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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중국여행

70 청춘 초등 동창생들과 함께 한 중국 여행-2-황룡 풍경구-

by 황교장 2023. 11. 11.

70 청춘 초등 동창생들과 함께 한 중국 여행-2

-황룡 풍경구-

 

모니구를 나와 황룡본부로 갔다. 제법 늦은 시간인데도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아주 길게 늘어서 있다.

그런데 줄이 빠른 속도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 케이블카에 팔 명씩을 아주 빠른 속도로 사람을 실어 나르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설경을 즐겼다. 시간이 짧아 아쉬웠다.

케이블카에서 내리자 먼저 도착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눈이 제법 많이 쌓여 있다. 호기심 많은 친구는 동심으로 돌아가 눈을 직접 만져보기도 한다.

눈 덮인 울창한 숲속에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이곳은 주변의 원시 산림을 자연 본연의 모습으로 보호하면서도 산책로는 여행자들을 배려해 걷기 쉬운 길을 만들어 놓았다.

조금 더 내려가자 황룡풍경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망룡평전망대(3530m)가 나온다. 모니구에서 고산증을 겪은 친구들도 모두 전망대까지는 올라다.

특히 오기 전에 허리를 다친 친구와 몸살을 앓고 있는 친구는 동병상련이라 손을 잡고 다정스럽게 서로를 부축하면서 걷고 있다.

산 정상은 구름이 덮여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 신비롭게 보인다. 이곳은 민산산맥(岷山山脈)의 최고봉인 설보정(雪寶鼎, 5,588m)에서부터 내려온 물에 석회암 등 광물질이 녹아 기기묘묘한 형태의 형상을 만들어 놓았다. 이 모습이 마치 거대한 황룡이 꿈틀대는 것과 같다고 하여 '황룡'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곳 전망대의 이름도 망룡평(望龍坪)이다.

설보정

용이 누워있는 모습과 설보정

황룡을 볼 수 있는 곳인데 아쉽게도 날씨가 도와 주지 않는다. 힘들게 전망대까지 온 친구들은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입구까지 내려가고 아직 힘이 남아 있는 친구들은 걸어서 내려가기로 했다.

가능하면 시작은 천천히 걸어야 한다. 앞서나가려는 친구에게 등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점(死點, dead point)을 잘 넘기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사점은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숨이 차며 고통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를 견디어 극복해내면 괴로움이 점차 누그러져 평안한 상태가 된다. 이와 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를 세컨드 윈드(Second wind)라고 한다.

이때 윈드(wind)는 바람이 아니고 호흡이다. 즉 두 번째 호흡인 Second wind가 나타나야 편하게 등산을 계속할 수 있다. 그래서 등산은 처음에는 천천히 가다가 사점이 오면 쉬었다 가야 가슴이 편안해진다. 그래야만 중도 포기를 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데 하물며 이곳은 해발이 3,530m다. 앞으로 최소한 7km 이상 더 걸어야 한다.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새 황룡 협곡이 나왔다. 이곳은 수만 년 동안 칼슘 침전물이 녹아 내리면서 생겨난 용의 비늘 같은 수많은 연못이 맑은 물을 머금은 채 계곡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특이한 형태의 카르스트 지형이다.

카르스트 지형은 석회암의 용식 작용으로 만들어진다. 석회암은 주로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산화탄소를 포함하고 있는 빗물이나 지하수에 잘 녹는 성질이 있다. 이로 인해 석회암 지역에서는 기반암이 빗물 등에 의한 화학적 용해작용과 침전 등으로 독특한 지형들이 형성되는데, 이를 통틀어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한다. 석회암의 생성은 주로 조개껍질이나 산호 등 생물의 파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이 수억만 년 동안 바다였다가 지각 변동에 의해 융기된 곳이다.

황룡고사 앞에서 친구들이 다 모였다. 황룡고사는 오래된 도교 사원으로 황룡사의 본절이다. 황룡풍경구(黃龍風景區)라는 이름도 이 사원의 이름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명칭의 유래에 관해서 두 가지 설이 공존하고 있다. 그 하나는 바로 위에서 말했듯이 이 협곡의 모습이 마치 황색 용 한 마리가 우거진 숲을 뚫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해서 붙여졌고, 다른 한 가지는 우(禹) 임금의 치수(治水)를 도왔던 황룡이 이곳 황룡사에 은거하다가 득도하여 승천하였다고 하는 전설과 명(明)나라 때 황룡진인(黃龍眞人)이 여기서 도를 닦았다는 전설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황룡사

