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중국여행

공자아카데미 4일차-백두산

by 황교장 2010. 9. 26.

공자아카데미 4일차-백두산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는 짐을 챙겼다. 그런데 휴대전화를 아무리 찾아도 없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휴대전화의 노예로 전략한 느낌이다. 뭔가 찜찜하고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마음을 다잡아먹었다. 휴대전화로부터 자유를 느끼자! 그동안 휴대전화 없이도 잘 살아왔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다소 가라앉아 좋아졌다.

8월 4일 6시 반에 집합하여 7시에 출발이다. 대망의 백두산 관광이다. 이번 연수중에서 가장 하이라이트가 바로 오늘인 셈이다. 몇 분들이 날씨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한다.

그런데 지금 장춘의 날씨는 비교적 좋은 편이다. 고속도로 변은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 밭이다. 옥수수는 사료로 쓰이거나 자동차 연료를 만들기도 한다고 한다.

 

 고속도로변 옥수수밭

 

고속도로가 끝나자 2차선 도로가 나왔다. 지금껏 옥수수 밭만 보이다가 간간히 벼를 심은 논이 보이기 시작한다.

만주에 사는 중국 사람들은 그 동안 밭농사만 할 줄 알았지 벼농사는 지을 줄 몰랐다고 한다. 조선족이 벼농사를 시작하여 이렇게 많이 퍼뜨렸다고 한다.

 

 논농사

 

 길가의 마을들은 어린 시절 시골 풍경 그대로라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거의 3시간을 달렸는데에도 버스기사는 화장실에 대한 안내가 없다. 어제 주님을 사랑한 덕분에 더 이상 참지를 못하고 ‘츠수오(厠所 cèsuǒ)’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 말에 온통 웃음을 선사했다. 가이드분이 조금만 더 가면 주유소가 나온다고 설명을 한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당초 계획은 내일 아침에 백두산에 오르는 것으로 되어있었는데 오늘 오후에 오르기로 변경이 되었다. 다들 걱정을 한다. 천지를 보지 못할까봐서이다. 한 분이 ‘황도사요 오늘 천지를 볼 수 있겠는기요?’라고 질문을 한다. ‘우리 일행 중에 3대 적덕을 한 분이 타고 계시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악덕을 행한 분이 많으면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들 ‘도사다운 대답'이라고 하신다.

 

 화장실

 

마침 화장실에 도착했다. 주유소에 달린 화장실이다. 우리나라 60년대의 화장실 그 자체였다. 화장실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별하는 문화의 척도이다.

또한 길흉의 척도이기도 하다. 일반 가정 집도, 장사하는 집도, 회사도, 학교도 망조가 들려면 화장실부터 더러워진다.

그런데 이곳은 너무 심하다. 이 길은 장춘에서 백두산으로 가는 주된 길인데도 불구하고 화장실이 낙후된 것이다. 악취가 너무 심해서 들어가지 못하고 어린 시절처럼 옥수수밭에다 거름을 주었다.

 

차는 다시 출발을 하였다. 광활한 평야만 보이다가 이젠 산도 제법 보인다. 그런데 가파른 땅에도 개간을 하여 빽빽이 농작물이 잘 심겨 있다.

 

한국은 국토가 좁아도 시골에 가면 경작할 사람이 없어 농토를 묵혀 풀만 무성한 땅이 상당히 많은 반면에 중국은 이렇게 광활한 땅에도 빈틈도 없이 농작물이 다 심겨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중국 정부가 30년간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농지를 임대한 결과라고 한다, 그 결과 도시로 몰려 들던 농민들도 줄어들게 되고, 만성적인 먹거리 부족 사태도 일시에 해결되었다고 한다. 사회주의 정책의 장점일 수도 있겠다.

 

두 시간 더 달려 도착한 곳은 고려식당이다. 우선 김치가 있어서 반가웠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우리 음식을 먹어본 것이다. 차는 다시 출발을 하였다. 주변의 경치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길가의 야생화가 많이 띈다.

특히 한국에서는 고산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 동자꽃이 많이 보인다. 차는 이윽고 서파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서파 주차장 휴게소 건물 이름이 장백산이다.  중국에서는 백두산을 장백산이라고 한다.

 

 장백산 휴게소

 

이곳에서 다시 표를 사서 천문봉 주차장까지 가야 한다. 천문봉 주차장까지 가는 길은 절경이다. 그런데 버스의 속도가 너무 빨리 달려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가이드에게 왜 이렇게 차가 빨리 달리는지를 물어보니 빨리 퇴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다. 손님 위주가 아니고 자기들 편의 위주다. 사회주의 국가의 한계인 것 같았다. 서비스 정신이 많이 결여되었다.

