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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공부

보살과 반가사유상

by 황교장 2021. 12. 31.
  •  보살의 종류와 역할

보살(菩薩)은 부처를 보필하면서 중생을 구제하고 궁극적으로는 부처가 되기 위해 열심히 수도하는 자를 말한다. 또한 모든 중생이 부처님의 성품인 불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중생을 보살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보살은 중생으로서의 범부보살부터 미륵보살,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등 부처님에 버금가는 보살까지 다양하다. 불교에서는 모든 이가 불성을 가진다고 한다. 불성은 부처님의 성품이자, 부처님이 될 씨앗을 말한다. 그래서 모든 중생은 부처가 걸었던 길로 열심히 수행을 하면 누구나 다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정한 보살만이 아니라 누구든지 성불(成佛)하겠다는 서원을 일으켜서 보살의 길로 나아가면 그 사람이 바로 보살이며, 장차 성불할 수 있다는 것이 범부보살사상(凡夫菩薩思想)’이다. 이러한 보살사상은 공사상(空思想)과 결합하여 대승불교의 근간을 이루었다.

 

불국사 대웅전 불상(석가모니불을 본존불로 하고 좌우협시로 미륵보살과 제화갈라보살, 가섭과 아난)

대승의 보살사상 중 기본적인 두 개념은 서원(誓願)과 회향(回向)이다.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것이 서원이며, 자기가 쌓은 선근공덕(善根功德)을 남을 위하여 헌신하겠다는 것이 회향이다

보살은 스스로 깨달음을 이루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 머물 것을 자원하여 일체의 중생을 먼저 깨달음의 세계(彼岸)에 도달하게 하는 뱃사공과 같은 자이다. 이러한 보살 중 대표적인 보살에 대해서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사찰 전각 안에는 대부분 주불(主佛)이 좌우에 협시보살을 두 분 거느리고 있다. 이러한 형태를 삼존불이라고 한다. 삼존불의 형태는 불교가 인도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로 전래되면서 부처를 모시는 하나의 단위로 정착하였다. 석가모니불과 비로자나불, 아미타불, 약사불은 주불이다.

협시보살로는 미륵보살, 지장보살, 관음보살, 문수보살, 보현보살, 대세지보살, 제화갈라보살, 일광과 월광보살 등이 있다.

 

그런데 미륵보살은 협시보살보다는 주불로 모시는 경우가 더 많다. 미래불이기 때문이다반가사유상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가사유상이 미륵불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많다.

 

부여 대조사 석조미륵보살입상

1. 미륵보살

미륵보살은 석가모니가 살아 있을 당시에 불법을 듣고 수행을 계속한 제자다. 미륵보살(彌勒菩薩)은 미래를 위한 구원자이다. 훗날 성불하리라는 언약을 받고 도솔천에 올라가서 천인들을 교화하는 존재이다 현재는 보살의 지위에 있지만 석가가 입멸하고 567천만 년 후에 다시 세상으로 내려와 용화수 밑에서 성불하고 죄에 빠진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미래불이다. 훗날 이 땅에 오는 미륵불은 이미 보살이 아닌 부처로서 대접을 받는다. 따라서 단독으로 모신 법당을 미륵전(彌勒殿)이라고 한다. 또한 용화수 아래에서 깨닫고 가르침을 펼쳐 용화세계를 열기에 용화전(龍華殿)이라고도 한다. 미륵보살은 미래불인 만큼 곧 구세주가 나타난다는 의미가 강하다. 그래서 난세에는 미륵신앙이 크게 일어난다. 후고구려의 궁예가 미륵으로 자처하거나, 조선시대 말기에 미륵신앙이 크게 일어나 돌미륵이 민불의 형태로 곳곳에 제작되기도 했다. 은진 관촉사의 관세음보살상이 은진미륵으로 바뀌어 불리게 된 것도 같은 연유이다.

