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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중국여행

옥룡설산과 인상여강쇼

by 황교장 2016. 5. 28.

옥룡설산과 인상여강쇼


 여강고성을 뒤로하고 옥룡설산으로 가는 길은 한가로운 농촌마을이라 아늑하고 평안하다. 차는 점점 고도를 높여 올라간다. 기온이 점점 떨어진다는 느낌이 차 안에도 전해져 왔다. 옥룡설산이 점점 가까워진다.


옥룡설산은 산맥이 마치 은색의 용이 춤을 추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옥룡(玉龍)이라는 설과 13개의 눈이 쌓인 산봉우리의 모습이 마치 한 마리의 용이 누워 있는 모습 같다고 하여 옥룡설산이라 불린다고 한다. 또한 옥룡설산은 서유기의 손오공이 옥황상제에게 벌을 받아 갇힌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곳 나시족들에게는 종족의 기원인 불멸의 성산으로 숭배의 대상이기도 하다.


먼 옛날 악마가 가짜태양을 여러 개 만들어 온 천지를 불태웠다. 이때 잉구(英古)라는 용감한 처녀가 용왕과 왕자의 도움으로 악마와 싸우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를 본 신선이 설룡(雪龍)을 만들어 가짜태양을 삼켜 없앴다. 설룡은 악마를 깔고 앉았는데 이것이 바로 옥룡설산이다.

왕자는 잉구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는 슬픈 나머지 잉구가 묻힌 곳을 안고 눈물을 흘렸다. 왕자의 눈물이 곧 냇물이 됐다.


잉구가 마귀와 싸우다 쓰러진 곳을 사람들은 잉구툰이라 불렀는데 이곳이 곧 아름다운 강 여강(麗江)이다.

 나시족은 잉구가 어깨에 걸쳤던 적삼에 7개의 별을 새겨 넣었다. 지금도 나시족 여인들은 잉구의 영웅적인 업적을 기리기 위해 어깨에 칠성피견(七星披肩)을 입는다고 한다.



길 옆 숲 속에는 철쭉과 닮은 꽃들이 만개해 있다. 그런데 색이 더 여리고 꽃송이가 더 작아 보인다. 이름 모를 꽃들이 나무들 사이사이에 피어 있다. 주변의 경관을 즐기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해발 3100m 지점이다.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는 인상여강쇼(印象麗江歌舞)를 보러 갔다. 그런데 날씨가 심상찮다. 남방계 체질인 나로서는 추위를 감당하기가 조금 힘이 든다. 나름대로 무장을 한다고 겨울 내의를 준비해 왔지만 여강의 기온이 따뜻하여 설마하면서 숙소에 두고 왔다.



극장으로 향하는데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졌다. 극장 측에서 비옷을 하나씩 준다. 하지만 냄새가 고약하다. 중국 특유의 향신료 냄새다. 결국 입지를 못하고 무릎에만 덮었다. 우리들은 준비성이 철저하여 모두가 우산을 다 준비했다.


우산을 쓰려면 제일 뒷자리라야 가능하다. 그래야만 뒷사람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뒷자리에 앉아 앞을 보니 옥룡설산이 무대 배경이다. 수 년 전에 계림 양삭에서 본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라는 수상 쇼도 아름다운 강과 산을 연극 무대의 배경으로 끌어들였다.

장안 화청지에서 본 장한가 가무 쇼에서도 여산과 화청지를 배경으로 삼았다. 이는 지금까지 본 장예모(張藝謨) 감독이 만든 작품의 특징이다. 장감독은 1988년 ‘붉은 수수밭’으로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하고, 2008년 북경올림픽개막식을 총 지휘한 감독이다.


장예모 감독이 중국 정부와 공동으로 중국의 명산과 호수, 관광지를 무대로 그 지역의 민화나 전설을 쇼로 만든 것이 ‘인상 시리즈’다.

나머지 인상 시리즈로는 항주 서호의 인상 서호(印像 西湖), 하이난의 인상 해남도(印象 海南島), 무이산의 인상 대홍포(印像 大紅袍)가 있다. 언젠가는 나머지 3곳의 인상 시리즈도 볼 날을 기대해본다.


인상여강쇼는 이 지역 소수민족의 역사와 삶을 표현하는 쇼이다. 인상여강쇼에는 10개 소수민족 500명과 말 100여 필이 등장한다. 이들은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연극인이 아닌 이 지역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인상유삼저의 출연진은 지역주민과 연극학교 학생들로 구성되었지만 이곳은 순수 소수민족 중 선발된 500여 명이라고 한다. 인상 여강쇼는 총 6부로 진행된다.



