. 모래가 제법 무겁고 뜨겁다. 조금 있으니 땅속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옆에 있는 분에게 지금 땅속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라고 물어보았다. 아니라고 하면서 심장이 뛰는 소리가 아니냐고 한다. 그러고 보니 바로 심장의 고동소리였다. 10여 분이 지나자 온 몸에 땀이 나기 시작을 한다. 특히 등과 이마는 축축하다. 나는 아침마다 목욕탕에서 한증을 하는 습관이 있어서 좀더 있고 싶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뜨거워서 일어나서 나가고 없다. 일어나는 순간 기분이 너무나도 상큼하다. 온천욕보다도 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모두들 표정들이 밝다.

다음 일정인 미야자키로 이동을 하였다. 미야자키로 가는 길은 산길이다. 차창 밖으로 녹차밭이 보인다. 그런데 녹차밭에 선풍기가 달려 있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이곳은 온도가 높아 여름에는 선풍기로 말려 주어야 한다고 한다.

30여 분이 지나자 비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지다가 주변이 잘 안 보일 정도로 비가 많이 온다. 차는 아주 좁은 산길을 가면서도 속도를 제법 많이 낸다. 계속 차는 산과 산으로 이어져 간다. 1시간 30분 정도를 달리자 고속도로가 나왔다. 이젠 좀 안심이 된다. 일단은 아슬아슬한 산길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는 여전히 많이 오고 있다. 일본의 고속도로 표지판은 참 읽기가 쉽게 되어 있다. 한자가 적혀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다음에 오면 차를 렌트하여 표지판만 보아도 혼자 운전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30여 분을 달려 휴게소에 도착했다. 휴게소에서 다 함께 커피를 한 잔하고 비치된 지도를 가지고 왔다. 아주 상세하게 잘 되어 있다. 일본 글자를 몰라도 한자만으로 대강의 뜻은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방통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일문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는 다시 한 시간여를 달려 오늘 우리 일행이 머물 미야지키의 SUN PHOENIX HOTEL에 도착을 했다. 이곳 호텔의 시설도 깨끗하고 잘 되어 있다. 호텔에서의 저녁 식사는 매우 다양하고 음식 맛도 좋았다. 이곳 호텔의 물은 온천이 아니니 낮에 한 이브스키의 모래찜질과 온천물의 기운을 간직한 채 목욕을 하지 않고 잠을 자는 게 건강에 좋다고 설명을 한다.

내 방에 모여서 준비해 온 다과와 맥주 한 잔 하면서 일본에서의 둘쨋날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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