황룡사에서는 도사와 스님을 같이 모신다. 그래도 도사가 우선인 모양이다. 황룡진인 단성(丹成)을 중앙에 모시고, 그 옆에 도교의 전설적인 신선인 여동빈(呂洞賓)과 갈홍(葛洪) 그리고 관음(觀音)·문수(文殊)·보현(普賢) 보살을 함께 모시고 있다. 이는 불교와 도교가 혼합된 민간 신앙의 단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황룡사의 주련(柱聯)에는 이곳의 신비로운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碧水三千同黃龍飛去(벽수삼천동황룡비거)

삼천 가지 푸른 연못은 황룡과 더불어 날아가고

白雲一片隨野鶴歸來(백운일편수야학귀래)

한 조각 흰 구름은 학두루미를 따라 날아드네

황룡사 앞에서부터 수준별로 걷기로 했다. 입구로 바로 내려가는 팀과 황룡풍경구의 백미인 오채지(五彩池)를 보고 가는 팀으로 나누었다. 두 명만 오채지로 가고 나머지 친구들은 바로 입구로 내려가기로 했다. 오채지는 황룡사에서 불과 220m밖에 안 되지만 오르막이라 제법 힘이 들었다.

오채지가 한눈에 다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주변 풍경과 작은 연못 693개가 어우러진 풍광은 보는 순간 가슴이 벅차오른다. 눈이 온 흐린 날씨인데도 영롱한 물빛을 유지하고 있다. 오채지는 계단식 논처럼 완만하게 경사진 석회암의 연못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연못이다.

물의 깊이와 햇볕의 각도, 일조량, 연못의 퇴적물에 따라 다양한 물 빛깔을 나타낸다. 마치 천상의 세계를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황홀경 그 자체다.

오채지

오채지는 황룡의 눈이라고 한다. 관상에서 얼굴이 10이라면 눈이 차지하는 비율이 9이다. 그 정도로 오채지는 황룡 풍경의 정수가 녹아 있는 곳이다. 또한 다섯가지 빛깔로 이루어진 호수라는 뜻에서 오채지라고 한다. 함께 올라간 친구 역시 이 풍경을 보고 흥분되어 있다. 최근에 다녀온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와 비교해 보아도 절대 아래는 아니라고 한다. 물론 플리트비체도 환상적이지만 규모 면에는 플리트비체와는 비교 불가라고 생각된다.

 

플리트비체

아쉬운 발걸음으로 뒤돌아 내려오면서 황룡후사를 지나 황룡중사를 만났다. 황룡중사는 명나라 시기에 건설된 티베트 불교 사찰이다.

황룡중사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지만 먼저 간 친구들을 생각해서 다음을 기약하고 내려오자 사라영채지가 나온다.

사라영채지

사라는 두견화(진달래꽃)를 말하는데 해마다 봄이면 앞다투어 피는 진달래꽃과 연못의 맑은 물과 푸른 하늘이 서로 어울려 사람을 도취시킨다고 한다. 이 설명문을 보니 진달래꽃이 절정일 때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라영채지를 지나자 이번에는 명경도영지가 나온다.

명경도영지

명경도영지는 거울처럼 맑은 연못에 비친 구름과 설봉과 그림자가 하도 뚜렷하여 실물과 물에 비친 그림자를 구별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한다.

쟁렴지

명경도영지를 지나가 쟁렴지(爭豔池)가 나온다. 글자 그대로 서로 아름다움을 다투는 연못이다. 내가 보아도 누가 더 예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다 예쁘다. 가질 수만 있다면 다 가지고 싶다. 쟁렴지를 지나면 칠리금사가 나온다.

칠리금사

황금빛 모래가 7리에 걸쳐서 퍼져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는 황금색 석회석인데 입자가 작은 모래 같아 그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칠리금사를 지나면 금사포지가 나온다.

금사포지

금사포지는 오채지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흘러내리면서 응고된 석회질 위로 햇빛이 비취면 마치 금빛 모래가 바닥을 덮고 있는 것 같다고 하여 금사포지(金沙铺地)라고 한다. 금사포지는 현존하는 지질 구조 중에서 최상의 조건, 가장 큰 면적, 가장 긴 거리 및 가장 다채로운 색상을 가진 석회화 여울이라고 한다. 금사포지의 너비는 40~122m 정도로 이곳에는 8만 평방미터의 석회화 구간이 숲속에 숨겨져 있다. 금사포지를 지나면 분경지가 나온다.

