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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우도신궁과 아오시마섬

by 황교장 2012. 2. 19.

우도신궁과 아오시마섬

-모라중학교 부장교사연수 3일차-

 

6시에 일어나 목욕을 하고 여유 있게 아침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어서자 햇살이 들어와 있다. 아뿔싸! 간발의 차이로 오메가 일출을 볼 수 없었다. 해 하나 정도 쯤 더 올라와 있었다. 약 2분만 일찍 왔어도 일본에서 오메가 일출을 볼 수 있었는데 참 아쉬웠다. 일본 동해 바다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다. 이곳에서 보는 동해가 진짜 태평양이다. 우리나라에서 보는 동해는 일본열도가 막혀 있어 진정한 태평양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

몇 분들이 먼저 와서 식사를 하고 있다. 아침식사 역시 대만족이다. 맛있는 식사를 하고는 짐을 꾸리러 방에 들어갔다. 호텔방에서 보는 아침경치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어제는 비가 왔고 또한 해가 진 후에 이곳에 도착을 하여 주변의 경치를 볼 수가 없어 산세가 이렇게 빼어난 줄을 미처 몰랐었다. 해발도 아주 높게 보인다. 섬나라 일본이라고 무시했던 내 상각이 완전히 바뀌는 순간이다.

 

 

동쪽으로는 동해바다가 펼쳐져 있고 나머지 방위들은 외룡과 내룡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거의 완벽한 풍수를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은 주변 산세와 건물들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건물이 높지가 않고 적절하게 잘 배치가 되어 있다.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이 가장 큰 건물인 셈이었다.

 

 

오늘은 가시거리가 너무 좋다. 정말 멀리까지 다 보인다. 미야자키(宮崎)현의 현청소재지인 미야자키시이다. 한때 일본 신혼여행의 메카로 각광받았으나 지금은 많이 침체되었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온천이 없다는 점이라고 한다. 인근에 있는 오이타 현의 벳푸, 구마모토 현의 아소, 그리고 첫날 간 가고시마와는 달리 미야자키에는 온천지대가 없기 때문이다.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잘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조용하고 따뜻하고 경치가 좋아 퇴직 이후에 이곳에서 한 동안 살아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오늘 일정은 먼저 우도신궁이다. 우도신궁은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궁이라고 한다. 우도신궁까지 가는 해안선 길은 아름답다. 이 해안은 약 100km에 이르는 리아스식 해안이다. 리아스식 해안은 해안선의 굴곡이 복잡하고 만(灣)이 많다. 따라서 경관이 아기자기하다.

 

 

 

가이드가 이곳 미아자키 원숭이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다. 미야자키 원숭이는 길거리에 그냥 뛰어 다닌다고 한다. 2년에 한 번 발정기가 오면 불특정 다수의 수컷과 교미를 한다. 따라서 아빠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래서 암컷과 새끼들만 같이 사는 모계사회를 이룬다고 한다. 사람도 최소한 2년 주기로 임신을 해야 하는데 연년생을 둔 여자들은 죽어서 화장을 하면 남는 뼈의 양이 거의 없다고 한다. 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 또 다시 임신을 한 까닭이라고 한다. 모든 동물 중에서 시도 때도 없이 교미를 하는 것은 사람밖에 없다고 하면서 우리들을 웃겼다. 한편으로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느껴진다.

한 30분 이상 달리자 신궁으로 들어가는 좁은 길이 나왔다. 차 두 대가 비키지 못할 정도로 좁다. 그런데 바닷가의 바위들이 특이하다. 도깨비 빨래판이라고 불리는, 특이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모퉁이를 돌자 주차장이 나왔다. 주차장에서 내려 바라본 우도신궁의 첫인상은 신궁과 바다, 산이 함께 어우러져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궁이라는 수식어가 이해가 되었다.

 

 

 

바닷가 절벽 위에 세워져 있는 우도신궁은 원래는 782년에 창건된 절이었다. 1868년 일본 왕족의 계보를 잇는 곳이라 해서 신궁으로 바뀌었다 한다. 일본 초대 천황인 진무천황의 조부‘야마사치히코’와 그의 아내 ‘도요타마히메’를 모시는 신사가 있어 성지로 추앙받으며 에도시대까지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됐다고 한다.

