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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좋은 인연을 위하여-장안사와 간절곶

by 황교장 2010. 5. 2.

좋은 인연을 위하여-장안사와 간절곶


1학기 중간고사를 마치고 교직원 체육연수를 가지기로 하였다. 장소는 기장 장안사와 울산 간절곶으로 정하였다. 참가인원은 개인 사정이 있는 4명을 제외한 총 61명이었다.

백 년만에 처음 있는 4월의 저온 현상으로 날씨가 그동안 4월답지 않게 쌀쌀했다. 그러나 연수 당일이 되니 전형적인 봄날이다. 날씨가 좋아질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했는데 다행이다. 몇 분이 나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한다. ‘역시 황도사님’이라고.

 

‘도사가 되면 날씨까지도 미리 예측이 가능한지’ 라면서 농을 한다. 답변으로 ‘모라중학교가 천하의 대명당터에 위치하여 명당의 기운을 받았다’고 하였다. 덧붙여서 우리 직원 중 삼대적선을 한 분이 있어서 오늘처럼 좋은 날씨를 만난 것이라고 하였다.

 

언젠가 어느 잡지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낱말이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를 해 보았는데 1등이 ‘봄’이고 2등이 ‘사랑’이었다고 한다. 아마도 봄은 아름다움과 꿈과 희망을 상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봄’의 전형적인 날씨다. 날이 좋으니 세상이 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차는 동서고가를 타고 광안대교를 지난다. 오늘같이 맑은 날에 광안대교를 지나면서 보는 주변 경치는 이국적인 풍광으로 느껴진다. 동백섬과 APEC이 열렸던 누리마루가 눈앞에 스쳐 지나간다.

어느새 차는 부울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오른쪽으로는 송정 앞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고 있다. 바다풍광이 끝나자 일광산이 앞에 나타났다. 연이어 달음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울고속도로는 여러 번 달려보았지만 직접 운전을 하였기에 주변의 경치를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었다. 운전을 안 하니 여유가 생겨 주변 풍경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이정표는 장안 IC가 1km 남았음을 알려준다. 장안 IC로 나와 울산 쪽으로 국도를 달리다가 장안사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하여 들어가면 장안사다. 교통체증이 없으니 모라에서 불과 50여 분만에 도착을 한 셈이다. 먼저 출발한 팀이 미리 도착을 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까지 도착하지 못한 팀을 위해 조금 기다렸다가 우리 일행은 장안사 경내로 들어갔다.

 

장안사 천왕문과 범종각

 

신라는 삼국을 통일한 뒤 국태민안을 염원하여 전국 세 곳의 명산에 장안사(長安寺)를 세웠다. 강원도 금강산 장안사, 경북 예천군 용궁면 비룡산 장안사, 그리고 이곳 기장군 불광산 장안사다. 장안사는 이처럼 유서 깊은 곳이다.

 

 

 

 

 

 

 

 

 

그런데 장안사 안내판에는 673년(문무왕 13)에 원효대사(元曉大師)가 창건하여 쌍계사(雙溪寺)라 부르다 애장왕 (800-809 재위)이 다녀간 후 장안사라 개칭하였고, 임진왜란으로 불탄 것을 1638년(인조 16)에 대의대사가 중건하였다. 그리고 1654년(효종 5)에 원정, 학능, 충묵스님이 대웅전을 중건하였다고 적혀 있다.


학교를 벗어나 오랜만에 공기 맑은 곳으로 온 선생님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동심으로 돌아가 있다. 유서 깊은 절인데도 불구하고 웃고, 깔깔대며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장안사 경내를 구경하고 나와 척판암으로 가는 산행을 시작하였다. 산행 초입부터 연두색으로 피어나는 신록의 나뭇잎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봄볕에 얼굴이 탈 염려는 없는 셈이다.

산길에는 애기나리가 피어 한창이다. 연이어 둥굴레도 얼굴을 내밀고 있다. 보기 드물게 봄구슬봉이도 보인다.

 

 애기나리

 

 봄구슬봉이

 

연달래(철쭉)

 

산철쭉

 

조금을 더 오르니 연달래로 불리는 철쭉이 반갑게 맞이한다. 진달래와 꽃이나 잎이 너무나 흡사하여 자주 혼동을 일으키는 이 꽃은 진달래가 피고나서 연이어 핀다고 하여 '연달래'라는 예쁜 이름을 갖게 되었다.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지만 철쭉은 잎과 꽃이 함께 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철쭉이라고 알고 있는 붉은 빛을 띤 꽃은 산철쭉이고 지금 이 꽃이 철쭉이라고 설명을 한다. 철쭉과 산철쭉은 꽃잎을 먹지 못한다. 그래서 진달래를 ‘참꽃’, 철쭉을 ‘개꽃’이라고 설명을 하자 한 분이 자기는 진달래가 지고나면 같은 나무에서 철쭉이 피는 줄 알았다고 했다. 진달래, 철쭉, 산철쭉은 각각 다른 나무이다.