 

 

관촉사 석조미륵입상
용문사금동관음좌상

2. 관음보살

관세음보살을 줄여서 관음보살(觀音菩薩)이라 부른다. 관음보살은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이다. ‘법화경관세음보살 보문품에 따르면, 인간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관음보살을 부르면, 관음보살은 자신을 변신시켜 중생을 구제한다. 흔히 영화에서 승려들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라고 주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무는 돌아가 구원을 청한다는 뜻이다. 즉 아미타불과 관음보살에게 구원을 청한다는 의미다. 깨달음을 통해 나를 구제하고 극락으로 인도하는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에게 귀의한다는 것이다. 관음보살은 관음전, 원통전에 모셔진다.

 

석굴암 관음보살입상

관음보살은 온갖 보석과 산호로 장식된 보타락가 산에 머물면서 선재동자의 방문을 받는다. 보살 중에서 가장 아름답게 묘사되며 작은 불상이 표현된 보관을 썼고, 정병이나 연꽃을 들고 있다.

 

선운사 도솔암 지장보살

3. 지장보살

지장보살(地藏菩薩)은 중생의 구제를 위해 영원히 성불하지 않았다. 지장보살은 미륵불이 이 땅에 오기 전까지 중생에게 자비를 베풀고자 발원한 보살로, 현세와 내세의 모든 중생에게 자비를 베푼다. 지장보살을 모신 법당을 지장전이라고 한다. 지장보살은 다른 보살상과 달리 보관 같은 장식물 없이 가사를 입은 채 삭발한 스님의 모습이다.

 

선운사 참담암 석조 지장보살

지장보살은 명부의 세계에서 염라대왕을 비롯한 시왕과 명부의 판관, 사자, 등 많은 권속을 거느리고 있다. 죽은 자는 명부에서 49일간 심판을 받고 천상의 자기 자리를 배정받는다고 한다.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

4. 문수보살

문수보살(文殊菩薩)은 부처님이 돌아가신 뒤 인도에서 태어나 항상 반야지혜의 상징으로 표현되어 왔다. 문수보살의 상주처는 중국 산시성 청량산(일명 오대산)으로, 현재 1만 명의 보살과 함께 있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의 오대산을 문수보살의 상주도량으로 믿고 신봉한다. 우리나라 사찰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를 중심으로 좌측에 문수보살을 봉안하는 경우가 많고, 대적광전에도 비로자나불 좌측에 문수보살을 봉안하며, 특별히 문수신앙이 강한 사찰에는 문수보살상만을 모신 문수전(文殊殿)을 따로 두기도 한다.

세조의 딸인 의숙공주 부부가 발원한 오대산 상원사의 목조문수동자좌상(1466, 국보)이 유명하다. 이 상은 머리를 양쪽으로 묶어 올린 동자형으로, 균형 잡힌 신체에 어린아이 같은 얼굴과 섬세한 손모양, 그리고 유연한 옷주름의 표현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조선 초기 왕실에서 발원한 뛰어난 조각술을 보여준다.

 

석굴암보현보살

5. 보현보살

문수보살에 비해 석가모니불을 오른편에서 협시한다. 또 문수보살과 함께 일체보살의 으뜸이 되어서 언제나 여래께서 중생을 제도하는 일을 돕고 널리 선양한다. 그리고 중생들의 목숨을 길게 하는 덕을 가졌으므로 보현연명보살 또는 연명보살(延命菩薩)이라고도 한다.

 

금동대세지보살좌상

6. 대세지보살

지혜의 빛으로 이 세상을 비춘다는 보살이다. 독존으로 모셔지기보다는 아미타삼존불의 오른쪽 협시보살로 표현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왼쪽에 위치한 자비를 상징하는 관세음보살과 함께 삼존불로 제작된다. 대세지보살은 세지 또는 득대세(得大勢)라고도 하며, 지혜의 빛으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골고루 비춘다는 뜻에서 무변광(無邊光)이라고도 부른다. 정수리에 보병을 이고 머리에는 보관을 쓴 모습으로 표현된다.

 

서산 마애삼존불 중 제화갈라보살? 관음보살?
진관사 제화갈라보살

7. 제화갈라보살

아득한 과거 석가모니부처님이 수행자이던 시절에 장래에 부처님이 될 것이라고 수기를 준, 정광여래의 화신이다.

