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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중국여행

가을에 떠난 타이완 여행 2

by 황교장 2019. 10. 25.

가을에 떠난 타이완 여행 2

-야류해양국립공원, 지우펀, 황금박물관, 천등날리기-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1시간 가량 버스를 타자 도착한 곳은 야류해양국립공원이다. 해안가의 독특한 형상의 바위로 가득찬 야류(野柳)해양국립공원은 지질공원이다. 바위는 석회질과 사암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오랫동안 파도의 침식과 풍화 작용에 의해 독특한 모양의 바위로 생성된 것으로 거대한 버섯과 계란 모양의 바위가 제각기 흩어져 있다. 폭풍우와 파도가 만들어 놓은 기암괴석들은 독특한 이름을 지니고 있다. 왕관을 쓰고 있는 듯한 여왕머리, 계란바위, 목욕하는 미녀바위 등으로 불린다.

 

 

 

멋진 풍경 앞에서 다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3개 구역으로 나뉘어져 관광할 수 있다. 1구역은 버섯바위가 밀집되어 있다. 이곳에는 유명한 촛대 바위가 있다. 2구역은 1구역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야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여왕바위가 있다. 이집트의 여왕인 네페르티티의 옆모습을 꼭 닮았다고 하는 이 바위에는 항상 관광객들이 줄을 지어 사진을 찍는다.

 

 

 

 

 

 

 

 

 

 

 

 

 

3구역은 기암괴석과 자연경관을 보존하는 지역이다. 바닷가 옆으로 조성된 산책길을 따라 잠시나마 무념무상을 느껴보기도 한다. 무념무상을 느끼기 위해 가능하면 사진을 찍지 않고 눈으로 오랫동안 담아두려고 자세히 관찰하면서 응시하는 습관이 있다. 이번 여행에는 친구들이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어서 그저 즐기기만 하기로 작정을 했다.

 

 

 

 

 

 

 

 

 

야류지질공원을 잘보고 나오는 길에 가게가 즐비하게 있어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가장 끌리는 것은 역시 시원한 맥주다. 맥주와 오징어 안주를 즐기면서 여행의 멋을 더했다. 야류해양국립공원을 출발하여 한 시간여를 지나면 드라마와 영화의 명소인 지우펀이 나온다.

지우펀(九份)은 과거에 아홉 집밖에 없던 외진 산골 마을에는 항상 아홉 집 것을 함께 구입해 아홉 개로 나눴다고 해서 '九份'이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아홉 집밖에 없던 이곳에 금광이 발견되어 많은 인구가 유입되었다. 그러나 금광이 폐광되고는 황량한 곳으로 남아 있다가 1989년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의 배경이 된 장소로 알려지면서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선 드라마 온에어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언덕위로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을 따라 각종 상점과 찻집, 음식점이 즐비하다. 좁은 골목길을 걸어서 식당에 도착을 했다. 이곳 대만의 음식은 중국본토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특히 고수라는 향료를 거의 쓰지 않는다. 생선과 해물이 많이 들어있다. 중국식과 일본식의 중간 정도라고 느껴져 먹을 만했다.

 

 

 

 

 

 

 

 



 

식사를 하고는 각종 음식과 상품들을 팔고 있는 골목을 지나게 되었다. 관광객의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다. 젊은 시절 이곳에 왔더라면 더욱더 행복하게 보냈을 것인데 늙은 몸은 먹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없어져 간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지우펀을 나와 황금박물관 구역으로 갔다. 금광이 있던 광산마을의 독특한 옛 정취가 느껴지는 곳이다. 황금박물관 구역은 일제 시대에 개발된 황금광이 있던 마을인 진과스(金瓜石)에 자리하고 있다. 한때 금과 은의 생산량이 엄청났던 곳으로, 지우펀처럼 산 중턱에 자리해, 좁고 가파른 지형을 지니고 있다. 일제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 있다. 집들이 어린 시절 많이 보았던 집들이다.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60년 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황금 박물관앞에는 톱으로 우리나라 노래를 연주하고 있다. 흥이 많은 친구가 팁을 주고서 한 곡을 멋지게 뽑아 흥취를 돋구었다. 황금박물관 안에 전시되어 있는 220kg의 금괴를 직접 만져 볼 수 있다. 손으로 만질 수 있게 구멍을 내어 놓았다. 이 순금을 만지면 부자가 된다고 한다.

황금박물관을 나와 태자빈관에 갔다. 일본 왕세자의 별장이다. 1922년 일본의 다나카 광업 주식회사가 히로히토 왕세자를 맞이하기 위해 지은 일본식 별장이다. 해방 후 장제스 총통이 진과스에서 휴가를 즐길 때 이곳을 사용했다고 한다. 태자빈관은 전통 일본식 서원의 형태에 서양 건축 양식을 혼합하여 지어졌다. 타이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목조 건물로 규모 또한 크고 웅장하다. 지금까지 본 일본식 건물 중 가장 규모가 크다고 느껴졌다.

