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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공주 마곡사

by 황교장 2012. 3. 12.

공주 마곡사

-재송여자중학교 수학여행 사전답사기 1-

 

  2012년 3월 1일자로 모라중학교에서 재송여중으로 자리를 옮겼다. 3대 적선을 해야만 가능하다는 여중 교장이 된 것이다. 재송여중은 20년 전 여자중학교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과거로 되돌아온 느낌이었다. 우선 학교가 너무 깨끗하고 조용하다, 그리고 학생들의 표정이 너무 밝다. 이 시기의 학생들에게는 남녀 공학보다는 남중, 여중으로 구별하여 교육을 시키는 것이 인간의 발달과정 상 많은 장점이 있겠다.

부임하고 며칠 후 교감선생님과 2학년 수학여행에 관해 의논을 했다. 사전 답사를 가야하는데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한다. 학년부장이 지리에도 어둡고, 눈도 나빠 밤운전이 어렵다는 것이다. 농담 삼아 ‘그러면 내가 갈까?’ 하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교감선생님이 ‘그럼 그렇게 추진을 한 번 해보겠다’고 하는 말을 농으로 하는 걸로 알았다.

  그런데 다음날 보니 그게 아니었다. 2학년 부장이 교장선생님이 사전답사에 동참을 하신다고 들었다면서 마냥 기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렇게 좋아하니 안 갈 수 없게 되었다. ‘교장이 수학여행 사전 답사 가는 학교는 부산 시내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라고 생색을 좀 냈다.

  일정표를 보니 서울과 에버랜드는 교감시절에 수학여행 인솔을 많이 해보아서 문제점이 없겠고 공주는 학생들을 데리고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그래서 공주를 중심으로 답사를 가기로 했다. 일정에는 공산성과 무령왕릉이 들어 있고 한옥마을에서 숙박을 하기로 되어 있다.

  그런데 조금 미흡한 점이 있었다. 우리 문화의 보고인 사찰이 한 곳도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때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공주 마곡사였다. 마곡사는 우선 문화재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백범 김구선생이 머문 곳으로 학생들에게 더없이 좋은 교육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선생이 관상학의 교과서 격인 ‘마의상법’을 읽고 자신의 관상을 보니 아무리 보아도 좋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의 마지막 구절인 ‘好相 不如 好身體, 好身體 不如 心相(관상이 아무리 좋아도 몸 좋은 것보다는 못하고, 몸이 아무리 좋아도 마음씨 좋은 것보다는 못하다)’을 읽고는 내 한 몸 조국의 독립을 위해 바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 후에 명성왕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군 장교를 때려 죽이고 인천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다가 탈옥하여 잠시 몸을 피신한 곳이 바로 마곡사이다.

 

사전 답사를 위해 3월 9일 9시에 학교에서 출발을 했다. 교감선생님과 행정실장님의 배웅을 받으면서 학교운영위원장님과 2학년 부장 그리고 연구부장과 함께 네 명이다. 첫 출발은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혼자서 너무 먼 거리를 운전하는 것이 많은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연구부장과 둘이서 교대로 하기로 했다.

 

  전형적인 봄날이다. 가시거리도 그런대로 괜찮은 편에 속한다. 차는 신대구고속도로를 타고 청도와 황간 휴게소에서 잠깐 쉬고는 얼마 전에 개통한 당진-대전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고속도로 주변은 세종시 건설이 한창이다.

   공주IC를 지나자 곧이어 마곡사IC가 나왔다. 마곡사는 십 수 년 전에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를 탐방할 목적으로 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의 기억이 잘 나지가 않았다. 그런데 주차장 입구에 있는 식당을 보자 기억에 났다. 그 곳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는 마곡사로 향했다.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거의 없다. 한적하고 호젓한 산사의 길을 네 사람이 담소를 나누면서 걸어갔다. 예부터 봄은 마곡사 가을은 갑사라는 뜻의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라는 말이 있다. 봄에는 왕벚꽃, 산수유, 자목련, 배꽃 등이 꽃을 피워 환상적인 곳이라서 불렸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오늘이 바로 3월 9일 춘삼월이다. 대지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물론 꽃피는 음력 춘삼월이면 더 좋았겠지만 오늘도 야외활동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다. 호젓한 길을 지나자 일주문이 나타났다. 일주문을 지나 길과 계곡이 계속 함께 한다. 길 밑에 계곡 건너 마곡사가 보인다.

