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기념 풍물놀이와 지신밟기
학교란 조직은 학생, 교직원 등으로 이루어져 조직 자체가 크기 때문에 아픈 사람도 있고, 크고 작은 사건들도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올해 따라 질병휴직이 두 분, 기타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속으로 일어났다. 이러한 일들이 잦아지면 조직은 어수선해지고 응집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고사를 지내기도 하였다.
우리 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 지정 역사탐구교실 연구학교로 작년에 이어 2년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의 주제는 ‘역사체험 동아리 활동 활성화를 통한 역사의식 함양’이다. 역사체험 동아리 중에 사물놀이 동아리가 있다. 연구주제에도 부합되고 또한 액막이의 효과도 바라면서 고사를 겸한 전통민속놀이인 풍물놀이와 지신밟기를 하기로 하였다.
스승의 날 기념행사 및 테니스장 개장을 겸하여 풍물놀이와 지신밟기를 하기로 하여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사물놀이 동아리반 아이들과 다섯 분의 선생님들이 이틀 동안 연습을 했다.
지신밟기는 ‘마당밟기’, ‘매귀 굿’이라고도 하며, 음력 정월 초사흗날부터 대보름날 사이에 행하는 놀이로서 옛날에는 왕실에서 민간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퍼져 있었다고 한다. ‘지신’은 집안에 우환을 몰고 온다는 잡귀, 잡신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 지신을 발로 밟아서 진압시켜 그 해가 무사하기를 비는 것이다.
내 고향 창녕에서는 내가 대학 다닐 때까지도 존속했는데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 이러한 전통문화가 자꾸 사라져가는 현실이 매우 안타까워 우리 동네에서 하는 풍물놀이와 지신밟기를 재현해 보았다.
내 고향에서의 풍물놀이와 지신밟기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선두에 아주 키가 큰 대나무에다가 ‘農者天下之大本(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쓴 깃발과 형형색색의 옷감으로 치장한 ‘서낭대’ 라고 불리는 키 큰 대나무를 앞세워 행진한다. 이 서낭대는 아주 신성시하여 잘 보관을 한다. 매년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서낭대를 보관한다. 아마 이러한 전통은 삼한시대부터 있어온 솟대에서 유래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이 서낭대를 필두로 매구(꽹과리, 상쇄). 장구, 북. 징. 소고의 순서로 농악대가 편성된다. 이 풍물패(농악대)는 갖가지 모습(포수, 곱사 등)으로 분장한 가장행렬(假裝行列)이 그 뒤를 따라다니면서 마을의 집집마다 방문하여 지신을 밟아준다.
풍물패가 집에 도착하면 먼저 마당에서 ‘마당놀이’를 한 다음, 큰 마루 앞에서는 ‘대청 지신 풀이’를, 큰방 앞에서는 ‘큰방 성조 풀이’를, 각각의 방마다에는 ‘각방치장풀이’를 하고, 부엌 앞에서는 ‘부엌(조왕)지신풀이’를, 곳간 앞에서는 ‘곳간지신풀이’를 해준다. 이 때 반드시 안방에 들어가도 신발은 절대 벗지 않고 신발을 신은 채 밟아야 한다.
지신밟기를 하여 그 집의 재앙을 막아주는 데 대한 답례로 집주인은 술과 음식 등을 내어 대접한다. 그리고 지신을 다 밟고 난 후 다른 집으로 이동하기 전에 고맙다는 뜻으로 곡식이나 돈을 주어 답례한다. 이렇게 지신을 밟으면 그 집을 담당하고 있는 지신(地神)이 흡족하여 주인과 가족의 수명과 건강을 지키고 제화초복(除禍招福) 즉 화(禍)는 없애주고 복(福)은 불러들이는 것이다.
한 집이 끝나면 다음 집으로 찾아가 지신을 밟으며 이때 받은 돈과 곡식을 모았다가 마을 공동기금으로 사용한다.
지신밟기를 할 때는 지신밟기 노래를 부르는데 이는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게 불린다.
지신밟기로 유명한 곳은 동래지신밟기이다.