 

일광보살

8. 일광보살

약사불의 협시보살로서 중생의 현실적인 고통을 덜어주고, 중생을 안락하게 해 주는 보살이다. 태양처럼 빛나는 지혜와 덕상을 갖추고 중생을 교화하는 보살이다.

 

월광보살

 

9. 월광보살

약사불의 협시보살로서 달처럼 청정한 덕상을 갖추고 중생을 교화하는 보살이다.

 

 

양산출토 금동미륵반가사유상

  • 반가사유상

신라불상의 중요한 특징은 미륵반가사유상의 유행이다. 미륵보살은 반가의 자세로 앉아 생각하는 사람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구려 반가사유상은 평양 평천리에서 출토된 금동미륵반가사유상만 알려져 있고, 백제의 경우 서산 마애삼존불의 협시보살 밖에 없다. 그러나 신라에서는 미륵신앙이 크게 유행하여 작은 금동불에서 거대한 석불에 이르기까지 많은 미륵반가사유상이 만들어졌다. 이는 신라에서 미륵신앙이 화랑도와 연관되었기 때문이다.

 

신라의 소형 금동미륵반가사유상 중에서 가장 정형적이고 조각적으로 우수한 것은 양산 물금에서 출토된 '양산출토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다. "멋진 보관을 쓰고 얼굴은 고귀한 귀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반가부좌를 튼 자세에서 오른팔을 무릎에 얹고 둘째 셋째 손가락을 빰에 살포시 대고 명상에 잠겨 있다. 하체에 비해 상체가 다소 길어 보이고 몸체와 팔이 가늘어 정확한 신체비례는 아니지만 그것이 오히려 미륵의 신성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표정과 자세에서 본래 미륵이 지니고 있는 사유상의 분위기가 잘 나타나 있다."라고 유홍준 교수는 설명하고 있다.

 

탑형보관금동미륵반가사유상

 미륵은 중생을 구제하는 실천자라는 점에서 화랑제도와 접목되었다. 화랑(花郞)이란 '꽃처럼 아름다운 남성'이라는 뜻이다. 다른 나라는 징병으로 군대를 운영하였지만, 신라는 귀족의 자제들을 화랑이라는 엘리트 군인을 양성했다. 화랑도는 미륵사상과 호국사상으로 무장하여 삼국을 통일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사상을 기반으로 국보 78호인 탑형보관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국보 83호인 삼산관 금동미륵반가사유상 같은 걸작이 조성되었다고 생각된다.

 

삼산관 금동반가사유상

탑형보관 금동반가사유상과 삼산관 금동반가사유상은 동양미술사에서 빛나는 명작이다. 일본 교토의 고류지(廣隆寺)에 있는 목조반가사유상은 모든양식에서 삼산관 금동반가사유상과 동일하다.

'일본서기'에 '623년조'에는 신라사신이 불상1구, 금탑, 사리 등을 가져와 불상을 고류지에 봉안하고 나머지는 시텐노지에 안치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일본의 목불들은 녹나무를 사용하지만, 고류지 반가상의 재질은 한국의 금강소나무이다. 따라서 신라의 목조반가사유상임이 확인된 것이다.

 

고류지 목조반가사유상

금동반가사유상과 고류지의 목조반가사유상에 대해서는 미술사가뿐만 아니라 많은 문사와 학자들이 찬사를 남겼다. 실존주의 철학자인 칼 야스퍼스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일본에 다녀가면서 이 미륵보살반가상을 보고 '패전의 피안에 남긴 것들'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나는 지금까지 철학자로서 인간 존재의 최고로 완성된 모습을 표현한 여려 모델의 신상들을 접해왔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신상, 로마시대의 뛰어난 조각, 기독교적 사랑을 표현한 조각들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각들에는 어딘지 지상적인 감정과 인간적인 자취가 남아 있고, 진실로 인간 실존의 저 깊은 곳까지 도달한 절대자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미륵상에서는 인간 실존의 최고의 이념이 남김없이 표현되어 있음을 봅니다. 인간 존재의 가장 정화된, 가장 원만한, 가장 영원한 모습의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몇 십년간 철학자로 살아오면서 이 불상만큼 인간 실존의 진실로 평화로운 모습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유홍준의 한국미술사강의 1'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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