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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중국여행

70 청춘 초등 동창생들과 함께 한 중국 여행-3-구채구-

by 황교장 2023. 11. 16.

70 청춘 초등 동창생들과 함께 한 중국 여행-3

-구채구-

2023년 10월 21일 토요일 아침이다. 몸도 마음도 상큼하다. 癸卯년 壬戌월 壬子일인 오늘은 나의 사주에서 보면 일진이 좋은 날이기도 하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구채구로 가는 날이기에 아침부터 마음이 설렌다. 기대에 찬 마음으로 드디어 출발하였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여 살펴보니 휴대폰이 없다. 직감적으로 호텔 방에 두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중에도 일찍 일어나 준비운동을 한 시간 정도 하는 습관이 있다. 휴대폰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자는데 매트리스 위에 이불을 깔고 운동하는 습관이 있다보니 이불 밑에 휴대폰이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드는 호텔로 전화를 하여 침대 이불 밑을 보라고 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두 번이나 갔지만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다시 생각해보니 아침 식사 후 1층 로비 공동 화장실에서 휴대폰으로 시간을 본 기억이 났다. 그래서 다시 가이드에게 공동화장실에 두었다고 하자 “공동화장실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리면 거의 못 찾는데”라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우리를 태운 셔틀버스는 이미 출발하여 구채구의 풍광들이 차창으로 스쳐 지나가고 있지만 휴대폰을 잃은 걱정에 구채구의 풍광이 눈에 들어 오지가 않았다.

가이드가 호텔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화장실에서 잃어버렸다고 하자 방금 중국인이 화장실에서 휴대폰을 주워 안내데스크에 맡겼다면서 휴대폰 안에 들어 있는 내 운전면허증을 찍어 확인차 보내왔다. 그 사진을 확인하자 우울했던 기분은 저 멀리 날아가고 구채구의 풍광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다.

나의 휴대폰을 주워 안내데스크에 맡긴 이름 모를 중국분에게 이 지면을 통해 谢!谢!谢!谢!谢!를 보냅니다. 그리고 구채구 하워드 존슨 호텔 관계자분들에게도 感謝(감사)의 말을 올립니다. 積善之家必有餘慶(적선지가필유여경)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친구들과 오화해(五花海)에서 셔틀버스에서 내렸다. 내리는 순간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산과 물과 단풍과 설경이 함께 어우러져 환상의 세계를 연출한다.

오화해

오화해는 구채구의 영혼이라 불린다. 우리 친구들의 표정은 그저 방실 방실이다. 삼삼오오로 사진 찍기에 바쁘다. 인생 사진을 하나 건지려는 듯 계속 셔터를 눌러댄다.

오화해

현실이 아닌 마치 꿈을 꾸고 있다는 느낌이다. 종일 이곳에서만 놀고 싶었다.

오화해

아쉽지만 다음 여정인 진주탄(珍珠灘)폭포로 향했다.

오화해의 물은 흘러 흘러 아래로 내려가다가 낭떠러지를 만나면 폭포가 된다. 폭포 위에서부터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서 폭포를 감상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진주탄폭포

계단 위치에 따라 폭포가 달리 보인다. 위에서 아래에 이르기까지 폭포수의 모든 과정을 즐길 수 있다. 너비가 200m에 달하고 낙차의 폭이 약 40m이다. 떨어지는 물 알갱이가 햇빛에 반사되어 마치 진주처럼 빛나는 까닭에 붙여진 이름이다.

쏟아지는 하얀 물줄기는 힘차면서도 우아하다. 그동안 이름난 폭포들을 많이 보아 왔지만 그 어느 폭포에도 뒤지지 않는다.

폭포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을 타고 내려오면 거울 호수 경해(鏡海)가 자리하고 있다.

경해

말 그대로 거울처럼 주변의 경관이 모두 호수에 비친다. 계속 이어지는 경관들을 즐기면서 낙일랑에 도착했다.

구채구는 수정구(樹正溝)·칙사와구(則査洼溝)·일칙구(日則溝)의 세 협곡으로 되어 있다.