1부 마방
100여 명의 남자들이 피혁이나 약초를 싣고 차마 고도를 걷는 교역활동이다. 이들은 수천 년 동안 마방을 생계의 수단을 삼아 생명을 걸고 차마고도의 험한 길을 왕래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최소한 6개월 이상을 집을 떠나 교역을 한다.

 마방들의 단체춤과 무대 위를 달리는 말들을 통해 마방들의 삶을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지세가 높고 험한 차마고도에서는 살아 돌아오는 것이 곧 승리라고 한다.

사랑하는 남편들을 떠나보내며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여인들의 안타까운 마음들이 전달된다.





2부 술타령
마방들은 설산을 바라보며 함께 술을 마신다. 힘든 삶을 이기기 위해서는 술의 도움이 필요하다. 술에 취해 싸움도 하고 그러다 바닥에 쓰려지기도 한다.

남편이 오기를 기다리던 아내가 남편을 찾아 나선다. 술판에서 쓰려져 있는 남편을 발견하고는 아내가 끌고 간다. 비틀대며 아내 뒤를 따라가던 남편이 정신을 차리고 아내를 등에 업고 집으로 가는 장면이다.




 3부 천상인간
나시족은 지상에서 사랑을 이루지 못할 경우에는 죽은 후에 사랑을 맺어주는 ‘옥룡제3국’이라는 곳이 있다고 믿는 혼인 문화가 있다.

지상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옥룡제3국으로 길을 떠나는 이들을 가족들이 못 가게 말리는 장면이다.
여강에서는 부모의 반대에도 사랑을 위해 자결하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여강을 ‘순정의 여강’으로 불린다고 한다.





4부 타도조합
10개의 소수민족들이 나와 연주 없이 서로 손잡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즐거운 생활상을 보여준다. 타도는 민요와 같은 민속음악이라고 한다.





5부 곡무제천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이야기다. 하늘에 대한 숭배와 자연과의 친화를 나타낸다. 역동적인 북춤으로 제사를 지낸다.

마침 이때 하늘도 감응을 하는지 북춤에 맞추어 천둥 번개가 같이 쳐주고 있다.



6부 기도의식
마지막으로 관중과 함께 소원을 빌면 소원이 다 이루어진다.



이것으로 인상여강쇼가 끝이 났다. 서안에서 본 장한가와는 대비되는 느낌이다. 장한가는 화려한 가무쇼를 특징으로 하는 황제의 사랑을 그렸다면 이곳 인상여강쇼는 민초들의 생활상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황제의 사랑이나, 민초들의 사랑이나 이루지 못한 사랑의 이야기는 한스럽고 애잔하다. 인상여강쇼를 보고 감흥에 젖어 출연진과 함께 사진을 담았다.






인상여강쇼를 보고 내려오는 길은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호수도 있고 벚꽃도 피어 있다. 가문비나무에도 꽃이 피어 있어 옥룡설산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같다.




그런데 날이 너무 춥다. 보다 못한 박부장이 목수건을 사가지고 왔다. 수건을 목에 두르자마자 추위가 사라졌다. 그 폼이 영락없는 이곳 원주민 폼이다. 살아오면서 많은 여행을 다녔다. 그런데 여행지에서 사람들이 내게 길을 자주 묻는다. 가는 곳마다 그곳의 원주민과 흡사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내게 금방 그곳과 동화되는 면이 있는 모양이다.


운삼평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타야 한다. 옥룡설산 관광은 운삼평 코스와 모우평 코스, 빙천공원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된다. 우리들은 운삼평 코스로 갔다. 버스에 내려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케이블카를 타고 바라보는 옥룡설산 또한 색다른 모습이다. 설산은 고도의 차이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 케이블카 아래로 등산로가 보이는데 그 각도가 70도는 되는 것 같다. 내려다보니 이름 모를 노란 꽃들이 피어 있다. 앞은 눈 덮인 옥룡설산이, 아래에는 예쁜 꽃들이, 옆에는 원시림이 쭉쭉 뻗어 있다.

 
풍경을 즐기는 잠깐 사이에 케이블카가 운삼평 입구에 도착했다. 조금 걸어가니 우박이 떨어져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는 잠깐 동안 이곳에 우박이 쏟아진 것이다.



 조금 더 들어가자 길 양쪽으로 원시 자연림이 나타났다. 천년이 넘은 아름드리 전나무와 가문비나무들이 쭉쭉 뻗어 있다. 군데군데 고사목들이 있고 여기저기 이끼들이 자리 잡고 있다.



 태고의 원시림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공기가 다르다. 청량 그 자체다. 해발 3800m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숨쉬기에 불편함이 전혀 없다. 출발하기 전에 우려했던 고산병은 어느 누구에게도 나타나지 않았다.



