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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중국여행

70 청춘 초등 동창생들과 함께 한 중국 여행 1-모니구

by 황교장 2023. 11. 5.

70 청춘 초등 동창생들과 함께 한 중국 여행 1

모니구

2023년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4박 5일간 경남 창녕군 유어초등학교 38회 동기생들의 칠순 잔치로 중국 사천성 성도와 모니구, 황룡구, 구체구를 다녀왔다. 지난 4월 19일부터 21일까지 2박 3일간 삼척 솔비치 리조트에서 진행한 칠순 잔치에 이어 첫 해외여행이다.

10월 19일 11시 반에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3층 출국장에 70 청춘 20명이 전국각지에서 지각없이 다 모였다. 6개월 만에 다시 모인 것이다. 전날 밤 설레는 마음으로 뜬잠을 잤다고 하지만 다들 표정은 방실방실 웃고 있다.

비행기는 14:40분에 이룩하였다. 친구의 양보로 창가 좌석에 앉았다. 하지만 날씨가 흐려 풍수를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륙한 지 3시간이 지나니 아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구불구불 강이 흐르고 멀리 눈이 쌓인 산들이 보인다. 도시의 건물들이 보이자 비행기는 성도 천부 국제공항에 무사히 착륙을 했다.

공항을 나와 먼저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식사는 현지식이지만 생각보다 그리 맵지가 않았다. 성도(成都,청두)는 쓰촨성(四川省)의 성도(省都)이다. 사천성은 우리나라 면적의 5배 크기에 9,000만 명이 거주하는 중국 남서부의 중심 지역이다. 쓰촨성은 우리에겐 사천요리로 유명한 미식의 고장이기도 하다.

중국은 워낙 넓은 나라이다 보니 지역에 따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이 다르다. “남쪽 사람들은 단맛을 좋아하고, 북쪽 사람들은 짠맛을 좋아하며, 동쪽 사람들은 매운맛을 좋아하고 서쪽 사람들은 신맛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다.

특히 매운맛은 동쪽 사람들뿐만 아니라“구이저우(貴州) 사람은 매운맛을 겁내지 않고, 후난(湖南) 사람들은 매운 것을 겁내지 않고, 쓰촨(四川) 사람들은 맵지 않을까 봐 겁낸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이곳 사천사람들도 매운맛을 좋아한다.

이곳의 매운맛은 우리의 매운맛과는 달리 혀가 마비되는 매운맛이다.

청두는 사천성의 성도로 인구는 2020년 기준으로 약 2,100만 명이라고 한다. 서울 인구의 2배가 넘는 대도시이다. 대도시답게 큰 건물이 즐비하고 야경이 화려하다.

성도시 야경

청두는 고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쓰구냥산(四姑娘山)의 최고봉인 야오메이 봉은 해발 6,250m에 달한다. 그래서 청두는 중국의 천만 이상 도시들 중 유일하게 연중 내내 날씨가 좋으면 만년설을 볼 수 있는 도시로도 유명하다.

성도시와 야오메이봉

야오메이봉

청두 시가지 자체가 해발 500m의 중고도에 위치하여 더위로 유명한 사천 지방에서 한여름에도 선선한 기후이다. 삼국지의 주인공 격인 유비와 제갈공명이 활약한 곳이 바로 청두이기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곳이다. 즉 유비가 건국한 촉한의 수도가 이곳이다. 청두 시가지를 구경하면서 마침내 호텔에 도착했다. 내일 일정이 빡빡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2023년 10월 20일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빡빡한 일정이라 동도 트지 않는 이른 시간에 출발했다. 고속도로를 2시간을 달리고서야 해가 떠오르고 있다. 구체구로 가는 길은 민강(岷江)을 따라가는 고불고불한 시골길이다. 민강은 장강의 상류로 중국 고전에 자주 등장하는 강이다. 첫 휴게소에 들려 과일을 샀다.

특히 사과와 대추는 당도가 아주 높았다. 값도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저렴했다. 주변에 야크가 있어 야크와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곳 주민들에게 야크는 부의 척도라고 한다. 5마리는 가난한 집, 20마리 정도면 좀 잘 사는 집, 30마리면 부자란다. 야크는 버리는 게 없는 고마운 동물이다.