구채구 지도

매표소 부근이 수정구의 입구에 해당한다. 매표소에서 계곡을 따라 낙일랑(諾日朗)까지 약 14.5㎞를 오르면 'Y'자 모양처럼 두 가닥의 협곡으로 나뉘는데, 오화해와 진주탄폭포가 있는 오른쪽이 일칙구다. 일칙구는 낙일랑에서 원시삼림까지 그 길이가 약 18㎞에 달한다. 칙사와구는 왼쪽으로 낙일랑에서 장해(長海)까지 18㎞에 이르는 여정이다.

낙일랑 기점

우리 친구들은 낙일랑 기점에서 장해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갔다. 계속 오르막을 오르고 있다. 산허리를 감아 도는 경관에 경탄하느라 위험한 코스인데도 두려움을 느낄 새가 없었다. 셔틀버스는 설산을 배경으로 큰 호수가 보이는 곳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직감적으로 장해임을 알았다.

장해

장해는 구채구에서 가장 긴 호수로 길이 4.5km, 폭이 600m, 수심 100m에 달한다. 이곳은 해발 3,102m에 위치한다. 구채구 입구가 해발 1,990m임을 감안하면 무려 1,112m를 올라온 것이다. 이 호수는 깊은 수심에 푸르다 못해 검은빛을 띠고 있다. 호수와 원시림과 설산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장해의 물은 다른 협곡에서 따로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설산에서 눈이 녹아내린 물이라고 한다.

오채지와 거제수 나무

장해를 보고는 데크길을 따라 내려오면 주변은 수백 년은 됨직한 원시림으로 덥혀있다. 그중 눈에 띄는 나무가 있다. 수피가 아주 붉은 거제수나무로 보인다. 모양과 형태는 지리산과 백두산에 있는 나무들과 같아 보이는데 훨씬 더 붉다. 같은 수종이라도 기후와 토양의 조건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일 게다.

오채지

조금 더 내려가자 오채지(五彩池)가 나왔다. 황룡의 오채지와 같은 이름이다. 영롱한 색채를 자랑하는 오채지의 물빛은 오화호의 물빛과 견줄 만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의 연못에서 오색의 빛이 난다는 뜻의 이름에 걸맞게 오색영롱한 에메랄드 물빛이다. 또한 오채지 물은 아무리 기온이 떨어져도 물이 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이유가 밝혀지지 않아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오채지 관람을 마치고는 셔틀버스로 낙일랑으로 다시 내려왔다. 낙일랑은 칙사와구와 일칙구의 분기점이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는 걸어서 갈 수 없는 사람은 입구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갔다. 나머지 친구들은 낙일랑 폭포로 향했다.

상공에서 본 낙일랑 폭포

 

낙일랑은 티베트어로 남신(男神)을 지칭하며, 크고 웅대하다는 뜻을 가진다고 한다. 낙일랑 폭포는 넓이가 320m, 낙차는 20m로 구채구의 많은 폭포 중 가장 넓은 폭포일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폭이 가장 넓은 폭포라고 한다. 층층이 떨어지는 폭포는 마치 은하(銀河)가 쏟아져 내리는 듯하다. 소리 또한 웅장하다. 진주탄폭포를 보기 전이었으면 감탄사가 절로 나왔겠지만 진주탄 폭포를 보고나니 그리 크게 감동은 주지 못한다. 진주탄보다 폭은 넓지만 총체적으로 2%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다.

수정폭포

이젠 수정구 탐방이다. 수정폭포는 폭이 62m에 높이가 15m쯤으로 나름대로 특색은 있지만 진주탄과 낙일랑 폭포를 본 후라 마마호호(马马虎虎)다.

수정군해

수정폭포에서 이어지는 수정군해는 삼십 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계단식 형상으로 아름답게 이어져 있다. 낙차는 거의 100m에 이른다. 호수 주위에는 측백나무, 소나무, 삼나무 등의 상록수와 단풍이 한창인 활엽수로 가득 차 있다.