동래지신밟기는 시도무형문화재 제4호(동래구)로 지정되어 있다. 이는 음력 섣달 중 약 한 달 동안 잡색의 인물을 선정하고, 악기·의상·도구 등을 준비한 뒤 놀이 연습을 하며, 등장인물은 사대부·포수·각시·머슴 등 35명 내외로 대개 사대부가 총지휘자격이다. 정월 초사흘 경부터 지신밟기를 시작하는데, 처음에 주산(主山)과 당산(堂山)에 가서 고사(告祀)하고 풀이를 한 후 마을로 내려와 마을 우물샘에 가서 또 고사하고 풀이를 한다. 이 의식이 끝나면 집집을 돌며 지신밟기를 연행한다. 따라서 이 놀이는 주산 지신풀이, 당산 지신풀이, 우물샘 지신풀이, 모생원댁(某生員宅) 지신풀이의 네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풀이가 끝나면, 주인이 대접하는 음식과 술을 먹고 돈과 곡식을 얻어 가지고 나온다. 돈과 곡식을 많이 얻기 위하여 포수가 갖은 수단을 부리는 것도 재미있거니와, 이렇게 얻은 전곡은 모두 모아서 보름 저녁에 있는 줄다리기와 동래야류 놀이의 행사기금으로 사용한다.
동래 지신밟기에 사용되는 악기는 사물인 꽹과리·징·장구·북과 소고(小鼓) 그리고 태평소로 구성되며, 굿거리 장단을 위주로 연주된다. 현재 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에서 전승·보존에 힘쓰고 있다. (문화재청 해설 참조)
올 들어 유난히 사고가 많은 우리 학교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는 지신밟기의 순서는 먼저 3층 음악실에서 출발하여 새로 단장한 2층의 축구부실, 교무실로 이어졌다.
교무실에는 스승의 날이기에 찾아온 제자들로 북적거린다. 미처 제자들에 휩싸여 함께하지 못한 선생님도 이때 같이 하였다.
다시 운동장을 나와서 새롭게 단장한 테니스장을 한 바퀴 돌면서 지신을 밟고 현관으로 향하였다.
이미 현관 안에는 고사상을 놓아두었다. 고사상 앞에서 원을 그리면서 풍물놀이를 신명나게 하였다.
장단의 구성은 자진모리, 휘모리, 굿거리 장단을 섞어 가면서 그 장단들을 약간씩 변형하여 구성했다. 난생 처음해 보는 선생님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도 재미가 있고, 어깨춤이 들썩거린다고 한다. 역시 우리가락은 먼 조상들로부터 내려와 우리 피 속에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한 판 놀고 나니 온 몸에 땀투성이다.
이어서 고사가 진행되었다. 교장선생님을 필두로 차례차례 절을 하였다. 기독교를 믿는 선생님들은 주저주저한다. 앞에 계시는 분이 하느님이라고 생각하고 절을 하면 된다고 했고, 불교를 믿는 선생님은 앞에 계신 분이 부처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특별한 종교가 없는 분은 천지신명님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예수님, 석가님, 공자님 등 모든 전지전능하신 분들에게 우리 학교의 안녕과 발전을 보살펴 달라고 진심으로 기원하면 되는 것이다. 즉 지극한 겸손의 마음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앞에 복전함을 만들어 놓았다. 여러 선생님들이 복전함에 복을 받으려고 돈을 넣는다. 나도 거금(?) 10만원을 헌금했다. 아깝지 않는 돈이다. 돈의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문제다. 돈은 마음의 적은 표현일 뿐이다. 이러한 마음들이 다 모여서 앞으로 부산중앙중학교에는 좋은 일만 있을 것을 모두들 마음으로 기원하였다.
마음을 그렇게 먹어서인지 모두들 얼굴에는 미소가 벙글벙글하였다. 그 미소처럼 앞으로 웃을 일만 일어날 것을 빌면서 행사를 마무리하였다.
마지막으로 이 행사를 적극적으로 도와준 임학수 교장선생님 이하 모든 교직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특히 사진을 촬영하고 동영상을 편집한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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