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

스페인 여행3-가우디 투어1 구엘공원

by 황교장 2022. 7. 29.

스페인 여행3-가우디 투어1 구엘공원

 

몬세라트를 다 보고 나오니 11시가 조금 넘었다. 1시간을 달려 다시 바르셀로나 시내에 도착하여 이른 점심으로 파에야(paella)를 먹으러 갔다. 12시가 넘었는데도 이른 점심이다.

스페인은 3월 마지막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 토요일까지는 7개월 동안 서머타임을 실시한다. 해 뜨는 시간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5시경에 해가 뜨는데 스페인은 6시 반이 되어야 해가 뜬다.

 

공원입구

해 뜨는 시간이 우리와 한 시간 반이나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는 동경 135도에 기준한 일본과 같은 표준시간을 써 30분이 빠르다. 스페인의 서머타임 한 시간을 합치면 해 뜨는 시간이 한 시간 반의 시간 차이가 난다. 해 지는 시간도 한 시간 반이나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 해 지는 시간이 거의 8시라면 이곳은 9시 반이 되어야 해가 진다. 그래서 스페인에서는 일반적으로 점심을 2시에 먹고 저녁을 9시에 먹는다.

 

파에야

파에야는 쌀과 고기, 해산물, 채소를 넣고 만든 스페인의 쌀 요리로 사프란이 들어가 특유의 노란색을 띤다. 아랍 문명의 지배를 받던 시기에 쌀이 스페인으로 처음 들어오면서 파에야와 유사한 음식을 먹기 시작하여 19세기에 들어 파에야라는 명칭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순수 토종의 입맛을 가진 나에게 입맛에 맞지 않았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서 반쯤은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뜨거운 한낮이다. 아침의 선선함은 없어지고 뜨거운 햇빛만 작열하고 있다.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가 건축한 건축물들을 보기 위해 구엘 공원으로 갔다.

 

경비실

이곳 바르셀로나에는 오로지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과 전 세계 건축학도들이 매년 성지 순례하듯 몰려온다고 한다. 가우디의 중요 작품 중 하나인 구엘 공원은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곳으로 진입하는 길이 좁았다.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도 공원에 입장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공원에 들어서자 마치 아이들이 좋아할 동화 속의 한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한편으로는 재미있다고 느꼈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장난감처럼 여겨졌다.

 

고상한 맛이 없는 천진난만하다는 느낌이 들어 철부지들이 장난한 것처럼 보여서 이게 뭐 천재 건축가가 한 건축인가 싶기도 하였다.

 

사무실

구엘 공원은 가우디의 작품 중 가장 색상이 화려하다고 한다. 구엘 공원의 첫 용도는 고급주택단지였다. 구엘 공원은 바르셀로나에서 비교적 높은 지역인 해발 150m인 펠라다(Pelada) 산등성이에 있다.

구엘 백작은 아테네의 델포이 신전을 재현한 60채의 고급전원 주택단지를 만들 계획이었다고 한다.

 

입구 계단

사생활이 보장되게 담을 쌓아 일반인과는 적절히 격리된 유토피아적인 공동체를 세워 최상위의 부유층에게 분양할 목적이었다. 따라서 입구에서부터 화려한 경비실과 사무실이 필요했다.

입구에 섰을 때 보이는 건물 중 오른쪽은 경비실이고, 왼쪽은 사무실이다. 이들은 모자이크로 뒤덮인 외관이 독특해 '과자의 집'이라고도 불린다.

 

도롱뇽

출입구를 통과하면 위로 오르는 계단 중앙에 화려한 색상으로 모자이크한 2개의 분수대가 눈에 띈다. 연금술을 상징하는 도롱뇽과 의술의 신 아이스쿨라피우스를 상징하는 청동뿔이 달린 뱀 머리가 조각되어 있다. 계단은 장터인 중앙 광장(Sala Hipostila)으로 연결된다.

 

86개의 기둥과 천정

1층은 중앙 광장 룸이고 2층은 중앙 광장이다. 1층은 유리와 세라믹으로 만든 86개의 기둥이 지붕을 받쳐 주고 있다. 천장에는 병과 돌을 깨부수어 만든 4개의 태양이 장식돼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심이 많았던 구엘 백작의 요청으로 지었다는 이 건물은 많은 기둥이 신전처럼 도리아식으로 지어졌다.

 

광장 위에서 스며든 빗물은 도리아식 기둥 안에 설치된 하수관을 통해 물탱크로 모인다. 모인 물은 계단에 있는 세 개의 분수 중에 세라믹 재질로 된 용 조각상의 입으로 토하듯이 나오게 된다.

 

용조각상

 

산책길 인공석굴

2층 광장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모양의 산책길은 경사진 통로로 되어 있다. 반쯤 기울어져 무너질 것 같아 불안해 보이는 인공 석굴이다. 인공 석굴 기둥의 모양을 유심히 보면 코끼리의 정면 모습과 유사해 보인다. 구엘이 어릴 적 좋아하던 인도코끼리를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투박해 보이는 기둥들은 이곳 작업장에서 나오는 돌들을 버리지 않고 이용해서 만들었다. 기둥 속에 흙을 채워 위에 심은 식물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꾸몄다. 꾸불꾸불한 석굴의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중앙 광장이 나온다.

 

중앙광장

 

벤치

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물결 모양의 벤치로 형형색색의 부서진 타일을 이용해 뱀처럼 돌아가며 설치되어 있다. 벤치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다. 빈자리가 거의 없다. 마침 빈자리가 있어 앉아보니 보기와 달리 매우 편안하다. 딱딱한 타일로 된 의자라 불편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편안하다. 요추 4번과 5번을 잘 받쳐주고 있다.

 

천장

근래에 척추관협착이 생겨서 서울의대 정선근 교수의 저서인 백 년 허리백 년 목을 탐독하고 이 분의 동영상을 열심히 시청하고 따라 해 효과를 보고 있었다. 벤치의 구조가 정교수가 주장하는 것과 일치하였다. 아마 가우디도 나와 비슷한 나이에 척추가 안 좋아서 이렇게 설계하지 않았냐 하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보기도 했다.

 

시가지와 지중해

벤치에 앉아 앞을 바라보자 저 멀리 바르셀로나 시가지와 지중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명당이다. 나름대로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의 사신사가 뚜렷하다. 풍수는 동서양이 따로 없다. 인간이 살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곳이 명당이다. 처음 계획대로 호화주택이 잘 분양되었다면 지금쯤 그 값은 아마 따질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당시로서는 너무 혁신적인 발상이어서 사업적으로는 실패한 계획이었던 모양이다.

 

이 지역은 돌이 많은 데다 경사진 비탈이어서 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데도 가우디는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해서 땅을 고르는 것도 반대했다고 한다. 1900년부터 1914년까지 14년에 걸쳐서 작업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도심에서 다소 멀고 교통도 불편하여 값비싼 전원주택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계획은 미분양으로 인한 자금난으로 몇 개의 건물과 광장, 유명한 벤치 등을 남긴 채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산책로 입구

1922년 바르셀로나 시의회가 구엘 백작 소유의 이 땅을 사들여 시영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애초의 원대했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공원은 여전히 스페인이 낳은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가장 훌륭한 작품 중에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지금은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쉼터로 사랑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1984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구엘 공원을 나와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보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