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래불상의 종류와 역할
서산 마애삼존불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삼존불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왜 여래불은 가운데에 크게 새겨놓고 협시불은 작게 새겼는지가 궁금할 것이다. 이는 여래와 보살의 차이라고 생각된다.
여래란 진리를 깨달은 자로, 득도하여 윤회의 바퀴에서 벗어나 열반에 이른 존재를 말한다. 여래 중에서 석가여래는 불교의 창시자로 부처님이다. 아미타여래는 서방극락세계에 살면서 중생을 위해 자비를 베푸는 부처로서, 무량수불이라고도 한다. 비로자나불은 ‘화엄경’의 부처로서, 모든 곳에 광명을 비추고 인간세계를 포용하는 존재다. 약사여래는 질병의 고통을 없애주는 부처로, 동방정유리세계에 머물면서 중생의 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해 주는 존재이다.
보살(菩薩)은 보리살타(菩提薩埵)의 준말이다. 보리는 깨달음, 살타는 중생을 뜻한다. 즉 보살은 부처를 도와 자비를 베풀며 중생교화에 노력하는 존재이다.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 중생을 교화(上求菩提 下化衆生)하여 마침내 성불에 이르는 중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사찰 전각 안에는 대부분 주불(主佛)의 좌우에 협시보살을 두 분 거느리고 있다. 이러한 형태를 삼존불이라고 한다. 주불은 석가모니불과 비로자나불, 아미타불, 약사불이다. 협시보살은 미륵보살, 지장보살, 관음보살, 문수보살, 보현보살, 대세지보살, 제화갈라보살, 일광과 월광보살 등이다.
이처럼 주불과 협시보살과의 관계는 주불의 권능을 협시보살이 대변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또, 이 두 협시보살은 항상 서로를 돌아보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살피게 된다. 즉, 문수보살은 끊임없이 지혜의 빛을 발현시키면서도 보현보살의 자비로운 만행을 배우고자 힘쓰고, 보현보살은 만행을 실천하면서 문수의 지혜를 돌아보면서 그 지혜에 입각한 만행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양쪽 협시보살의 뚜렷한 장점을 하나로 완성한 분이 주불로서 표현되는 것이다.
1.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
석가모니는 석가족에서 나온 성자라는 뜻이다. 석가모니불은 인도에서 왕자로 태어나 출가하여 진리 탐구와 수행을 통해 보드가야의 보리수 밑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실존 인물인 석가모니를 형상화한 것이다. 석가모니불은 우리나라의 사찰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부처이다. 석가모니를 본존불로 모신 대웅전(大雄殿)에는 일반적으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협시보살로서 봉안된다. 그러나 석가모니불의 협시보살로는 때때로 부처님의 대표적인 제자인 가섭과 아난으로 모셔지기도 하고,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이 봉안되는 경우도 있다.
2. 아미타불(阿彌陀佛)
아미타불은 모든 중생을 구제하여 서방 극락정토로 이끄는 부처이다. 아미타는 무한한 광명과 무한한 수명을 보장해 주는 부처라는 두 가지 뜻을 지닌다. ‘아미타경’에 따르면 아미타여래는 최고의 깨달음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모든 중생을 구제하는 존재이다. 아미타 신앙은 7세기 중엽부터 중국 당나라에서 유행했고,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널리 성행했다. 아미타불이 봉안되는 불전은 극락전, 미타전, 무량수전(無量壽殿), 무량광전 등으로 부른다. 극락전에는 보통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봉안되는 것이 통례이다. 아미타불을 모신 대표적인 곳이 부석사 무량수전이다.
3. 비로자나불(毘盧蔗那佛)
비로자나는 본래 태양신 사상과 결부되어 부처의 광명이 모든 곳에 두루 비치어 어둠을 없애 주고 모든 세계를 포용한다는 뜻으로 고대 인도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비로자나는 석가모니불의 다신화와 연결되면서 부처의 가장 궁극적인 모습인 진신이자 법신불과 동일시되었다.
비로자나불상은 지권인을 하고, 협시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적광전에는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노사나불과 석가모니불을 봉안하게 된다. 이는 비로자나불을 법신(法身)으로 삼고 노사나불을 보신(報身), 석가모니불을 화신(化身)으로 삼는 삼신설(三身說)에 근거한 삼존불이다.
부처님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에는 종파에 따라 조금씩 그 견해를 달리하나 비로자나와 노사나 그리고 석가모니를 각각 법신(法身:진리의 몸)·보신(報身:깨달은 몸)·응신(應身:중생을 구제하는 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면서도 이 셋을 서로 다른 부처로 보지 않는 천태종의 견해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 불교에서는 비로자나와 노사나 및 석가모니를 동일한 불신을 지칭하는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본다. 노사나불은 ‘진리인 몸(法身)’이기 때문에 곧 삼라만상을 있게 하는 근본원리요 본체임을 뜻한다.
4. 약사여래불(藥師如來佛)
약사여래는 현세를 살아가는 모든 중생이 재난과 질병을 없애고 부처님의 지혜를 얻게 하고자 자비를 베푸는 부처님이다. 약사불은 대의왕불(大醫王佛)이라 부르기도 한다. 아미타불이 서방 극락정토에서 죽은 자의 정토왕생을 주관하는 부처라면, 약사여래는 동방 유리광세계에 머물면서 중생을 위하여 모든 번뇌와 질병을 치료해 준다. 인간생활의 전반에 이익을 주는 부처로 여겨졌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신라 때 특히 유행하여 많은 약사불이 조성되었다. 약사불은 왼손에 약단지를 들고 있어서 다른 불상과 쉽게 구분된다. 약사전은 유리광전(琉璃光殿), 만월보전(滿月寶殿)이라고도 한다. 극락정토의 땅이 유리라는 보석으로 되어있고, 약사여래가 이룬 세계가 보름달같은 만월세계이기 때문이다. 약사전에는 약사여래를 중심으로 일광과 월광보살이 좌우협시로 봉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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