 

 

  마곡사(麻谷寺)는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보철화상이 설법할 때 그 설법을 들으려 몰려드는 사람들이 마치 삼〔麻〕밭에 삼이 선 것과 같이 골짜기〔谷〕를 가득 메웠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이 마곡사 자리는 주변 산과 물의 형태가 태극형이라 하여 '산태극 수태극(山太極 水太極)'으로 불리는데, '정감록', '택리지' 등에서도 기근이나 전란의 염려가 없는 삼재팔난불입(三災八難不入)의 십승지지(十勝之地) 중 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마곡사를 가로지르는 태극천의 모양이 활처럼 휘어져 태극 모양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마곡사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도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고을 서북쪽에 무성산이 있다. 이 산은 차령의 서쪽산맥이 맺혀서 생긴 산으로 토산이 빙 둘러 있다. 그 안에 마곡사와 유구역이 있다. 골짜기에는 시냇물이 많고 논이 비옥하다. 또 목화, 기장, 조를 경작하기에 알맞아서 사대부나 평민이 여기 와 살면 흉년이 들었는지 풍년이 들었는지 알지 못하고 지낸다. 여유 있게 살 수 있어 유랑하거나 이사할 근심이 적으니 이만하면 낙원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천왕문에 들어가기 전에 보물 제800호인 영산전(靈山殿)을 만날 수 있는데 지금 수리 중이어서 볼 수가 없었다. 영산전은 이 절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서 조선 중기의 목조건축 양식을 대표할만한 것이다.

그 현판은 세조가 김시습을 만나기 위해서 이 절에 왔다가 만나지 못한 채 돌아가면서 응봉 아래 작은 봉우리에 올라 ‘만세불망지지(萬世不亡之地)’라 하면서 끝없이 감탄하였다고 한다. 그리고는 특별히 영산전(靈山殿)이라는 세 글자를 써서 편액을 내려주고 잡역의 부담을 면해주는 수패(手牌)를 내렸다고 한다.

 

 

 

  영산전을 나와 다시 천왕문으로 들어갔다. 천왕문의 사천왕상 또한 어느 절에 못지않게 인상적이다. 천왕문을 나와 다리를 건너면 특이한 형태의 오층석탑이 절 마당 한가운데에 서 있다.

 

 

보물 제799호로 지정된 마곡사오층석탑이다. 이 석탑은 고려 말에 라마교의 영향을 받아 건립된 것으로 전체적인 조형이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석탑과는 다르다. 특히 청동제 상륜부는 다른 탑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조형으로 풍마동다보탑(風磨洞多寶塔)이라고도 한다.

인도에서 가져온 것이라고도 하나 라마교 탑과 비슷하여 원나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탑은 임진왜란 때 무너져 탑 안의 보물들이 도난당한 지 오래이나 1972년에 수리할 때 동제 은입사향로와 문고리가 발견되었다. 한국·인도·중국 등 세계에서 3개밖에 없는 귀중한 탑이라고 한다.

 

 

  탑 마당에서서 보면 오층탑과 대광보전과 대웅전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를 감상하고 있는데 운영위원장님이 대웅전과 대광보전이 어떻게 다른지를 질문을 한다. 먼저 수인이 다르다고 했다. 손으로 시범을 보였다. 왼손집게 손가락을 뻗치어 세우고 오른손으로 그 첫째 마디를 쥐고 결가부좌를 한 부처님이 바로 법신불인 비로자나불이다. 이러한 손 모양을 지권인(智拳印)이라 한다.

 

법신불이란 우주에 충만한 진리를 인격화한 불신(佛身)을 말한다. 통일신라 때는 화엄사상의 융성과 더불어 통일의 상징으로 비로자나불상이 많이 조성되었다. 불국사의 금동비로자나불(국보 26호), 도피안사의 철조비로자나불(국보 63호), 보림사의 철조비로자나불(국보 117호)이 대표적인데 이곳에서도 비로자나불이 안치된 것이다. 우리나라 절집 현판에 대적광전(大寂光殿), 대명광전(大明光殿), 대광보전(大光寶殿), 비로전(毘盧殿), 화엄전(華嚴殿)이라고 붙어 있으면 ‘아 여기는 비로자나불인 법신불을 모시는 곳이구나’ 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하나 더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적멸보궁이다. 우리나라에는 일반적으로 5대 적멸보궁(寂滅寶宮)이 있다. 영축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상원사,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이다.

부처님이 열반했을 때 몸에서 여덟 말에 해당하는 진신사리가 나왔다. 이 중 자장스님이 중국 오대산에 가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부처님 가사와 사리 100여과를 받아와서 통도사, 봉정암, 상원사, 법흥사에 나누어 봉안했다. 정암사에는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통도사 사리를 나누어 봉안했다고 한다.

