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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정년퇴임 2 - 존경하는 영원한 형님

by 황교장 2009. 2. 11.

존경하는 영원한 형님

 

정우수 교장선생님을 생각하면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 그것은 지산겸(地山謙)이다.

지산겸(地山謙)은 주역의 열다섯 번째 괘이다. 주역의 64괘에는 모두 길흉화복(吉凶禍福)이 같이 존재하는데 오직 지산겸(地山謙)만이 흉과 화가 없고, 길과 복만 있다. 이처럼 지산겸(地山謙)괘는 매력적이다. 지산겸(地山謙)괘는 위에는 땅이고 아래에는 산이다. 높은 산이 낮은 땅보다 아래에 처하는 모양이다. 즉 땅 아래에 산이 엎드려 있는 모습이다. 이는 지극한 겸손(謙遜)을 나타낸다.

인간이 교만하지 않고 자랑하지도 않고 겸손으로 자기 자신을 낮추면 모든 사람들은 오히려 그를 더욱 더 높여준다. 이 지산겸을 몸소 실천하며 살아오신 분이 바로 정우수교장 선생님이다.

 

 

나와 교장선생님과의 인연은 1996년 3월 1일 지금의 한국과학영재학교 전신인 부산과학고등학교에서 시작되었다. 그해 신임교사로서 같이 발령을 받고 3년 6개월간 같이 지내다가 1999년 9월 1일 정우수 교장선생님은 금정여고 교감으로, 나는 부산학생교육원 교육연구사로 발령을 받아 부산과학고등학교를 함께 떠났다.

 

정교장 선생님과는 또 다른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 교장선생님은 나의 큰형님과 의 인연이 먼저다. 주례여고에서 나의 큰형님은 윤리부장으로 교장선생님은 윤리기획으로 같이 근무를 한 사이다. 나의 큰형님은 비교적 말씀이 없으시고 남에 대한 평가를 잘 안하시는 분이시다. 그런데 정교장선생님에 대해서는 이렇게 평가를 하셨다.

“윗사람에게도 잘하고 아랫사람에게도 잘한다. 붓글씨도 잘 쓰고 못하는 게 없다. 본받을 점이 많은 분이니 형님으로 잘 모시고 많이 배우라”

이때부터 친형님 이상으로 잘 지냈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면서 나의 기질 상 인내심이 부족하여 사고를 많이 저질렀다. 이러한 사고를 정교장선생님이 모두 다 해결을 해주셨다. 이 은혜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과학고 이후에도 교장선생님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교장선생님께서 교감 1년 후 바로 장학사로 들어오시어 같이 전문직으로 근무하였기 때문에 뵐 기회가 많았다. 또한 내가 분포중 교감으로 근무할 때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분포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셨기에 자주 뵐 수 있었다.

 

잊지 못하는 기억은 분포고등학교 교장에서 동부교육청 교육장으로 발령이 난 날 나만 불러서 학교 앞에 있는 일식집에서 식사를 한 일이다. 발령받은 바로 그날이 얼마나 바쁜 날인가. 그 바쁘고 기쁜 날 함께 그 기쁨을 나눈 사람이 나였다는 사실은 역지사지를 해보면 내가 친형님처럼 모셨듯이 교장선생님께서도 나를 친동생처럼 생각해 왔음으로 느껴져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인간은 누구나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내가 교장선생님을 안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그 시간 동안 내가 직접 경험했고, 또 간접적으로 들은 바로도 그렇듯 교장선생님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한결같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겸손하시다. 또한 꾸밈없이 진솔하여 가식이 없다. 이러한 태도는 윗사람에게나 아랫사람에게나 똑 같다. 위아래 가리지 않고 천심으로 모두에게 잘해주신다. 이 점이 이분의 가장 큰 장점이고, 강점이다. 그런 인품이다 보니 교장선생님 험담을 하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만나보지를 못했다.

 

과학고등학교에 평교사로 근무할 때나, 남부교육청 중등과장으로 근무할 때나, 시교육청 정책과장으로 근무할 때나, 분포고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할 때나, 남부교육청 교육장으로 근무할 때나 교장선생님과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로부터 인간적인 친밀감과 존경을 받았음은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 장학사들로부터 내가 직접 들었던 것이다.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동일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인간관계에 있어서 굴곡이 많은 나로서는 꼭 본받고 싶은 부분이다.

 

 

교장선생님께서 남산고등학교의 교장선생님으로 가신 뒤에도 또 인연이 계속되었다. 작년부터 교장연수에 멘토링 연수과정이 만들어져 남산고등학교에서 정교장선생님을 멘토로 모시고 교장의 역할과 리더십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

 

남산고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하신 1년 동안 많은 일들을 하셨다. 남산고등학교의 역대 숙원사업이었던 체육관 건립, 학교변화관리를 위한 남산발전기획단 운영, CCTV를 설치하여 카트리드기로 출결을 확인하는 효율적인 학생 관리, 교사의 수업능력 극대화를 위한 수업분석실 설치 활용 등 길지 않은 시간동안 참 많은 일들을 해내신 것을 보고 배운 바가 많았다.

 

특히 감명받은 것은 지난 겨울 직원 연수회를 오대산에서 눈꽃음악제를 실시하였는데 전 직원이 참석한 일이었다. 이러한 직원연수는 학교장의 민주적이고 합리적이며 인간 중심의 포용력을 겸비한 리더십이 없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인화가 이루어지면 성과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인간중심의 리더십이 아니겠는가.

 

 

교장선생님!

100세 장수의 시대에 인생은 이모작이라고 합니다. 일모작을 성공적으로 풍성하게 거두어 들인 수확으로 두 번째 인생의 씨를 그 인품과 열정으로 뿌려 다시 한번 풍성한 수확을 거두시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저와의 아름다운 인연을 잊지 마시고 결함 많은 제 평생의 멘토가 되어 주십시오. 영원한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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