태자빈관을 나오자 많은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동심으로 돌아가서 친구와 함께 먹으면서 나오는데 일본식 집이 여러 채 줄지어 있다. 이곳에서 숙박도 할 수 있다. 이 집들은 1930년 일본탄광주식회사에서 지은 목조주택으로 일본인 관저로 사용한 집이라고 한다. 이 집들이 유명세를 탄 것은 드라마 "전각우도애(轉角遇到愛)" 극중 주인공의 집이라고 한다.

 

황금박물관을 나와 천등을 날리는 곳인 스펀(十分)으로 갔다. 이곳 역시 조용한 시골길이다.

 

 

 

 

 

시골길 다리를 건너자 하늘에 천등들이 날아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타이완 북부에서 제일 큰 정월 대보름 행사가 매년 핑시선 일대에서 열린다. 이날 타이완 사람들은 천등(天燈)을 하늘로 띄우며 복을 비는 행사를 한다. 이 무렵 열리는 국제 천등절 행사에서는 약 3~4만 개의 천등이 한꺼번에 핑시의 하늘을 물들이며 장관을 연출한다. 수많은 천등이 유유히 상승하는 모습은 미국의 디스커버리(Discovery)’ 채널에 소개되어 전 세계에서 꼭 가 봐야 할 페스티벌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1918년 일본 광업 회사가 석탄 운송을 위해 스펀역을 건설하였다. 스펀역은 핑시선 중 제일 큰 역으로 1992년 탄광업이 몰락하면서 현재는 관광 열차로 분위기를 바꿔 새롭게 운행하고 있다. 스펀역을 지나는 철로와 스펀 옛 거리가 아주 근접해 있어 기차가 사람들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모습이 매우 특이하다. 집들 대부분은 철로를 따라 지어져 매우 위험하게 보인다.

 

 

 

이런 아슬아슬한 경험은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사람과 열차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가깝게 공존할 수 있을까 하는 놀라움을 안겨 주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독특함 때문에 타이완 드라마 연연풍진(戀戀風塵)’의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천등에 소원을 담아 하늘을 날려 보내는 사람들로 성시를 이루고 있다. 역 주변에는 천등을 파는 가게가 늘어서 있다. 가게에 들어서자 천등의 네 면에 붓으로 소원을 적으라고 한다. 우리 네 명은 각자의 소원을 적어 하늘로 날렸다.

 

 

 

 

 

 

 

 

 

천등의 색마다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고 한다. 빨강색은 건강운, 노랑색은 금전운, 파랑색은 직업운, 보라색은 학업 및 시험운, 분홍색은 애정 및 결혼운을 뜻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날린 천등의 색은 건강을 뜻하는 빨간색이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아픈 곳이 자꾸 많아지고 있다. 요즈음은 특히 허리가 고장이 났다. 그래서 남은 생을 건강하고 풍성하게 살 수 있도록 빌었다. 친구들의 소원도 이루어지기를 같이 빌면서 천등을 날렸다.

 

 

 

 

그런데 소원을 비는 것은 좋은 일이나 천등 날리기는 주변의 산과 나무들을 오염시키는 문제가 있다. 천등이 희망봉이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까지 날아갔다고 한다.

 

스펀역을 떠나 다시 타이베이로 왔다. 오는 길에 차가 조금씩 밀렸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잘 소통이 되었다. 시내에 들어와서 저녁식사를 하고는 젊음과 영화의 거리로 불리는 서문정거리로 갔다. 서울의 명동과 같은 번화한 거리다. 타이베이역의 남서쪽에 있는 약 600m의 거리를 지칭하는데, 상점가와 영화관, 유흥가 등이 밀집되어 있다. 이곳은 특히 동쪽의 상점가에 비해 더 서민적이고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영화관이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이 때문에 영화거리라 불리기도 한다.

 

 

 

한 바퀴 쭉 둘러보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아이들 장난감이다. 손녀들에게 줄 장난감을 두 개 샀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를 위해 사고 싶고, 먹고 싶은 물건들이 자꾸 줄어 간다. 사고 싶은 것은 오직 손녀들에게 주고 싶은 것뿐이다. 생물학적으로 게놈지도의 완성은 바로 유전자의 전달자로서의 기능밖에 없다고들 하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

친구가 서문정거리에서 맛있는 와인을 구입하여 호텔로 돌아와 향기로운 와인에 취해 화기애애한 옛날이야기로 셋째날 여행의 마무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