호수마다 색채가 조금씩 다르고 크기도 달라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가이드를 따라 쇼핑을 위해 장족 마을로 갔다.

마니차

마을 중심지에 티베트불교 사원이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마니차와 오색깃발이다. 마니차는 티베트불교에서 사용하는 경전이 새겨진 수행 도구로 마니륜(摩尼輪)으로도 부른다. 원통에는 경전을 적은 종이가 들어 있는데, 이를 돌리면 경전을 읽는 것과 같다고 여겨, 글을 읽지 못하는 신도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오색깃발

경전이 적힌 깃발도 바람에 휘날리면 읽은 것으로 간주한다. 참 편리한 발상이다. 마니차가 밖에 있는데도 우리 친구들은 아무도 마니차를 돌리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불교와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 기념품을 사고는 매표소 입구로 나왔다. 이것으로 구채구 관광을 마쳤다.

 

구채구(九寨溝, 九寨沟Jiuzhaigou)는 쓰촨성(四川省) 아바장족창족자치주(阿坝藏族羌族自治州)에 있는 현(縣)이다. 이곳의 장족들은 원래 티베트를 근거지로 살았으나 라마교 종파의 분리로 험준한 이곳까지 쫓겨와 살게 되었다고 한다. 九寨溝는 9개의 장족 마을을 뜻하는 이름이다. 아홉 九(구), 목책 寨(채)와 도랑 溝(구)를 쓴다. 대부분의 장족들은 야크와 염소를 방목하는 목축이 주업이지만 삼림자원이 풍부하여 당삼·당귀 등의 약재를 캐기도 했는데 지금은 관광업이 주류라고 한다.

 

황룡이 ‘인간 세상에 있는 신선이 사는 곳’이라 해서 인간 요지(人間 瑤池)라 불리는 것처럼, 구채구는 ‘인간 세계의 선경(仙境)’,‘동화 속 세계’로 불린다. 황룡의 연못, 설산, 계곡, 삼림, 여울, 고찰, 민속이 ‘七絶(칠절)’이라면, 구채구는 호수, 폭포, 숲, 설봉, 빙하, 장족의 정취를 구채구의 ‘六絶境(육절경)’으로 꼽는다. 육절경 중에서도 최고는 단연 호수의 물빛이다.

 

“황산을 보면 다른 산을 보지 않고 구채구를 보면 다른 물을 보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명나라 때의 지리학자인 서하객(徐霞客, 1586-1641)의 서하객유기(徐霞客遊記)에서 ‘오악(五嶽)에서 돌아오고 나면 볼 산이 없고, 황산(黃山)에서 돌아오고 나면 오악을 볼 필요가 없다고 한데서 나왔다.

 

서하객은 30여 년간 북쪽으로 하북(河北), 산서(山西), 남쪽으로 운남(雲南), 귀주(貴州)까지 모두 16개 성(省)을 두루 돌아다닌 지리학자이자 여행가이다. 그런데 서하객은 이곳 구채구를 보지 못했다. 만약에 서하객이 구채구를 보았다면 황산도 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을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빼어나다.

특히 가을이면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고, 단풍이 절정일 때 오색의 물빛과 어우러진 오화해의 풍치는 구채구의 아름다움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친다. 우리 친구들과 함께 일 년 중에 구채구가 가장 예쁠 때 오화해에 왔다는 것은 복 받은 인생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맛사지로 오늘의 피로를 풀고, 저녁으로 야크 불고기와 삼겹살을 먹고는 성도로 가기 위해 꼬불꼬불 산길을 2시간여를 달려 구황 공항에 도착했다. 발권을 다 마치고 출발 20분 전에 안개가 끼어 출발할 수 없다고 한다.

구황 공황은 해발 3,500m에 위치해 연간 10개월은 눈이 오고 안개가 자주 끼는 지역이라 비행기 결항이 잦은 공항이라고 한다. 공항 관계자가 마련해준 공산당 당교 연수원에서 3일째 밤을 보냈다. 이 또한 색다른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