원시림을 벗어나자 탁 트인 목초지가 나타났다. 이곳을 왜 운삼평이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간다. 운삼평(雲杉坪)은 구름과 삼나무가 많은 평원이라는 뜻이다. 이름과 느낌이 똑 같다. 건너편에 있는 옥룡설산의 모습은 웅장하면서도 친근감이 든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높은 곳에 이러한 평원의 경치가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나시족들이 지상에서 사랑을 이루지 못할 경우에는 죽은 후에 사랑을 맺어주는 ‘옥룡제3국’이라는 곳이 이곳이 아닌가라고 생각되었다. 운삼평을 한 바퀴 돌고는 아쉬운 발걸음으로 내려왔다.




다음 목적지는 백수하다. 물색깔이 희다고 해서 백수하(白水河)라고 한다. 백수하는 석회암이 퇴적되어 물빛이 코발트 빛깔로 보이는 곳이다. 비취빛 물색을 내는 대표적인 곳은 중국의 구채구, 터키의 파묵깔레,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라오스 꽝시 폭포가 대표적이다. 석회암이 퇴적된 곳의 물빛은 코발트, 비취, 에메랄드빛 등으로 표현되는데 그 차이는 태양빛의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차에서 내려오는 동안 백수하가 다 보인다.




백수하 입구가 터키의 파묵깔레처럼 되어 있다. 자연스럽게 된 것인가를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시멘트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흉내를 내어 오히려 흉물이 된 것 같다. 


운삼평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 탓에 백수하를 보고 나면 나시문화의 발원지인 옥수채를 못 볼 수가 있다고 해서  바로 옥수채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가이드와 버스기사가 큰 소리로 말다툼을 하고 있다. 버스기사는 이곳에서 무조건 내리라고 한다. 이유인즉 자기 차는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것이다. 우리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이차에 탄 사람은 이곳에 반드시 내리고 백수하를 본 사람들만 태운다는 것이다. 완전히 갑질이다. 관광객은 우리들인데 힘은 버스 기사가 쥐고 있다. 결국 가이드가 사정사정하여 백수하에 내리지 않고 바로 옥수채로 갈 수 있었다.


옥수채로 가는 길은 한적한 시골길이다. 옥수채 입구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이곳 안내원이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입장 마감시간 5분 전이었다. 5분만 늦었어도 옥수채를 못볼 뻔했다. 우리들은 여행을 할 때마다 마치 누가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늘 하는 말이 있다. 우리 일행 중 누군가가 3대 적선을 한 분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늦은 시간에 입장을 하니 참 좋은 점이 있다. 관광객이라고는 우리밖에 없다. 여유 있게 느긋하게 옥수채로 들어갔다.




이곳은 해발 3,000m에 위치한다. 옥수채(玉水寨)라는 이름은 이곳에 떨어지는 폭포들이 구슬빛 같다고 하여 옥수채라 불린다고 한다. 옥룡설산의 눈이 녹아 지하수로 흐르다가 이곳에서 복류하여 샘물이 된 셈이다. 마치 한강의 발원지인 태백의 검룡소를 보는 듯하다.
이 물은 음용수로 최고라고 한다. 이 물을 한 모금 마시면 10년을 더 건강하게 산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 건강하게 30년을 더 살려고 세 모금을 나누어서 마셨다. 이 물이 발원지가 되어 여강 시내에 있는 흑룡담, 여강고성을 거쳐 시내로 흘러드는 식수다.  
이곳에는 ‘대자연신상’이라고 불리는 황금색 신상이 있다. 신상의 얼굴은 사람인데 몸은 뱀의 형상을 하고 있다. 이 신상이 나시족의 조상이라고 한다.  신상은 이곳을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단지 샘물의 발원지인 이곳을 중국 정부에서는 관광지 최고등급 다음 등급인 A 네 개를 주었다. 중국 전체를 통틀어 A 다섯 개는 60여 곳밖에 없다. 그 다음 등급이면 굉장한 셈이다. 중국정부에서 나시족의 발원 전설이 있는 이곳을 중시하는 셈이다.


이것으로 오늘 공식 일정은 끝이 났다. 우리 일행은 다시 려강고성으로 향했다. 고성에서 아주 풍성한 저녁식사를 하고는 또 다시 고성의 야간 투어를 했다.


이제는 어제 저녁과는 사뭇 달랐다. 낮에 고성 구석구석을 다 보았기 때문에 지리에 익숙해져 편안하게 산책을 하면서 즐겼다. 오늘의 피로를 마사지로 상큼하게 해결하고는 내 방에서 다 함께 호호깔깔하면서 마무리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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