뿔로는 빗을 만들고, 털은 옷, 가죽은 텐트를 만드는 데 쓴다. 똥은 말려서 연료로, 특히 오줌은 정력에 좋다고 하여 결혼 첫날 신랑이 마신단다. 10마리 중 1마리꼴로 하얀 ‘공주 야크’가 태어난다. 우리 친구들도 공주 야크와 함께 사진을 남겼다.

2008년에 리히터 규모 8.0의 지진이 일어나 10만 명 이상의 인명피해를 입은 쓰촨성 대지진(四川省 大地震)의 진원지인 문천(汶川)을 지나고 있다. 이곳은 청두로부터 북서쪽으로 90km 떨어진 아바 티베트족·창족 자치주의 원촨현(汶川县)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깨끗하게 잘 복구되어 있다. 지형을 보니 민강을 따라 양쪽의 산들이 급경사이다. 심한 경우 거의 85도의 경사다. 보는 것만으로 아찔하다. 길은 고도를 자꾸 높이고 있다. 따라서 민강의 물살도 거세진다.

민강

곳곳에 수력발전소가 보인다. 가이드가 ‘이곳에 수력발전소가 몇 개 있을까?’ 질문한다. 내가 7개라고 하자 30개도 넘는다고 한다. 해발이 높은 지역이라 물의 낙차를 이용한 수력발전소가 많아 성도 일대에는 전력이 풍부하다고 한다.

지나가는 풍광을 무념무상으로 즐기고 있는데 제법 큰 마을이 나왔다. 송판(松潘)고성이다. 가이드는 당나라의 문성공주와 토번(吐蕃)의 왕 송첸캄포가 결혼식을 올린 곳이라고 소개만 하고 차창으로 그냥 한 번 보라고만 한다. 송판고성의 옛 명칭은 송주로 쓰촨 서부의 관문으로 당나라와 티베트 간의 영역을 나눈 국경이었다.

송판고성

송첸캄포왕은 20만 대군으로 당나라를 위협하면서 화친 조건으로 당나라에 공주를 요구했다. 토번의 군사력에 놀란 당 태종은 문성공주를 시집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송판고성은 역사적인 곳이다. 차에서 내려 잠깐이라도 보고 싶었지만 차창으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송첸캄포 왕은 당나라에서 시집온 아내 문성공주를 위해 라싸에 포탈라궁을 지었다고 한다. 토번으로 시집온 문성공주는 40여 년간 포탈라궁에 살면서 티베트에 종이 만드는 기술 등 중국 문화를 전했다. 특히 불교가 전래되어 티베트 문자가 만들어지고, 독자적인 티베트 문화가 발전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포탈라궁

송판고성을 지나 모니구 풍경구까지는 약 15km다. 오늘은 모니구와 황룡 풍경구를 보고 구채구에서 숙박을 하는 여정이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구채구와 황룡구이다. 이 둘은 특이한 지형 때문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황룡구는 황룡본부와 모니구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황룡본부는 황룡구, 단운협, 설보정 등경구로 구성되고, 모니구는 자가폭포와 이도해 등 2개의 관광지로 구성된다.

성도 일원지도

그런데 모니구도 당연히 황룡구의 기본 일정에 속해 있는 줄 알았는데 황룡본부와 좀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선택관광 이라고 한다. 따라서 1인당 70불이 더 추가된다.

드디어 오늘의 첫 방문지인 모니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눈이 오고 있다. 70 나이에도 눈을 보자 좋아서 아이처럼 어쩔 줄을 모른다. 모니구를 향해 걸음을 옮겨 초막 같은 형태의 출입문을 지나 조금 더 오르자 다들 표정들이 이상히다. 직감적으로 고산증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 8월 말에 히말라야산맥의 일부인 인도 북부 라다크의 레(3520m)에서 판공초(4350m)로 가는 길에 창라패스(5,360m)에서 고산증 증세를 심하게 느낀 경험이 있어 바로 알 수 있었다.