 

 백두산 원시림

 

차는 점점 높이 올라가고 있다. 높이 올라갈수록 수목의 종류가 바뀐다. 울창한 원시림에서 점차 수목의 키가 작아진다. 더 올라가자 키 작은 나무조차도 잘 보이지 않고 대신에 야생화 천국이다.

 

 장백산 휴게소에 있는 백두산 모형

 천상화원

 

40여 분 달려서 산 정상 가까이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곳은 고도가 높아서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구름과 안개도 많이 끼어 있다. 내려오는 분에게 천지를 볼 수 있는지를 물어보니 안개에 가려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실망이다. 그러나 백두산 날씨는 언제 변할지 모른다는 게 정설로 알려져 있다. 운이 좋으면 볼 수도 있을 거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출발을 했다. 천지까지는 계단을 1236계단을 올라야 된다.

 

길가에는 처음 보는 야생화들로 가득 하다. 그나마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은 시들어가는 하늘매발톱, 두메분취, 구름국화, 구절초 등이다. 조금 더 오르니 화살곰취 군락지가 나온다.

 

 화살곰취

 

그런데 올라가는 계단이 생각보다 상당히 가파르다. 가마꾼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다. 우리말로 ‘가마 타세요, 가마 가마’라고 외친다. 몇몇 분들은 아주 힘들어 한다. 평소에 체력을 길러놓아야 서파코스는 잘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드디어 천지에 도착을 했다. 가시거리가 겨우 10여 미터밖에 되지가 않는다. 천지표지판만 겨우 보인다. 밑은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 일행들의 표정은 너무 밝고 좋다. 백두산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다.

 

 백두산 천지

 

백두산 천지가 다 나올 수 있도록 합성사진을 찍어주고는 돈은 받는다. 한 장에 5천원이다. 대부분 이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또 조선족 동포라고 하면서 20년 된 장뇌삼을 사라고 한다. 다섯 뿌리에 만 원이다.

나는 산삼을 직접 채취한 경험이 있어 장뇌삼 볼 줄을 안다. 만원에 다섯 뿌리면 비싸지 않은 것 같아 샀다.

그런데 내려올 때 산 분은 오천 원에 샀다. 잠깐 몇 분 사이에 반값으로 떨어진 것이다. 중국에서 물건 살 때는 버스 떠나기 직전에 사라고 하더니 정말 그렇다.

 

천지를 보지 못한 것은 다음에 한 번 더 오라는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는 아쉬움을 남긴 채 하산했다.

차는 다시 출발을 하여 제자하(梯子河)에 도착을 했다. 아름다운 야생화가 지천으로 깔려 있다. 천상의 화원에 온 느낌이다.

 

 자주꽃방망이

 꽃쥐손이풀

 금방망이

 분홍바늘꽃

 큰엉겅퀴

 

식물도감에서만 보아온 꽃쥐손이풀, 분홍바늘꽃, 자주꽃방망이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식물도감에도 없는 꽃이 있어 전문가인 동래원예고등학교 모만호 선생님에게 문의한 결과 희귀식물 금방망이라고 하신다. 내눈에는 고려엉겅퀴로 보이는 꽃은 큰엉겅퀴라고 한다. 큰엉겅퀴의 특징은 꽃이 고개를 숙인다는 것이다. 전문가의 눈은 역시 다르다.

 나의 카메라는 천지에서 배터리가 끝이 났다. 그래서 사진전문가인 강교장 선생님에게 이 꽃 저 꽃을 좀 찍어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배터리가 다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찍을 수 없는 꽃 사진이다.

 

제자하(梯子河)는 제법 깊은 협곡에 물이 흘러가는 곳이다. 제자(梯子)는 '사다리'라는 뜻으로 윗부분이 넓고 아랫부분이 좁아 그 모양이 사다리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는 지각 변동으로 인해 지면이 양쪽으로 갈라져 형성된 지형으로 깊은 바닥에 물이 흐른다.

 

제자하 다리를 건너 안쪽으로 들어가면 야생화 천국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 속에 들어가서 보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었다.

 

다시 차는 제자하를 출발하여 10여 분 후에 장백산대협곡 주차장에 도착했다. 중국에서는 장백산대협곡이라고 하고 우리는 금강대협곡이라고 칭한다고 한다.

