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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제주여행

붉은오름

by 황교장 2021. 9. 5.

붉은오름

 

산천단을 나와 붉은오름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붉은오름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목에 제주도에서 숲으로는 가장 이름난 사려니숲의 입구가 있다. 이 길은 삼나무 숲이 길 양쪽으로 울창하고 뻗어 있어 운전할 맛이 나는 아름다운 길이다. 붉은오름과 사려니숲은 연결되어 있다.

 

붉은오름자연휴양림에 이틀 숙박을 예약해두었다. 제주도에는 공립 자연휴양림이 네 곳이 있다. 제주시에서 운영하는 제주절물자연휴양림과 교래자연휴양림이 있고, 서귀포시에서 운영하는 서귀포자연휴양림과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이 있다. 그런데 제주시에서 운영하는 휴양림은 운영을 하지 않고, 서귀포시에서 운영하는 휴양림만 운영을 하고있다. 휴양림 운영면으로 본다면 제주시보다 서귀포시의 행정이 한수 위인 것 같다. 특히 서귀포시에서 운영하는 자연휴양림은 전국 최고다.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립자연휴양림도 한 수 아래다.

 

특히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은 입구에서 숙소까지 300m를 걸어서 가야한다. 차가 들어가지 못한다. 길은 널찍하게 나 있지만 차들이 다니지 않으니 교통사고로부터 해방되어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아무리 깊은 산속에 있는 휴양림이라도 숙소까지 차가 들어가는 곳이 대부분이라 차소리로부터 해방되기 어려운데 인공의 소리는 없고, 자연의 소리만 있는 이러한 휴양림은 아마 전국에서 유일할 것이다.

 

들어가는 입구도 운치 있게 정비가 잘 되어 있다. 숙소들도 독립적으로 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풍수가 일품이다. 사신사가 뚜렷하여 천하의 명당에 속한다고 생각된다. 숙소에 들어가 가방을 두고는 어두워지기 전에 붉은오름으로 향했다. 붉은오름이라는 이름을 가진 오름이 제주에서만 네 곳이 있다. 그런데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이 있는 붉은오름은 이곳밖에 없다. 아마 화산 폭발로 인해, 이 오름을 덮고 있는 돌과 흙이 유난히 붉은 빛을 띠고 있기 때문에 붉은오름이라 불렀을 것이다. 고려 시대 삼별초와 고려·몽골 연합군의 싸움에서 병사들이 많이 죽어서 흘린 피로 인해 붉은오름이 되었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민간설화지 이곳과는 관계가 없다고 한다.

 

붉은오름으로 올라가는 초입에는 삼나무들이 하늘이 안 보일정도로 울창하다. 곳곳에 식물과 나무에 팻말이 붙어 있다. 그 중에는 처음 들어보는 난대성식물들이 많다. 난대성 식물의 보고다. 탐방로가 아주 잘 정비가 되어 있다. 오름답게 제법 가파르다. 정상 가까이까지 대부분 나무계단으로 되어 있다.

 

제법 헉헉거리며 오르막을 오르니 드디어 숲이 끝나고 하늘이 보인다. 붉은오름전망대다. 전망대에 서니 비로소 막혔던 사방이 열린다. 북쪽으로는 물찻오름, 말찻오름, 물장오리, 개오리, 절물오름 등이 보인다. 또한 남쪽으로는 널리 펼쳐진 사려니 숲과 그 너머로 민오름 등이 보이고 멀리 동쪽으로는 성산일출봉이 알아볼 정도로 보이고 서쪽으로는 한라산이 구름에 가려 신비하게 보인다. 누가 뭐래도 오름의 묘미는 조망의 즐거움이다.

 

 

붉은오름은 둥그런 굼부리(분화구)가 있는 원뿔 모양의 산이다. 붉은오름 북쪽 큰 봉우리를 경계로 해서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가 나뉜다. 붉은오름의 둘레 3,046m, 높이 569m이라고 한다.

 

하산하는 길도 아주 잘 나있다. 그런데 인적이 없다. 오후 여섯 시기 넘었고 숲이 우거져 길이 컴컴할 정도다. 내려가는 길이 약 2km이다.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제법 운치도 있고 스릴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가까이에서 멧돼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순간적으로 소름이 꽉 끼친다. 그러나 등산스틱이 있어 안심이 되었다. 산에서 짐승을 만나면 피하는 게 최선이다. 그런데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당황하지 말고 정확하게 눈을 찔러야한다. 그래서 반드시 등산스틱을 두 개를 갖고 등산을 해야 한다.