히말라야 산맥

고산증은 숨가쁨, 어깨결림, 다리떨림, 어질어질함 등의 증세가 있다. 이곳은 해발 3,156m이다. 고산에서는 무조건 천천히 걸어가야 한다. 여자 동기들은 다시 돌아가려고 한다. 평소에 등산을 잘하지 않는 친구들은 돌아가게 하고 그래도 평소 운동을 많이 한 친구 3명에게 천천히 나와 같은 속도로 걷자고 설득하여 함께 했다.

울창한 삼림 사이로 누런빛의 물이 흐르고 있다. 데크길을 따라 약 10분 정도 걸어가자 한 친구가 ‘뭐 별거 없네’라고 한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힘들게 걸어온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다독였다. 조금 더 가니 가까이에서 폭포수 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폭포 앞에 도착했다. 높이에 비해 부드럽게 떨어지는 물줄기들은 나무와 흙 사이로 흘러내린다. 동화속의 그림 같다. 104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장관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같이 모시고 온 여자 동기들은 그제서야 함박웃음을 머금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자가폭포(扎嘎瀑布(찰알폭포))는 한자로는 뺄 찰(扎)과 새소리 알(嘎)인데 티베트어로 '아기협'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해발 5,000m가 넘는 민산산맥에서 흘러내린 석회수가 수백 년의 세월에 걸쳐 만들어 낸 대자연의 걸작품이다. 데크길을 따라 더 오르자 위에 있는 폭포는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불선폭포(佛煽瀑布)다. 불선폭포 안내판에는‘면적은 600 평방미터, 해발 높이 3,156m, 폭포가 흐르는 모습이 마치 커다란 부처의 부채와도 같은데, 전설에 의하면, 이곳에 온 사람들은 모두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마음이 확 트인다’라고 되어 있다. 가이드는 옛날 석가모니께서 이곳에 머무른 적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길을 따라 폭포 위쪽 계단을 오르자 먼저 간 친구가 더 이상 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다. 같이 온 두 친구도 더 이상 못 가겠다면서 퍼진 친구와 합류한다. 마지막 남은 여자 동기와 둘이서만 폭포 상단까지 오르자 먼저 간 남자 동기들은 이미 내려오고 있다.

드디어 폭포 위에 도달했다. 이곳은 해발 3,270m로 기이한 산봉우리와 절벽, 그 사이로 고목이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다. 폭포 위쪽에서 반대편 계곡 길을 한 바퀴 돌고 내려오는 코스인데 반대편 입구가 막혀 있다.

폭포 상단에서 주변의 풍광을 무념무상으로 굽어보았다. 신선이 산다면 이런 곳에서 살 것 같았다. 잠시나마 무협소설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다.

올라간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서도 조심하지 않고 시선은 폭포 쪽으로 돌아가고 있다. 올라갈 때 미처 보지 못한 샘물이 앙증맞게 흐르고 있다.

이름도 재미있게 익수천(益壽泉)이다. 이 물을 마시면 수명이 길어진다는 의미다. 안내문에는 “익수천은 낭떠러지 틈새에서 흘러나오는 맑고 푸른 샘물인데 광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물이 달콤하고, 미용과 장수에 특히 좋다”고 한다.

그러나 모니구는 카르스트 지형이다. 일반적으로 카르스트 지형은 물속에 탄산칼슘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그냥 마실 수가 없다. 그런데 익수천은 일반상식과 달리 수명이 연장된다고 하니 두 손으로 물을 떠서 마셔보니 물맛이 시원달콤하다.

익수천의 샘물이 장수에 도움을 줄 것으로 믿고 즐거운 마음으로 내려왔다.

시간 관계상 미처 보지 못한 이도해(二道海) 풍경구는 일명 ‘호수의 나라’라고 부르는 곳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빛깔의 물색은 주변 숲의 밀집도, 호수면의 고저, 계절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안내서에는 되어 있다.

이도해

언젠가 기회가 되면 자유여행으로 와 이도해도 가 보고 싶다. 이도해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황룡 풍경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