 

이런저런 나무 이야기를 하며 가는데 또 한 분이 이름을 묻길래 보니 서어나무다. 장안사에서 척판암 가는 산길은 거의가 다 활엽수다. 제일 많이 눈에 띄는 나무가 서어나무다. 서어나무는 신록도 좋지만 단풍도 아름답다.

몇 년 전 가을날에 본 서어나무의 노란 단풍은 잊히지 않는다. 이 숲에는 유달리 서어나무가 많다. 그리고 느티나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가 한껏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하고 있다.

 

서어나무 군락

 

어느덧 척판암에 다다랐다. 그 동안 척판암은 여러 번 올라왔지만 올 때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 오늘 따라 척판암 주변 풍수가 한 눈에 다 들어온다. 그만큼 가시거리가 좋다는 뜻이다. 대운산 정상이 지척에 있다.

대운산에서 내려온 용맥이 불광산을 거쳐 이곳 척판암으로 이어져 온 것이다. 동해바다가 안산 너머 지척에 펼쳐져 있고 멀리 온산공단의 굴뚝과 울산시가 한 눈에 다 들어온다. 원효대사가 왜 이곳 척판암에서 참선을 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만 같다.

 

 

 

 

 

척판암

 

척판암(擲板庵)을 한자로 풀이하면 던질 척(擲)에다 판자 판(板)자를 쓴다. 즉 판자를 던진 암자라는 의미다. 척판암은 원효대사가 673년 장안사와 함께 창건했는데 당시 이름은 담운사(淡雲寺)였다. 그런데 척판암으로 바뀐 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에서 유래한다.


“어느 날 원효스님이 선정 중에 혜안으로 살펴보니 중국 태화사에 산사태가 나 공부하던 스님들이 매몰될 것을 예견하였다. 이에 스님은 판자를 공중으로 날려 보냈다. 이 판자는 태화사까지 날아가 절 마당 위에서 빙빙 돌았다.

그러자 이를 보고 법당 등에서 수도하던 대중들이 놀라 모두 바깥으로 나왔는데, 그 때 갑자기 산사태가 나서 법당 등의 건물이 묻혀 버렸다. 나오지 않았으면 모두 건물과 함께 묻힐 뻔했던 대중들이 땅으로 떨어진 판자를 보니

‘海東元曉擲板而救衆(해동원효척판이구중, 해동의 원효가 판자를 날려 대중을 구하노라)’라고 쓰여 있었다,

 

이 인연으로 목숨을 구한 천 명의 중국 스님들이 신라의 척판암으로 와 원효스님의 제자가 되었다. 원효대사는 그들의 머물 곳을 찾아 내원사 부근에 이르자 산신이 마중 나와 현재의 내원사 산신각 자리에 이르러 자취를 감추었다 한다.

이에 원효대사는 지금의 양산 내원사(內院寺) 부근에 대둔사라는 절을 짓고 상ㆍ중ㆍ하 내원암 등 89암자를 세워 이들을 머물게 하였다. 그리고 천성산 상봉에서 ‘화엄경’을 강론하여 1천 명의 승려를 득도케 하였다.

이때 화엄경을 설한 자리를 ‘화엄벌’이라고 했다. 그리고 중내원암에는 큰 북을 달아놓고 산내의 모든 암자에서 다 듣고는 조석예불을 할 시간을 알려 모이게 했으므로 ‘집붕봉(集鵬峰)’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또한 이곳에서 수도하여 득도한 천 명이 모두 성인이 되었다하여 산 이름을 천성산(千聖山)이라 하였다고 한다.”

 

척판암을 나오면 포장된 차도가 나 있다. 수 년 전에 만들어진 도로다. 이곳에 차도를 이렇게 낸 것이 늘 안타까웠다. 자연을 너무 많이 훼손한 것이다.

이렇게 조잡하게 도로가 날 수 있도록 로비한 척판암 주지와 신도들도 문제이지만 이를 허락한 행정당국도 더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 잠시 기분이 언짢은 생각에 젖었다가 신록을 보니 다시 평정이 되었다.