분경지

분경지(盆景池)는 모두 10개의 채지(彩池)로 이루어져 있다. 채지 안에는 나무가 자라고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나무에 단풍까지 들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세신동 폭포

분경지 이웃에는 세신동 폭포가 있다. 높이 10m, 너비 40m의 폭포로 황룡사로 가던 참배자들이 이곳에서 몸을 씻었다고 하여 세신동이라고 한다. 폭포 안에는 세신동(洗身洞)이 있다. 세신동은 절벽에 생성된 석회암동굴이다. 이곳은 낙하하는 폭포 속에 그 모습을 가리고 있다. 동굴은 높이가 1m가량 되고 폭이 약 1.5m이다.

세신동

그 안에는 안개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연노랑과 우윳빛의 종유석이 가득하다. 이러한 신비로운 곳에서 신선들이 도를 닦았다고 한다. 또한 세신동에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이 이곳에 들어가면 아들을 얻게 된다는 전설도 있다. 그리고 이곳은 티베트의 고대 종교인 뵌교의 발상지이자 티베트불교와 도교의 성지라고 한다.

염렴호

세신동을 지나면 염렴호(瀲灩湖)가 나온다. 아주 어려운 한자인 넘칠 염(瀲)과 물결 출령거릴 렴(灩)을 쓴다. 물이 차고 넘쳐 출렁이고 있는 호수라는 뜻이다. 물색이 신비롭다. 흐린 날 봐도 이러할진대 파란 하늘을 보면 또 어떤 색일지가 궁금하다. 염렴호를 지나면 비폭류휘(飛瀑流輝)를 만난다.

비폭류희

높이가 10m쯤 되고 폭이 60여m나 되는 암벽에서 이름 그대로 폭포수가 날아오르는 듯하다. 비폭유휘에서 조금 내려오면 황룡계곡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영빈지(迎宾池)를 만난다.

영빈지

영빈지는 황룡 풍경구로 입장한 후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되는 연못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연못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온 관계로 마지막에 만나는 환송지(歡送池)가 된 셈이다. 영빈지는 긴긴 계곡을 내려오면서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연못이다. 신비스러운 황룡 계곡에 넋을 놓고 걷다 보니 어느덧 다 내려왔다. 이것으로 주마간산격으로 황룡풍경구를 마무리했다.

황룡풍경구 지도

이곳은 ‘인간 세상에 있는 신선이 사는 곳’이라 해서 인간 요지(人間 瑤池 : 아름다운 옥 연못)라 부른다. 황룡은 연못, 설산, 계곡, 삼림을 합쳐 ‘사절’이라고 한다. 여기에 여울, 고찰, 민속을 더해 ‘칠절’이라고도 부른다. 황룡풍경구는 설산을 배경으로 3,400개의 크고 작은 연못 군락과 원시 산림이 어우러져 최고의 비경을 자랑한다.

여기에 풍부한 동식물 자원까지 더해져 세계문화유산, 생물권 보호지역, 국가중점 풍경명승지, 국가지질공원, 국가5A급 관광지로 지정돼 있다. 또한 이곳은 중국의 유일한 고원 습지이며 판다와 금사후(金丝猴)와 같은 멸종위기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금사후

판다

행정상 황룡 풍경구는 아패장족강족자치구(阿壩藏族羌族自治區)에 속한다. 이곳의 장족(藏族)은 당나라 때 티베트의 송첸캄포(松贊干布)왕이 송반(松潘)까지 진격하여 당나라군과 여러 차례 전쟁을 치루었다. 당시 전쟁에 참여하였던 티베트의 일부 군인들이 이 지역에 잔류하면서 장족마을을 형성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주로 장족불교(티베트불교, 藏傳佛敎)를 믿고 있다.

언젠가 자유여행으로 와서 다시 한번 찬찬히 둘러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주변은 어둑어둑 밤을 재촉하고 있었다. 내려오는 계단이 가파르다. 친구와 다정스럽게 손을 잡고 서로를 의지하면서 내려왔다. 출입구가 보인다.

우리를 본 가이드가 환한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해 준다. 그런데 관광차가 워낙 많아서 우리 차를 찾으려 주차장 제일 마지막까지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더욱 늦었다. 오늘의 숙소인 구채구까지는 2시간을 넘게 달려야 한다. 황룡에서 구채구까지 가는 길은 가파른 산길이다. 비록 어두운 밤이지만 젊고 잘생긴 기사는 굽이굽이 산길을 속도에 욕심부리지 않고 안전하게 달려갔다.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 보니 차창가로 맑고 투명한 계곡물이 힘차게 흘러가고 있다. 직감적으로 구채구라고 느껴졌다. 오늘 숙소인 호텔에 도착하여 늦은 저녁을 먹고는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