 

 

 

우도신궁은 도요타마히메가 진무천황의 아버지인 ‘우가야후키아에즈노미코토’를 낳은 곳이다.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돌계단을 내려가면 해식동굴 안에 본전이 자리하고 있다. 참 특이한 위치에 있다. 본전건물 뒤쪽으로 한 바퀴를 돌면 특이한 바위를 만난다. 신화에 따르면 이곳에서 도요타마히메가 본래의 모습인 상어로 변해 아기를 출산하는데 이를 남편 야마사치히코에게 들키자 바위에서 아이가 먹을 젖이 나오게 만들고 신궁을 떠났다고 한다. 본전 뒤에 있는 이 바위는 젖가슴 형상으로 ‘오치치이와(お乳岩)’라고 불린다, 신기하게도 바위에서 물이 조금씩 흘러 내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여인의 젖가슴을 쏙 빼닮았다. 이 신화 때문에 임신, 순산, 육아를 기원하는 참배객들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신궁 본전을 한 바퀴 돌고나면 신궁 앞에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펼쳐져 있다. 바위들이 소금기를 먹었는지 흰색을 띠고 있다. 결국 세월과 파도가 만들어낸 것이겠지만 신비롭다. 사람들이 거북같이 생긴 바위의 등을 향해 구슬을 던지고 있다. 구슬을 던져 거북 등에 정확히 들어가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특히 아기를 갖지 못하는 부부들에게는 아기를 낳게 해준다는 전설이 있다.

 

 

흙으로 만든 운(運)구슬을 5개에 100엔에 팔고 있다. 남자는 왼손, 여자는 오른손으로 던져서 그 안에 들어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나는 왼손잡이라 쉽게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쁜 딸 아이를 하나 낳고 싶었지만 희망사항으로 남기고 참았다.

 

 

아쉬움을 남기고는 다음 목적지인 태양과 남양의 공원, ‘선멧세 니치난 공원’에 갔다. 태양의 메시지를 받는다는 의미로 선멧세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특히 이곳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칠레의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7채가 서 있다. 일본이 모아이 석상 15개를 3년간 작업하여 1995년에 복원해 놓았다. 이스터섬 장로회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재현하는 것을 허락하였다고 한다. 모아이라는 말은 ‘미래에 살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경치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무리 좋은 경치도 날씨가 받쳐주지 않으면 그 경치의 맛도 반감이 되는 법이다. 오늘 같이 가시거리가 좋은 날씨는 일 년에 몇 번 만나지 못한다고 한다. 3대 적선을 하지 않으면 첫 방문에 이런 날씨를 만나지 못한다는데 우리 일행 중 누군가가 3대 적선을 한 분이 분명히 있는 모양이다.

차에서 내리자 먼저 모아이석상이 나타났다. 가까이 가보니 정말 크다. 언젠가는 이스터섬을 직접 답사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길을 따라 올라가니 그네가 있다.

 

 

그네는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놀이로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곳에도 있다. 동심으로 돌아간 일행들은 그네를 열심히 타고 있다. 길은 계속 산 정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태평양과 해안선이 바라다 보이는 언덕에 자리잡고 있어 정말 경치가 좋다. 바닷물 색이 에메랄드빛이다.

 

갑장(동갑)

 

산 정상에 ‘지구 감사의 종’으로 명명된 조형물이 있다. 지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일본신도, 불교, 기독교 등 18개 교단이 한 마음으로 건립해 국내외 각 정상급 사람들의 메시지를 패널로 전시하고 있었다.

 

 

 

 

자기 나라만이 아닌,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감사의 종을 만들었다는 것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그런 마음이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부리지도 않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덕을 내려와 20여 분 해안선을 따라가다가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입맛에 맞지 않아 고추장에 비벼서 먹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입맛에 맞아서 맛있게 잘 먹었다. 점심을 먹고는 걸어서 일본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아오시마섬으로 향했다. 원래는 섬이지만 다리가 놓여서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다. 그런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모래가 날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모래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몸을 가누기가 힘이 들 정도로 세다. 다리를 건너자 섬이 바람을 막아준다. 그곳에서 잠깐 앉아 쉬었다.