 

 

 

 

차도를 따라 우리 일행은 삼삼오오로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내려왔다. 다음 목적지는 간절곶이다. 차가 출발하기 위해 인원을 점검을 해 보니 젊은 몇 분이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

 ‘젊은 아가씨들보다도 나이든 아지매가 체력이 더 좋다’고 어느 분이 이야기를 한다. 체력은 평소에 얼마나 열심히 단련을 하느냐가 중요하지 나이와는 상관이 없다.

 

   간절곶

 

장안사를 나와 간절곶을 가는 길 또한 아름답다. 바다를 끼고 도는 길은 언제 보아도 좋다. 간절곶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곶이다. 이는 포항 장기곶보다는 1분이 먼저 뜨고 정동진보다는 5분이 먼저 뜬다고 한다. 간절곶(艮絶串)은 어부들이 먼 바다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긴 장대를 말하는 간짓대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자로 풀이해 보면 괘이름 간(艮)과 끊을 절(絶)과 땅이름 곶(串)을 사용한다. 장대라면 장대 간(竿)이나 몽둥이 간(杆)을 쓰면 이해가 되지만 괘이름 간(艮)을 쓰는 점이 의문이 남는다. 곶(串)은 바다 쪽으로 좁고 길게 뻗어 있는 육지의 한 부분을 말한다. 장산곶, 호미곶의 곶도 같은 의미다.

 

해맞이 명소로 알려지기 전부터 간절곶은 회맛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간절곶 주변에는 파도가 거칠어서 물고기가 운동을 많이 하여 다른 곳에 비해 고기의 육질이 단단하여 회맛이 좋다고 한다. 적당하게 등산을 하고 먹는 회 맛은 모두를 기쁘게 한다. 많은 분들이 감사를 표한다. 모두들 표정이 밝다.

 

 

 

직원체육대회를 멀리 이곳까지 온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학기가 시작되면 교사들은 수업과 업무, 학생, 학부모 등과의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최근 교원능력개발평가 등 사회적 여건의 변화로 인하여 스트레스가 점점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교사의 스트레스는 결국은 학생들에게 되돌아간다. 교사가 즐거워야 학생이 즐겁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 중 하나가 여행과 운동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지금 살고 있는 장소와 가능하면 멀리 떨어진 곳을 택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장소가 바뀌면 생각도 바뀌어 창의력도 높일 수 있다. 장안사에서 척판암까지는 평소에 운동을 잘하지 않는 분들도 충분히 소화시킬 수 있는 거리이자 풍광 또한 일품이다. 이 계절에 부산 근교에서는 가장 으뜸이 아닐까 생각된다.

 

 

 

 

학교장으로서 나의 교육관은 교사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 주어야 단위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조직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학교 역시 하나의 조직이다. 학교조직은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주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교 구성원들은 조직의 일원으로서 같은 배를 탄 운명공동체인 셈이다.

 

많고 많은 사람들 가운데에서 이 땅, 이 시대에 함께 태어나 운명공동체로 만난 사람들은 억겁의 인연이라고 한다. 기왕에 만난 인연은 반드시 좋은 인연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좋은 인연의 기본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해주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다. 역지사지의 마음이 형성되려면 서로가 서로에 대하여 알아야만 된다. 인간을 이해하고 알기 위해서는 먼저 함께 하는 시간이 잦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오늘 직원체육대회의 가장 큰 의의는 서로가 서로를 알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잘 이해하려면 하룻밤을 같이 숙식을 하면서 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이번 여름방학에 실시할 1박 2일 '직원문화체험연수'에 다함께 참여하여 행복하고 건전한 학교조직문화를 만들어 평생 동지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체육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준 교감 선생님, 행정실장님 그리고 실무담당자인 예체부 선생님들과 함께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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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는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우리는 아주 작은 몸짓 하나라도 느낄 수 있는

우리는 우리는 소리 없는 침묵으로도 말할 수 있는

우리는 마주치는 눈빛 하나로 모두 알 수 있는

우리는 우리는 연인


기나긴 하세월을 기다리어 우리는 만났다

천둥치는 운명처럼 우리는 만났다

오 오 바로 이 순간 우리는 하나다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우리는 연인

 

우리는 바람부는 벌판에서도 외롭지 않은

우리는 마주잡은 손끝 하나로 너무 충분한


우리는 우리는 기나긴 겨울밤에도 춥지 않는

우리는 타오르는 가슴 하나로 너무 충분한

우리는 우리는 연인

 

수없이 많은 날들을 우리는 함께 지냈다

생명처럼 소중한 빛을 함께 지녔다

오 오 바로 이순간 우리는 하나다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우리는 연인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