 

드디어 한 바퀴를 돌고 갈림길에 도착을 했다. 갈림길에서부터는 가파른 계단이다. 계단길에는 반드시 등산스틱을 사용해야 무릎을 보호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무릎연골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조심조심 천천히 내려왔다. 산에서 날아다닌다는 사람은 삼 년이 지나면 산에서 볼 수 없다고 한다. 연골이 다 닳아서 더 이상 등산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붉은오름을 종주하는데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그런데 오름 정상만 오르고 그 길로 바로 내려오면 30분이면 충분할 것 같다. 멧돼지의 위험에서 벗어나 무사히 잘 내려왔다.

 

아직 해가 지려면 시간이 남아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을 한 바퀴 돌았다. 우리나라 자연휴양림 중에서 평지에만 숙소가 있는 곳은 이곳이 처음이다. 숙소들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운치 있게 자리잡고 있다. 집들 사이를 제주 올레길처럼 검은 제주돌로 둘러놓은 것이 제주도의 멋을 느끼게 하였다. 초록빛 사이로 붉은 배롱나무 한 그루가 멋지게 서 있다.

 

붉은오름자연휴양림에는 특색 있고 아름다운 숲길들이 많다. 제주의 역사를 품은 상잣성 주변을 거닐 수 있는 상잣성 숲길과 말찻오름 정상까지 이어지는 해맞이 숲길과 교통약자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숲 체험을 할 수 있는 무장애 나눔숲길등 총 4개소, 12의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휴양림을 편리하게 누릴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는 서귀포시의 행정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여기서 제주의 오름에 대해 알아보자

제주도에는 368개의 오름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제주도를 오름의 왕국이라 부른다. 제주 사람들은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고 할 만큼 오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각각의 오름에는 제주 사람들의 얼과 혼이 서려 있다. 오름은 마을을 잉태하고 목축업의 근거지가 되고 제주 개벽의 신화를 창조하고 항쟁의 거점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자생식물의 보고이자 지하수를 품고 있다. 각각의 오름들은 모양새는 비슷하지만 차림새는 서로 다르다고 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오름을 즐겨 찾는 이유도 각각 서로 다른 차림새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라 할 수 있다. 사계절 피어나는 들꽃들과 시시각각 변하는 오름의 경관들은 일상을 접어두고 한번쯤 오름의 자락에서 놀아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지질학적으로는 화도를 따라 상승하는 마그마는 좁은 화도를 통과함에 따라 압력이 증가하여 유체괴로 파쇄되어 분출된다. 이 유체괴가 대기 중에 고화된 것들을 스코리아라고 하며, 스코리아가 분화구 주변에 떨어져 쌓여 원형 또는 타원형의 산체를 형성한 것을 스코리아구 또는 분석구라고 하는데, 제주도에서는 이를 속칭 오름이라고 한다. 오름은 독립화산체이다. 오름을 기생화산, 측화산, 자화산이라고 표현하거나 기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한다. 제주의 오름들을 대부분 기생화산으로 표현하거나 기록하고 있는데 정확한 용어의 선정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한다. 기생화산이란 용어는 본화산체에 딸린 작은 화산체를 말하는 용어인데 제주도에 산재한 오름들은 각각의 독립된 작은 산체들로서 기생화산이 아니라고 한다.

 

제주의 오름이 368개라고 하지만 정확하지가 않다. 지진 등에 의하여 무너진 오름들의 흔적이 많이 관찰되고 있어 제주도가 형성되기까지 상당히 많은 수의 오름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1994년 김종철의 오름나그네에서는 제주 오름이 330여 개로 단일 지역의 오름 수로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고 했다. 1997년 제주도에서 발간한 제주의 오름에서는 368개로 나타났다. 오름의 정확한 수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남아 있다. 오름의 정확한 수는 오름의 인문적 정의, 자연과학적 정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오름은 조그마한 산체를 말하는 제주어이다. 제주의 오름들은 산···오름·동산···올 등 매우 다양하게 표기되거나 불리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구분하여 부르는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다. 산방산·단산·군산·송악산·영주산과 같은 산은 뫼의 한자 표기이고, 절울이오름·아부오름·용눈이오름 같은 오름은 조그만 산체를 말하는 제주어이다. 성판악·이승악·수악과 같은 악()은 일제강점기 지도 제작시 사용된 오름의 한자 표기이다. 왕관봉·삼각봉의 봉()은 봉우리를 뜻하는 말이며 원당봉·지미봉·고내봉의 봉()은 봉수대가 설치되었던 오름의 한자 표기라 설명할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서부 애월 지역의 바리메·왕이메·노꼬메, 제주시 지역의 물장올·쌀손장올·불칸디올·태역장올, 동부 구좌 지역의 감은이·식은이 등 지역에 따라 오름 이름이 특별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