 

가이드를 따라 원시림 안으로 들어갔다. 탐방로가 아주 잘 정돈되어 있다. 공기부터가 다르다. 쭉쭉 뻗은 전나무, 금강소나무, 자작나무, 잣나무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한 10여 분 걸어 들어가자 대협곡이 나왔다. 신비롭다.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는 순간이다.

 

 

 

 금강대협곡

 

금강대협곡은 백두산이 화산 폭발을 일으킬 때 용암이 흘러내리던 자리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풍화에 씻겨서 이루어진 협곡이다.

이 금강대협곡은 2001년 중국에서 백두산에 난 산불을 진화하다가 발견한 협곡이라고도 하고, 몇 년 전에 태풍으로 원시림이 뽑혀 나가자 이를 정리하기 위해 숲속으로 들어갔다가 우연히 발견했다고도 한다.

 

협곡의 크기는 폭이 평균 120m, 깊이는 평균 80m, 길이는 70km나 된다.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것은 1.5km이다. 금강대협곡을 ‘동양의 그랜드캐니언’ 이라 말하기도 한다.

 

 연리근 나무

 

협곡을 감상하고 나오는데 서로 다른 두 나무의 뿌리가 붙어 있는 연리근 나무가 보였다. 나무에는 붉은 리본이 많이 달려 있었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함께 붉은색 리본을 달면서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 것이라고 한다.


백두산을 오르는 코스는 네 곳이다. 중국 쪽에서 오르는 서파, 남파, 북파가 있고 북한에서 오르는 동파가 있다. 백두산의 어원은 백두산에 백 번을 오르면 두 번밖에 천지를 못 본다고 백두산이란 우스갯말이 진담으로 느껴졌다.

 

백두산은 연중 꼭대기의 눈이 녹지 않아 희게 보여서 백두산(白頭山)으로 불린다고 한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은 최고봉인 장군봉(2744m)을 필두로 하여 2500m 이상되는 봉우리가 16개가 있다. 오늘 보지 못한 백두산 천지는 둘레가 21.89km 동서로 3.08km, 남북으로 4.78km, 최고 수심은 373m, 평균수심은 204m이며, 담수량은 24억 톤이다.

 

천지는 압록강, 두만강, 송하강의 발원지이다. 천지에는 산천어가 서식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백두산은 화산폭발이 3번 있었는데 1차 1593년, 2차 1688년, 3차 1702년에 화산활동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방송에서 특집으로 보낸 것을 보면 발해의 멸망이 백두산 폭발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4년 후에 대규모 화산폭발이 예상된다고 한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백두산 화산이 폭발하면 대홍수가 발생해 압록강과 두만강 주변 지역이 침수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백두산이 분화하면 화산폭발지수(VEI)가 6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화산폭발지수는 화산폭발의 지속시간, 분출물의 높이 및 양 등을 종합해 화산폭발의 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지수 1이면 소규모, 2∼3이면 중규모, 4 이상이면 대규모 폭발로 분류된다.

 

지난봄 유럽에 `항공대란'을 일으킨 아이슬란드 화산의 경우 화산폭발지수가 5였다. 그런데 백두산은 6으로 예상한 것이다. 백두산 화산이 폭발하면 물, 불, 지진, 화산재 순으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홍수는 두만강을 따라 112시간만에 61㎞ 지점까지, 압록강을 따라 128시간만에 127.5㎞ 지점까지 도달한다. 또 100억㎥에 이르는 용암과 테프라가 분출되고 유황, 아황산가스 등 유독가스 분출로 주변 식생이 전멸하며 화산재는 25㎞ 상공까지 뒤덮는다고 예상했다.

 

화산이 폭발하기 전에 백두산을 보기 위해서 올 들어 관광객이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조만간에 다시 와서 동파, 서파, 남파, 북파를 다 섭렵하는 트레킹을 와야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백두산을 떠났다. 우리 일행은 서파를 떠나 송강하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는 숙소에서 4일 날 밤을 보냈다.


 203

 

들꽃-유익종


나 그대만을 위해서 피어난 저 바위틈에

한송이 들꽃이여

돌틈사이 이름도 없는 들꽃처럼 핀다해도

내진정 그대를 위해서 살아가리라

언제나 잔잔한 호수처럼 그대는 내가슴에

항상 머물고 수많은 꽃중에 들꽃이 되어도

행복하리

돌틈사이 이름도 없는 들꽃처럼 산다해도

내진정 그대를 위해서 살아가리라

오색이 영롱한 무지개로 그대는 내가슴에

항상 머물고 수많은 꽃중에 들꽃이 되어도

행복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