 

부처님의 진신 사리는 곧 법신불(法身佛)로 부처님의 진신이 상주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부처님이 항상 그곳에서 적멸의 낙을 누리고 있음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적멸보궁에는 불상을 봉안하지 않고 불단만 있다. 따라서 5대 적멸보궁에는 이러한 법신불을 모시지 않아도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곧 법신불 즉 비로자나불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적멸보궁과 비로자나불은 연결되어 있다.

 

  대웅전(大雄殿)은 석가모니부처님을 봉안한 곳이다. 법화경에 석가모니 부처님을 큰 영웅 즉 대웅(大雄)이라 한 것에서 유래한 석가 부처님이 사는 집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설명을 마치고 대광보전으로 들어선다. 옆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자 비로자나불이 정면으로 마주친다. 정면에 보이는 비로자나불의 수인을 보고서는 정말 손모양이 다르다고 감탄사를 누군가가 연발을 한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함에 있어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이 비로자나불은 동향으로 안치하였다. 이러한 배치는 범어사 미륵전, 화엄사 각황전, 부석사 무량수전 등에서 볼 수 있다. 화엄종 사찰에서 유난히 많이 보이는 배치다. 물론 공간을 넓게 활용하려는 의도라고도 한다. 또한 이는 중생이 비로자나불을 보기 위해 서쪽을 바라보며 서방정토의 극락세계를 바라본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이 부처님은 인도에서 가지고 온 향단목으로 조성하였다고 전해진다.

 

  마곡사 대광보전에서 놓치면 안 되는 것이 하나 있다. 대광보전 바닥의 참나무 각편으로 짜 맞춘 삿자리이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해진다.

 

  어느 앉은뱅이가 이 절을 찾아와서 부처님께 백일기도를 드렸다. 그는 불구를 고치기 위해서 백일기도하는 동안 틈틈이 이 삿자리를 짰다. 이 삿자리는 참나무를 한 끝에서 잇고 또 이어 한 줄로 완성한 것인데, 그는 이 자리를 짜면서 법당에 봉안된 비로자나불에게 자신의 불구를 낫게 해줄 것을 기도하였다. 백 일 뒤 일을 다 끝내고 밖으로 나가는데 자신도 모르게 일어서서 법당문을 걸어 나갔다고 한다.

 

 

  대광보전 삿자리를 보고 나가려고 하는데 집이 부산 용호동이라고 하는 보살이 대광보전의 후불벽 뒤편에 있는 수월백의관음보살도(水月白衣觀音菩薩圖)를 꼭 보고 가라고 한다. 강진 무위사와 변산 내소사에 있는 수월백의관음보살도와 많이 닮아 보인다.

 

대광보전을 나와 돌계단을 오르면 대웅보전(大雄寶殿)이다. 이층 팔작지붕 건물로 안에는 중앙에 석가모니불, 좌측에 아미타여래, 동쪽에 약사여래를 봉안하고 있다. 모두 목불이다. 대광보전의 비로자나불과는 수인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고 누군가가 말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만졌는지 대웅보전 네 기둥들이 광이 난다.

 

 

이 기둥을 안고 한 바퀴 돌면 6년을 더 장수한다는 전설이 전한다고 한다. 나도 무려 10 바퀴는 더 돌았다. 아마 주어진 수명보다 60년은 더 오래 살 것 같다. 또한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이 마곡사 대웅보전 싸리나무 기둥을 만져 보았느냐고 물어본다고 한다. 만져보았다고 하면 극락으로 보내준다는 전설이 전해지고도 있다. 그런데 그 기둥은 싸리나무로 만든 기둥이 아니라 느티나무라고 한다.

 

  대웅전을 나와 대웅전 기둥에 기대 서서 이곳의 풍수를 보았다. 좌청룡과 우백호가 바뀌어 있다. 청룡은 용이 승천하는 것처럼 산이 기세가 좋아야 되고 우백호는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 모양을 해야 하는데 이 둘이 바뀌면 더욱더 좋은 명당이라고 설명을 하자 우리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남주작도 가장 높은 봉우리가 새의 머리가 되고 주변이 날개가 되어야 정 위치인데 조금 빗나가 있다고 설명을 하자 설득력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개천은 태극모양으로 휘어져 대웅전과 대광보전을 감싸고 있다.

 

 

내려오는 길에 김구 선생이 심어 놓은 향나무 한 그루가 있다. 조국 광복 후 선생이 이곳을 찾아 대웅전 주련에 却來觀座間猶如夢中事(각래관좌간유여몽중사, 돌아와 세상을 보니 흡사 꿈속의 일 같구나)를 보시고 더욱 감개무량하여 그 때를 회상하며 향나무 한 그루를 심어 놓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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