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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정년퇴임 1- 온화한 웃음의 멘토

by 황교장 2009. 2. 11.

온화한 웃음의 멘토

 

정경화 교장선생님을 생각하면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 그것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당호인 여유당(與猶堂)이다. 다산 선생이 생가의 당호를 여유당으로 지은 데는 다음과 같은 연유가 있다.

 

“노자의 말에 ‘여(與, 의심이 많은 동물)여! 겨울의 냇물을 건너는 듯 유(猶, 두려움이 많은 동물)여! 사방이 두려워하는 듯 하거라’는 말을 내가 보았다. 안타깝도다! 이 두 마디의 말이 내 성격의 약점을 치유해 줄 치료제가 아니겠는가.”

 

다산선생이 여유당에서 자기 성격의 약점을 치유해 줄 치료제를 구했듯, 나는 정경화 교장선생님을 통해 내 성격의 약점을 치유해 줄 치료제를 구했다. 교장선생님은 의사결정에 있어 아주 신중을 기하신다. 나의 성격적 특질 중 한 가지가 너무 쉽게, 빠르게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시급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특질이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신중함의 결여로 실수할 가능성도 크다. 그래서 나는 이런 내 성격을 약점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런 내가 교장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에는 그 신중함이 답답하다고 생각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교장자격연수를 받고 지금 생각해보니 최고의 장점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직사회에서 한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데 리더의 역할은 아주 크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장의 의사결정이 학교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그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학교라는 조직이 교사뿐 아니라 성장해 가는 학생들까지 포함하고 있으므로 학교장의 결정은 그 영향이 미래에까지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만일 리더인 학교장이 길을 잘못 이끈다면,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은 피해를 낳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리더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신중해야만 그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리더의 신중함! 이것이야말로 평생 내가 지니고 살아야 되는 덕목이라고 생각된다. 이 신중함을 나는 정경화 교장선생님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고 깨달은 것이다.

 

나와 교장선생님과의 인연은 내가 분포중학교 교감으로 근무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정년퇴임한 전임 교장선생님의 후임으로 새로 부임하는 분이 누구인가가 제일 궁금한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데 신문에서 정경화 교장선생님의 이름을 발견하고는 나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이 가득 찼다. 교장선생님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모 교장선생님의 친구 분이라서 평소에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분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친구 중 한 분이 바로 정경화 교장선생님이기 때문이다. 인연이라는 것은 참 묘한 것이다.

 

교장선생님은 공식적으로는 2006년 9월 1일자로 분포중학교 교장으로 직무를 수행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2006년 8월 30일에 분포중학교는 학생들의 등교 거부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있었다. 고교 진학에 있어 내신 성적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 그 원인이었다. 이는 분포중학교가 다른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적이 월등하게 높았기 때문이다. 정식으로 취임하시기도 전에 이 문제를 같이 고민하면서 2008년 2월말까지 1년 6개월간 모시게 되었다.

 

교장선생님을 곁에서 모시면서 제일 먼저 느낀 점은 교장선생님은 탁월한 교육지도자라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우수한 학교장들의 리더십의 지도유형을 보면 첫째가 학교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구성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반영하며, 두 번째는 일단 목표가 설정되면 강한 추진력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셋째는 조직 내에 일어나는 갈등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지니고 사태를 해결한다고 한다. 이 셋을 다 가진 분이 바로 정경화 교장선생님이시다.

 

교장선생님은 늘 온화한 웃음을 짓고 계신다.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고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교훈을 몸소 실천하고 계시는 분이다. 이 웃음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이며 인간 중심의 포용력을 겸비한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바탕이 아닐까 생각된다.

 

교장선생님은 해결책을 찾기가 참으로 어려웠던 고입전형과 관련된 분포중학교 사태를 슬기롭게 잘 해결하신 분이다. 그리고 교원능력평가 개발선도학교를 2년 동안 성공적으로 시범운영을 하셨다. 교원능력평가 개발선도학교는 구성원간의 의견 차이로 갈등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선뜻 실시하기가 어려운 주제이다. 또한 일부학교에서는 하고 싶어도 전체 교직원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범학교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의 분위기가 매우 좋았기 때문이었고, 이러한 학교 분위기를 이끌어 낸 것은 무엇보다도 학교장의 인화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교장선생님은 이뿐만 아니라 여자 중학교 축구부 창단,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수업분석실, 인도네시아 자매학교와의 국제교류 등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우선 교장선생님의 관상을 보면 온화한 웃음과 함께 하는 누당이 특징이다. 누당은 웃을 때 눈 밑에 볼록한 부분을 말한다. 교장선생님의 누당은 아직도 살아 있다. 누당은 관상학에서 에너지의 원천이라고 한다. 즉 아직까지 신체적으로 청춘이라는 의미다. 직원회식 후 뒤풀이로 노래방에 같이 가보면 노래 실력이 일품일 뿐만 아니라 부르시는 곡목들도 거의 다 빠른 템포의 곡들이다. 젊은 교사들도 못 당할 정도의 정열을 가지고 있다. 에너지가 한창인 청년이시다.

 

 

또 하나 잊혀지지 않는 교장선생님의 모습은 직원연수에서 함께한 시간들이다. 안동 농암종택의 분강서원 흥교당에서 비오는 날 밤의 흥겨운 장구소리와 함께 어우러진 시간들, 해남의 대둔사 앞의 유선관에서 밤을 새운 시간들, 그리고 지리산 일대의 직원연수는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다.

 

 

백세 장수의 시대다. 그렇게 본다면 60대의 정년퇴직이라는 마침표는 우리 삶에서 중간을 조금 넘어 찍은 쉼표에 불과하다. 요즘은 그래서 인생 후반생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전반생은 후반생의 워밍업에 불과하다고도 한다. 전반생의 워밍업으로 잘 가꾸어 놓은 에너지로 후반생을 꽃 피우기 위해서는 건강과 열정이 필요하다. 그 점에서 정경화 교장선생님은 준비가 잘 되어 있으신 분이다. 건강과 열정은 아직도 청년이기 때문이다.

 

‘황도사의 사주여행’이라는 블로그에 글을 쓰면 항상 좋은 조언으로 이끌어 주신 교장선생님!

인생 전반기를 퇴직하시더라도 제가 리더로서 길을 잃지 않고 잘 갈 수 있도록 제 평생의 멘토가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교장선생님 인생 후반생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다시 도약할 수 있기를 늘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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