 

 

풍수는 장풍득수의 준말이다. 바람을 막아주는 장풍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여유를 찾아 앞을 바라보니 빨래판처럼 돌기 모양을 한 바윗돌이 해안가를 따라 끝없이 뻗어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정말 거대한 빨래판으로 보인다고 한다. 오랜 시간 퇴적된 암초가 파도의 풍화작용으로 빨래판의 결처럼 깎인 모습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도깨비 빨래판은 니치난 해안을 따라 8㎞를 뻗어 있다. 일본에서도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도깨비 빨래판을 우측에 두고 섬을 돌면 이와사카 신사가 있다. 이와사카 신사도 멋졌지만 우도신궁의 여운이 남아서 큰 감동을 주지는 못하였다. 바닷가를 잠시 걸었는데 모래도 독특하다. 밟으면 사각사각 기분 좋은 소리가 난다. 흙이 아니다. 잘게 부서진 조개껍질이다. 이 섬 전체에는 아열대 식물 ‘비로야자’가 3000그루 이상 심어져 있는데 이곳의 비로야자는 ‘신이 내려오는 나무’로 신성하게 여겨진다고 한다.

다시 다리를 건넜다. 바람이 여전히 세게 분다. 힘들게 다리를 건너자 바람이 한결 잦아든다. 바로 앞에 식물원이 나왔다.

 

 

 

식물원 마당에는 많은 꽃들이 피어있다. 식물원 안에 들어가서 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다음을 기약하면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차는 고속도로로 잘 달리고 있다. 그런데 맑은 날씨가 점점 어두워진다. 급기야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진눈깨비로 바뀐다. 조금 더 지나자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차창 밖 나무들에 눈이 쌓이기 시작한다. 올해 첫눈을 이곳 일본에서 보다니 너무 신기하다. 기분이 한껏 고조된다. 그런데 갈수록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폭설이 내린다. 고속도로의 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한다. 그런데도 우리 차는 주행선에서 추월선으로 차선을 바꾸어가며 제법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 내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분에게 안전벨트를 차게 했다. 송부장이 겁먹은 음성으로 기사 분에게 천천히 가자고 한다. 기사분이 우리말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다급한 음성으로 미루어 짐작하여 대답을 하자 가이드가 우리 차는 특수 타이어를 장착하여 눈길에 잘 달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전혀 눈에 미끄러지지 않고 잘 달리고 있다. 하늘과 땅이 온통 눈으로 덮였다. 조마조마하면서도 아름다운 설경을 즐겼다.

지금의 풍경이 북해도 풍경과 같다고 김부장이 강조를 한다. 겨울 홋가이도는 온통 눈 천지라고 하면서 꼭 다음에 일본 본토와 홋가이도를 꼭 가보기를 권한다. 제법 긴 터널을 지나자 눈내리는 양이 적어졌다. 조금 더 가자 휴게소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눈이 많이 쌓이지 않았다. 위험한 산악구간을 지나온 것이다. 가이드가 전화를 받더니 우리가 방금 지나온 구간이 지금 통제되어 진입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조금만 늦었어도 올 수 없었다.

다시 출발하여 30여 분을 달리자 햇빛이 났다. 날씨가 참 변덕을 부린다. 고속도로를 나와 시내로 진입을 했다. 일본은 물가가 많이 비싸다. 그래서 호텔에서 물건을 사는 것보다 슈퍼마켓에서 사는 것이 저렴하다면서 슈퍼에 들렀다. 우리나라의 대형 슈퍼나 거의 비슷하다.

 

 

 

슈퍼 안에 있는 약국에서 화장실을 물어 보았더니 약사가 약국을 비워놓고 직접 20여 미터나 떨어진 화장실로 안내를 해 준다. 정말 친절하였다. 나는 메모하던 볼펜을 잃어버려서 볼펜을 두 자루 샀다.

 

차는 점차 지대가 높은 곳으로 달리고 있다. 저 멀리 산에서 연기기둥이 솟아나고 있다. 지금도 분출하고 있는 아소산의 활화산이다. 아소산은 구마모토현, 오이타현, 미야자키현 3개의 현에 걸쳐 있는 활화산이다. 세계 최대의 칼데라 화산이자 복식화산이라고 한다.

 

 

 

 

복식화산이란 오래전에 화산폭발로 생겨진 칼데라 내에 새로운 화산 폭발로 인해 새로운 신생화산이 칼데라 내에 만들어진 이중구조의 화산을 말한다. 칼데라 내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우리가 머물 호텔 역시 칼데라 내에 있다. 이 호텔의 방은 다다미 방이다. 전통 일본식 방이다. 이부자리도 종업원이 직접 들어와서 깔아준다. 서비스가 최고인 셈이다. 저녁식사를 하기 전에 먼저 온천욕을 했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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